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0일, 이원면 강청리 ‘북경반점’ 개업
최무진 대표, 사골을 직접 고아 만든 담백한 짬뽕 전문점
7년 동안 옥천읍 문정리 신짬뽕 운영하다 이원으로 이사

북경반점의 최무진 대표가 가게 앞에서 손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국물이 끝내줘요
빨간 국물에서 담백한 맛을 느끼는 것은 언제나 신선하게 다가오는 반전 매력이다. 매워 보이는 빨간 국물이지만 깔끔하면서 얼큰한 맛을 놓치지 않는 짬뽕 전문점이 있다. 바로 ‘북경반점’(이원면 강청리)이다. 점심시간에 이곳을 방문했는데 주위 골목까지 주차 공간이 꽉 차 있었다. 발 빠른 손님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여기가 짬뽕이 제일 맛있어요.” 최무진 대표(43, 이원면 강청리)의 은은한 미소에는 내공과 자신감이 드러났다. 제일 잘 나가는 메뉴인 고기짬뽕과 추천메뉴인 차돌짬뽕을 고민하다가 차돌짬뽕을 주문했다. 물론 짬뽕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환상의 짝꿍인 짜장면을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문한 메뉴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차돌과 홍합이 듬뿍 올라간 짬뽕은 딱 봐도 양이 많아 보였다. 홍합을 바르고 차돌을 걷어내니 초록빛의 면이 눈에 띄었다. “우린 면이 부는 것을 방지하는 면 기능강화제 대신 다시맛가루를 넣어요. 그래서 소화도 잘되고 감칠맛도 나고 면도 안 불죠. 시금치 가루도 들어가요.” 숟가락에 짬뽕 면을 올리고 그 위에 차돌을 감싸 한 입 먹었다. 입 안에 꽉 찼다. 짬뽕 국물은 담백하고 구수한 사골 국물이었다. 북경반점의 짬뽕은 사골을 우려 국물을 낸다.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고 계속 당기는 맛이었다. 국물이 끝내준다는 진부하지만, 완벽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릇에 가득 담긴 차돌짬뽕(1만1천원)이다. 차돌박이가 듬뿍 올라간 짬뽕은 고기 맛이 더해져 풍미가 깊었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간짜장(8천원)의 짜장 소스를 부은 모습이다. 짜장면 역시 짬뽕처럼 시금치와 다시마로 만든 면이 돋보인다.

■ 신짬뽕에서 북경반점으로
“신짬뽕에서 장사할 때처럼 북경반점에서도 녹색 면을 유지하고 있어요. 물론 이전에 하시던 사장님이랑 맛은 조금 다르겠지만, 메뉴랑 가격은 예전 북경반점이랑 동일합니다.” 옥천읍 문정리 충북산업과학고 사거리에 위치한 신짬뽕을 7년간 운영하다 이번에 북경반점으로 이사했다. 북경반점을 방문한 손님을 위해 메뉴와 가격을 변경하지 않았다. “가게 문 닫을 때마다 확인 연락이 와요. 한번 먹고 싶은데 왜 안 열었냐고.” 손님이 식당을 찾는 건 가장 기쁜 일이기에 입가에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휴무일 없이 계속 달려왔다. 한 분이라도 더 대접하고 싶었다. “월요일에 문 닫으면 전화가 수십 통이 오고, 일요일에 문 닫으면 또 전화가 많이 와요.” 그나마 화요일에 찾는 손님이 적었다. 앞으로 매주 화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할 계획이다. 

손님을 생각하는 가게는 오픈 시간도 남달랐다. “새벽 6시에 문을 열어요. 그때 찾는 손님이 있거든요. 여기 옆에서 택배하시는 분들이 7시 조금 안 돼서 전화로 주문하세요.” 새벽 6시에 가게 문을 여는 것은 신짬뽕을 할 때부터 습관이었다. “불 켜놓으면 열었나 해서 손님들이 들어오시더라고요.” 가게 옆 LED 간판이 켜지면 북경반점은 문을 연 것이다. 이원역길과 신흥1길이 만나는 곳 사이에 있는 반짝이는 간판은 북경반점의 얼굴이다.

