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양선이 부부, 지난 8월 ‘살롱 드 소하’ 개업
준영 원장, 일대일 상담으로 맞춤 헤어스타일 제공
첫째 아이, 뱃속 태아 안고 올해 옥천에 정착
대전서 하던 ‘퍼스널 컬러’는 추후 계획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게 어디 쉬울까. 짧게 일주일, 한 달 여행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익숙한 주변 풍경,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을 뒤로하는 외로운 결정이다. 더군다나 도시를 떠나 연고도 없는 시골에 정착한다는 건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는 일이다. 생활에 불편함은 없을까,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도시에 하던 일을 여기서도 할 수 있을까 등등.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결정을 미루게 된다.

이들 부부는 그러지 않았다. 이것저것 재지 않았다. 쉽게 말해 질렀다. 남들은 섣불리 판단했다고 할지 모른다. 아무렴 어떤가. 사람 사는 세상이다. 가서 부딪히고 천천히 배워도 늦지 않다. 젊은 패기로, 마음이 가는 대로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우리 가보자, 한 번.’ 그렇게 옥천에 왔다. 농촌이라 해서 농사로 먹고살아야만 할까. 귀농까지는 아니어도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싶다는 생각에 옥천으로 향했다. 그리고 미용실 하나를 차렸다.

살롱 드 소하(Salon de SOHA). 젊은 부부의 감성으로 이름을 세련되게 지었다. 해석하면 프랑스어로 ‘소하의 미용실’이다. 그렇다면 ‘소하’는 무슨 뜻일까. 단순하지만 상호에 의미를 꾹꾹 눌러 담았다. 첫째 아이 ‘하을’ 그리고 이제 곧 있으면 세상의 빛을 보게 될 둘째 아이 ‘소을’에서 이름을 한 자씩 땄다. 그래서 ‘소하’다. 미용실 원장 박준영(30, 읍 가화리) 씨와 미용실 내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양선이(31) 씨 부부가 소하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8일부터 성암리 주택가 인근에 '살롱 드 소하(Salon de SOHA)'가 열렸다. 가까운 거리에 예담마을, 은혜연립이 있다.
지난달 8일부터 성암리 주택가 인근에 '살롱 드 소하(Salon de SOHA)'가 열렸다. 가까운 거리에 예담마을, 은혜연립이 있다.

■ 옛 직장이 있던 옥천으로

“저희는 옥천에 특별한 연고는 없고요. 대전에서 미용 일할 때 만난 손님 중에 옥천 분들이 있었는데요. 그분들이 옥천에 아이들 키우기 좋다고,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첫째 아이가 있고, 지금 둘째를 임신했는데요. 어쩌다 보니 옥천에 살아보는 걸 진지하게 고민했고, 이렇게 옥천까지 오게 됐죠.”

두 사람은 지난 7월 옥천에 정착한 뒤 8월8일부터 성암리 예담마을 인근에 미용실을 차렸다. ‘준영 원장’이라 불리는 박준영 씨는 7년 전 옥천에 일한 경험이 있다. 장야리에 있는 ‘블루핸즈 옥천현대서비스’에서 1년간 자동차 정비를 했다. 2017년 정비 일을 그만두고 그해부터 본격적으로 미용 일에 뛰어들었다.

자동차 정비에서 미용으로 건너올 때 갈등이 있었다. 20대 초반부터 미용 일을 해왔던 아내 선이 씨가 만류한 것. 힘으로 하는 정비와 달리 미용 일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준영 씨는 미련이 남았다. 군 제대하고 정비와 미용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과정에서 정비를 택했는데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미용을 할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살롱 드 소하' 준영 원장이 미용실에 찾아온 손님에게 컷트를 진행하고 있다.
'살롱 드 소하' 준영 원장이 미용실에 찾아온 손님에게 컷트를 진행하고 있다.

“제가 미용하겠다고 했을 때가 연애 시절이었어요. 물론 쉬운 일이야 없겠지만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자는 생각으로 제가 고집을 부렸죠.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바로 시작했어요. 동네 개인샵부터 해서 대형샵에서 일하던 원장님 밑에서도 있었고, 대전 둔산동 번화가에 있는 큰 매장에도 있으면서 계속 일을 해왔죠.”

