지난 6월부터 옥천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해담왕쑥뜸케어’를 열었습니다. 뜸을 뜨러 오시는 분들은 대개 아프신 분들이에요. 이렇게도 안 되고, 저렇게도 안 되고, 그런 분들이 오셔서 뜸을 받고 가시죠. 제가 사람 체질을 볼 줄 알아요. 오시면 상담을 통해 몸 상태를 살펴보고, 경혈의 위치를 압박해서 어느 부분이 균형이 깨져있는지 파악하면 거기에 맞춰 뜸을 뜹니다.병의 출발점은 비위예요. 오장의 균형이 깨져 있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겠지만, 뜸을 뜨고 몸이 편안함을 느끼는 게 치유의 시작이죠. 저는 경기도 화성에서부터 쑥뜸케어를 1
휴게소는 언제나 설레는 곳이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실감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친구와 함께 여행가는 도중에, 보고 싶은 가족을 보러 집에 가다가, 혹은 달콤한 군것질거리에 마음을 빼앗겨 휴게소에 들른다. 차에서 내려서 기지개를 쭉 켜고 주변을 물색한다. 쪽잠을 청하거나 급한 볼일을 해결할 수도 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주린 배를 넉넉히 채우는 것이다. 먹음직한 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휴게소에는 먹을 음식이 많아 항상 고민되지만, 오늘 유독 눈에 띄는 빵집을 발견했다. 쌀쌀해진 요즘, 따뜻한 커피로 손을 녹이
양봉인들의 땀과 노력이 꿀에 녹아있다. 이른 아침부터 자연이 내어준 꿀을 뜨러 누구보다 더 서둘렀다. 땡볕에 피부가 타는지도 모른 채 벌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들. 벌에 쏘이는 건 예삿일이다. 꽃 피는 시기에 맞춰 전국 각지에 돌아다니는 일상이 양봉인들의 숙명처럼 다가온다.자연의 명약으로 불리는 천연 꿀은 공장식으로 찍어낼 수 없다. 꿀벌들의 희생과 생사를 건 협동으로 만들어진다. 정직한 노동의 결과물이다. 꿀벌들의 성실한 노동이 우리 입을 즐겁게 하는 만큼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귀하고 또 귀하다. 꿀 한 방울에 담
옛날에 쌀집이라 하면 ‘곳간’이라 불렀거든요. 쌀을 보관하는 창고 개념으로 해서 상호를 그렇게 지었고요. 여기가 원래 ‘일봉쌀상회’였잖아요. 어떻게 됐냐면 우리 딸이 옆에 ‘미가’ 식당을 해요. 제가 이 근방을 자주 왔다 갔다 했거든요. 일봉상회 사장님이 연세가 많으시고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하시더라고요. 한 번 해볼 의향이 있냐고 물어봐서 제가 인수를 했죠.개업한 지는 한 달 조금 넘었는데요. 개업식도 따로 안 하고 사무실 겸 사랑방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이전처럼 똑같이 양곡, 잡곡을 판매하는 소매업이에요. 장날에 어르신들이 물건을
다른 나라에 갈 때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기도 하지만 낯설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다. 입국 심사대 앞에서 승무원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쩔쩔맬 수도 있고, 식당에서 내가 하는 주문을 알아듣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고, 다른 나라 언어로 적힌 간판과 네온사인 앞에서 이질감과 생경함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세상에 덩그러니 똑 하고 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으로 이주해 온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7년 전에는 외국인도 지금보다 없던 시절이라 아마 더욱 낯설었을 것이다. 17년 전
누군가 그랬다. 시골에 들어가 살면 외로울 거라고. 6년이 지난 지금, 아직 그런 걸 못 느낀다. 시골 생활이 적적하거나 하진 않았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대전 살 땐 친구 따라다녔다. 그땐 친구들과 맛집 찾아다니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제는 같은 취미라는 관심사로 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림 그리고, 좋은 작품을 보러 다니며 감정을 나누는 사람들. 옥천에 오고 대화거리가 더 풍부해졌다.틈날 때마다 유화도 하고, 여러 취미 활동을 했다. 사람들은 그런다. 재능이 많으시다고. 아니다. 재능이 아니라 그저 사람 만나는 재미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게 어디 쉬울까. 짧게 일주일, 한 달 여행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익숙한 주변 풍경,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을 뒤로하는 외로운 결정이다. 더군다나 도시를 떠나 연고도 없는 시골에 정착한다는 건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는 일이다. 생활에 불편함은 없을까,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도시에 하던 일을 여기서도 할 수 있을까 등등.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결정을 미루게 된다.이들 부부는 그러지 않았다. 이것저것 재지 않았다. 쉽게 말해 질렀다. 남들은 섣불리 판단했다고 할지 모른