■ 휴일도 예약 가능, 상담이 우선

실은 두 사람이 ‘살롱 드 소하’에 차별화를 두려 한 게 있었다. 바로 양선이 씨가 대전에서 하던 ‘퍼스널 컬러’였다. 퍼스널 컬러는 개인에게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주는 일이다. 여러 색상의 천을 대조하며 머리 색깔, 옷 색상, 어울리는 화장 톤을 찾는 작업이다. 미용실 내 공간을 따로 둘 정도로 퍼스널 컬러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현재 선이 씨가 출산을 앞두고 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계획이 미뤄졌다.

“2013년부터 미용 일을 했는데요. 결혼하면서 아이를 낳고 육아하면서 공백이 생겼죠. 그러다가 ‘퍼스널 컬러’를 1년 정도 하고 옥천에 넘어온 거예요. 준비는 다 했는데요. 출산하고 안정기에 접어들면 할 생각이에요. 옥천에는 퍼스널 컬러가 없어 생소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자기한테 잘 어울리는 컬러를 찾아드리는 거예요. 제가 시작할 땐 대전에 네 군데 정도 있었고, 지금은 열 군데가 넘을 거예요.”

미용실 내 개인에게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주는 '퍼스널 컬러' 공간이 있다. 현재 양선이 씨 개인 사정으로 '퍼스널 컬러'는 잠정 미뤄졌다.
미용실 내 개인에게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주는 '퍼스널 컬러' 공간이 있다. 현재 양선이 씨 개인 사정으로 '퍼스널 컬러'는 잠정 미뤄졌다.

예약 우선제로 운영하는 ‘살롱 드 소하’는 정기 휴일인 매주 일요일, 월요일에도 예약을 받는다. 준영 씨는 손님마다 모질 상태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상담을 우선으로 진행한 뒤 시술에 들어간다. 가능하면 모발 손상을 줄이고 시술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 ‘인생 머리’를 찾고 싶다면

‘살롱 드 소하’는 기본적인 컷부터 일반펌, 열펌, 염색, 두피·모발 클리닉을 한다. 두피 클리닉은 주로 남성들의 탈모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모발 클리닉은 염색과 펌을 주기적으로 하는 여성들의 손상된 모발에 영양을 넣는 작업이다.

미용실의 대략적인 가격대를 가늠할 수 있는 컷 비용을 살펴보니 학생 컷은 1만5천원, 남성 컷 1만8천원, 여성 컷 2만원을 받는다. 옥천에 있는 다른 미용실과 비교해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 같다고 묻자 이들 부부는 “그만큼 서비스를 더 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살롱 드 소하 내부 모습. 깔끔하면서 화사한 인테리어로 공간을 꾸몄다.
살롱 드 소하 내부 모습. 깔끔하면서 화사한 인테리어로 공간을 꾸몄다.
살롱 드 소하 샴푸대 모습.
살롱 드 소하 샴푸대 모습.

“일반 미용실에 쓰는 약제들과 비교해 고가 라인을 쓰고요. 무엇보다 시골이라 해서 동네 미용실 같은 분위기를 주고 싶진 않았어요. 옥천에도 젊은 사람들이 살고, 원하는 헤어스타일이 다들 있을 거잖아요. 그러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요. 자기에게 투자하는 비용이잖아요. 스타일만 맞고 마음만 맞는다면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느끼실 거예요.”

이들 부부는 개업을 맞아 이벤트를 열었다. 9월까지 컷, 다운펌, 뿌리염색과 같은 기본 시술을 제외한 모든 시술에 20% 할인을 적용한 것. 또 하나는 펌 또는 염색 시술 시 샴푸 또는 팩을 증정하는 이벤트로 제품 소진 시까지 진행한다. 이외에 탈색 패키지 할인 이벤트, 클리닉 회원권 구매 시 제품 증정 이벤트도 있다.

시술을 받고 난 뒤 스타일을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집에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매장에서는 홈 케어용 두피·모발 클리닉 라인의 제품도 판매한다. 샴푸, 트리트먼트, 에센스 제품들이 있는데 제품 회사는 트리센스, 더마일을 쓴다고. 왁스, 스프레이 제품도 다룬다.

■ 두 청년의 옥천 적응기 그리고 소하

지난 7월 옥천에 정착한 살롱 드 소하 박준영(왼쪽) 원장과 미용실 컨설턴트를 맡은 양선이(오른쪽) 씨 부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상호는 이들 부부의 첫째 아이 '하을', 이제 세상의 빛을 보게 될 둘째 아이 '소을' 이름에 한 자씩 따서 지었다.
지난 7월 옥천에 정착한 살롱 드 소하 박준영(왼쪽) 원장과 미용실 컨설턴트를 맡은 양선이(오른쪽) 씨 부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상호는 이들 부부의 첫째 아이 '하을', 이제 세상의 빛을 보게 될 둘째 아이 '소을' 이름에 한 자씩 따서 지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 20대 초반부터 연애하고 결혼까지 한 두 사람. 이들이 만났던 정든 대전을 떠나 옥천에 산 지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 옥천 생활이 어떤지 궁금했다. 특히나 임신과 출산과 관련한 의료 기반이 부족한 옥천에 아쉬운 점이 있어 보였다. 두 사람은 “지금 당장 크게 다가오는 건 병원이라 신경이 쓰이지만, 생활적인 면에 있어서는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출산할 때까지 대전에 조금 더 있다가 왔으면 어떨까 생각도 했어요. 저는 병원에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고, 옥천에는 출산 병원이 없다 보니 불편한 점이 있겠다 싶었는데요. 차로 이동하면 대전과 거리가 멀진 않아 다행이에요. 다만, 병원에 가려면 저희가 같이 움직여야 해서 언제 생길지 모르는 응급 상황에 늘 신경을 쓸 수밖에 없죠.”

개업한 뒤 미용실에 몇 번 찾아온 손님도 있었고, 아예 가족들을 데리고 온 손님도 있었다는 ‘살롱 드 소하’. 화사한 인테리어에 공간도 깔끔하게 정돈돼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 보였다. 인터뷰 중간에 찾아온 학생 손님에게 모발 상태를 알려주고, 신중하게 시술에 들어간 준영 원장을 보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됐다.

준영 원장이 샴푸대에서 컷트를 마친 손님 머리를 감겨주고 있다.
준영 원장이 샴푸대에서 컷트를 마친 손님 머리를 감겨주고 있다.
준영 원장이 쓰고 있는 여러 가위가 진열돼 있다.
준영 원장이 쓰고 있는 여러 가위가 진열돼 있다.

“어떤 손님이든 한 두 번은 겪어봐야 잘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잖아요. 예약을 해주셔도 좋고, 지나가다 들르셔도 좋으니까요. 편하게 오셔서 원하는 스타일도 상담해보시고, 마음이 맞아 계속 와주시면 저희야 감사한 일이죠. 한번 놀러 온다는 생각으로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박준영 씨)

“저희가 처음에 올 때 지향하던 바가 그거였어요. 시골이라 해서 너무 시골스럽게 한다는 느낌보다는 ‘여기서도 이런 스타일이 가능해?’ ‘여기서도 이렇게 머리를 할 수 있어?’ 라는 느낌을 드리고 싶었어요. 시술까지 안 하셔도 괜찮아요. 원하는 스타일이 있으면 굳이 대전까지 나가시지 마시고 상담이라도 한 번 받아보셨으면 좋겠어요.” (양선이 씨)

미용실 안에 개업 축하를 알리는 문구가 있다.
미용실 안에 개업 축하를 알리는 문구가 있다.
살롱 드 소하는 
매장 앞에 '살롱 드 소하'를 알리는 입간판이 있다. 

주소: 옥천읍 성신로 28 1층
전화: 010-7344-0507
영업시간: 오전10시~오후7시 (예악제 우선)
매주 일요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salon_de_so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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