지난 9월6일부터 장야리 엘마트 인근에 로또방을 열었어요. 지금은 로또, 담배만 판매하는데요. 조만간 연금복권, 즉석복권도 판매할 거고요. 아직 홍보가 덜 돼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개업하고 2주 지났는데 어떻게 알고 오시더라고요. 옆에 뚱땡이뒷고기나 숯불촌 손님들이 기분삼아 오시고요. 뚱땡이 식당 옆 골목으로 들어오면 로또방이 있습니다.옥천에 로또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이 읍내 시내버스 종점에 있는 서울로또 말고는 없는 걸로 알아요. 다른 곳은 대부분 편의점이랑 같이 할 텐데요. 로또방이 편의점보다는 머무르는 데 편
지난 9월1일부터 옥천교육도서관 인근에 대박소머리곰탕을 열었어요. 개업 날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했는데요. 그날 준비해 놓은 재료가 다 떨어져서 발길을 돌린 분들이 계셔서 죄송하게 됐죠. 손님들은 점점 늘고 있어요. 점심때 제일 많고요. 저녁은 술손님이 더러 오시는데 아침 식사도 한다는 걸 아직 모르시는 것 같아요.일이 쉴 틈이 없네요. 전날 밤부터 사골 끓이고, 고기 삶을 준비를 하거든요. 다음 날 새벽 5시에 나와서 준비하고요. 이 일이 힘들다는 걸 알아서 고민이 있었죠. 젊었을 때 교동저수지 앞에 ‘이조곰탕’
알람 없는 일요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핸드폰을 본다. 슬슬 배가 고파온다. 침대에 누워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어떤 음식을 할 수 있는지 떠올린다. 하지만 이내 장을 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장을 보고 요리하는 건 너무 귀찮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한 나를 위한 보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배달 앱에 들어가 별점 5점짜리 맛집에서 짜글이 찌개를 주문한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배달 기사가 초인종을 누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을 가지고 들어와 세팅한다. 나를 위한 식사이니만큼 최선을 다
국밥의 새로운 발견이다. 흔히 국밥을 생각하면 뽀얀 국물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곳은 빨갛다. 그리고 매콤하다. 고추 양념장을 넣으니,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는 부드럽고 쫄깃하다. 어제 마신 술이 싹 내려가는 느낌이다. 이 순간만큼은 국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 이 얼큰한 국물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앞에 앉아 말도 안 하고 먹고 있는 친구와 눈이 마주친다. 친구와 마음이 통하는 걸 직감적으로 느낀다.“여기 소주 한 병만 주세요.”■ 빨간 장터국밥에 반한 가족옛날 시골 장터에서 파는 소머리국밥은 빨간 국물이
믿고 의지하는 라이더들과 끈끈한 우정으로 뭉쳤다. 간단한 오토바이 수리를 맡겨도 옥천과 대전을 왕복하면 2~3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 단위로 생업을 이어가는 옥천에 있는 형님, 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가격은 나가지만 내구성이 좋고 잔고장이 덜한 신형 오토바이를 정비하는 작업은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하다. 제대로 수리하고 정비하지 않으면 모두가 힘들어진다. 꼼꼼하고 철저하게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옥천공설시장 인근에 오토바이, 스쿠터와 같은 이륜차를 정비하는 센터가 열렸다. 지난 7월20일부터 정식 개
■ 옥천에 단 하나뿐인 음식점“요식업 처음 해봐요. 직장생활을 보은에서 23년 정도 했어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브런치를 하고 싶었는데 옆에 커피타임이 있어서 겹치지 않는 가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이랑 대전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보다가 카츠랑 후토마키를 먹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맛있어서 충격적이었어요. ‘옥천에는 왜 이런 가게가 없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카츠와 후토마키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래서 이전에 있었던 가게를 인수하고 새롭게 단장했어요.” 지난 7월 26일 교동카츠(옥천읍 교동리)가 개업했다. 교
좋았던 경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 만났던 그날의 설렘은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열렬하게 좋아한 마음은 오래도록 남는다. 더 잘해주고 싶고, 예쁘게 꾸며주고 싶고, 보면 볼수록 매력인 이 친구에게 이유 모를 손길이 간다. 시간이 지나 두근거림이 옅어지고 권태기가 이따금 찾아오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 의리를 지키며 또 다른 설렘이 올 거라 기대하며 기다리고 기다린다. 뜨개는 사랑이다.손으로 실과 바늘을 요리조리 움직여 정성스레 뜬다. 아침 먹고 작업하고, 점심 먹고 작업하고, 저녁 먹고 또 작업하다 보면
정겨운 장날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시골의 오일장을 떠돌며 화장품을 팔았을 그가 떠오른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눈이 내리는 날씨에도, 그는 매일 새벽에 나왔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어느 귀퉁이 골목에 앉아 물건을 펼쳐놓고 손님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타고나길 상인의 기질과는 멀었다. 성정이 쾌활하지는 못한 탓에 악착같이 손님들을 붙잡지도 못했던 그 사람, 어떻게 길에서 ‘장돌뱅이’로 13년이라는 세월을 버텨냈을까.차가운 땅바닥에 앉아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세상을 올려다봤다. 죽고 싶을 만큼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 국물이 끝내줘요빨간 국물에서 담백한 맛을 느끼는 것은 언제나 신선하게 다가오는 반전 매력이다. 매워 보이는 빨간 국물이지만 깔끔하면서 얼큰한 맛을 놓치지 않는 짬뽕 전문점이 있다. 바로 ‘북경반점’(이원면 강청리)이다. 점심시간에 이곳을 방문했는데 주위 골목까지 주차 공간이 꽉 차 있었다. 발 빠른 손님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여기가 짬뽕이 제일 맛있어요.” 최무진 대표(43, 이원면 강청리)의 은은한 미소에는 내공과 자신감이 드러났다. 제일 잘 나가는 메뉴인 고기짬뽕과 추천메뉴인 차돌짬뽕을 고민하다가 차돌
지난달 25일부터 이원면 행정복지센터 맞은편에 수제만두 전문점을 열었어요. 이름이 조금 특이하죠? 외식업중앙회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그때 ‘먹어봐’가 딱 떠오르는 거예요. 마침 옥천에 이런 이름이 없어서 상표 등록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호를 이렇게 낸 거죠.이원에서 중국집을 오래 했어요. 걸어서 2분 거리에 북경반점에서 만 6년을 했거든요. 잘 됐어요. 고기짬뽕 맛있다고 소문도 나고 점심시간에만 70~100명 가까이 왔다 갔으니까요. 이제 나이도 있고 배달까지 하려니까 힘에 부쳐서 박수칠 때 떠나야겠다 싶었던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잘
지난달 29일부터 군북우체국 인근에 한우몸보신탕 전문 식당을 열었어요. 한우몸보신탕(2만원)이라 하면 개고기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개가 아닌 한우를 다루고요. 탕 안에 한우사골, 꼬리, 도가니, 사태 같은 특수부위에 인삼, 은행, 대추를 넣어 말 그대로 몸보신이 되는 음식을 준비했어요.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우몸보신탕 단일 메뉴 딱 하나만 내놓고 있어요. 한우몸보신탕을 주문하면 여기에 돌솥밥이 같이 나오는데요. 손님들이 식사하고 나서 그러시더라고요. 음식 맛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실은 이 메뉴를 10년 가까이 해서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에 한옥으로 된 카페가 자태를 드러낸다. 자그마치 200년 된 고택을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무더운 여름, 더위를 식혀줄 편안한 안식처로 다가온다. 안에서는 6070 올드팝송이 정겹게 들려온다. 옥천에 이런 카페 쉬이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실내, 야외가 확 트인 쾌적한 공간. 초록 잔디가 깔린 드넓은 마당에 야외 테이블, 파라솔, 텐트가 있어 캠핑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마당에 옛사람들이 음수로 활용한 우물도 있고, 한쪽에 장독대들이 줄 지어 있어 볼거리가 나름 풍성하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낭만과 여유가
옥천공설시장 이전에 재래시장을 창립할 때부터 총무를 봤어. 그때가 15년 됐지. 초창기에는 여기가 슬레이트 지붕으로 네 동 있었어. 칸막이 없이 열려있는 공간이었거든. 여기 들어와서 H-빔으로다가 두 동을 지은 거야. 당시에 중소기업청에서 재래시장을 전통시장으로 만든다고 해서 우리가 상인회 조직하고 승인을 받았지. 초대 회장은 강종호 씨가 맡았고, 내가 총무를 맡았어. 지금은 내려놨지만 공설시장상인회 회장으로 5년을 했어.공설시장에서 전통과자를 한 건 23년 됐을 거여. 건물 지어지기 전부터 해서 2002년 월드컵 할 무렵부터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