이전 가게인 신짬뽕과 달라진 점은 배달이다. 점심시간인 11시30분~1시를 제외한 시간에 배달이 가능하다. 한 그릇을 배달하더라도 배달료는 없다. 배달의 나라에서 이런 가게는 찾아보기 힘들다. 점심시간에는 홀을 이용하면 맛있는 짬뽕을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다. 신짬뽕의 단골손님에게 이사한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아셨는지 북경반점에 찾아오곤 한다. 어느 날은 점심시간에 배달 주문이 왔다. 신짬뽕을 찾던 분이었다. 점심시간이라 배달이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직접 방문해서 음식을 포장해갔다. 이렇게 알음알음 알고 오신 신짬뽕 단골손님이 많다. 모두 감사한 분들이다.

홀 내부의 모습이다.
홀 내부의 모습이다.
홀 안쪽에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홀 안쪽에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덤프트럭에서 옥천에 정착하기까지
“진짜 안 해본 게 없어요. 22살 겨울에 강원도 태백에 가서 덤프트럭을 샀어요. 근데 제가 운전을 못 하거든요. 그래서 갖다 달라고 해서 중부고속도로 다니면서 일을 했죠. 7년 전쯤에 현대 택배 운영도 했어요. 중화요리는 고향인 괴산에서 시작했어요. 배달 두 달 하고 주방 보조로 두 달 했는데, 빈 가게가 나왔대요. 그래서 거기 계약하고 한 일 년 운영했는데 쫓겨났어요. 장사가 잘됐거든요. 저는 망할 줄 알고 1년만 계약했는데 그 뒤에 집주인 동생이 한다고 그만 나가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옥천으로 와서 신짬뽕에서 7년 정도 장사하고 이원 북경반점으로 왔죠.” 옥천에 정착하기까지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가족과 함께였기에 버틸 수 있었다. “20살에 큰딸을 낳았어요. 막내아들은 청주에서 제대하고 학교 다니고 있고, 위에 두 딸은 밥벌이하고 있고요. 자식 농사는 이제 다 끝났죠.” 힘들었던 과거는 뒤로하고 옥천에서 마을 사람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있다.

■ 짜장면 한 그릇이 주는 행복
“경로당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한 적이 있어요. 맛있다고 하시면 저도 기분이 좋고, 오히려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하죠.” 1년에 두어 번 지역 어르신이나 장애인 분들에게 맛있는 짬뽕과 짜장면을 대접하곤 한다. 덕분에 동네 분들이랑 가까워지는 계기도 되었다. 시간도 내야 하고, 원가도 생각해야 하고, 마음도 내어주어야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다는 기쁜 마음이 더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별일이 아니라는 듯이 무심히 말했지만, 그 속에 담긴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 북경반점 메뉴 정복하기
“서리태콩국수도 짬뽕, 짜장면처럼 같은 초록 면입니다. 한 번 드셔보시면 맛있을 거예요. 신짬뽕할 때 인기메뉴였어요” 여름 제철 메뉴인 콩국수 역시 건강한 다시맛가루와 시금치 가루로 만든 면을 사용한다. 햇빛이 내리비치는 더운 날씨에 북경반점에서 시원하고 몸에 좋은 콩국수를 맛보는 건 탁월한 선택이다. 콩 국물에 시금치로 만든 면이라니, 단백질로 가득한 한 끼가 아닐 수 없다. 북경반점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는 ‘고기짬뽕’이다. 짬뽕 위에 올라가는 돼지고기는 특별히 옥천의 마암정육점 구매한다. 짜장에 들어가는 고기도 마찬가지이다. 저녁 8시까지 장사하기 때문에 약주 하는 손님을 위한 안주 메뉴가 마련되어 있다. 바로 짬뽕 국물(1만5천원)이다. 수북한 홍합과 함께 담백한 국물을 즐기면 술이 술술 넘어갈 것 같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간짜장과, 고기짬뽕이다. 그 외에 차돌짬뽕과 낙지짬뽕을 추천메뉴로 꼽았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간짜장과, 고기짬뽕이다. 그 외에 차돌짬뽕과 낙지짬뽕을 추천메뉴로 꼽았다.

괴산군 연풍면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금 7년째 연고도 없는 옥천에서 지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은 손님이 되고,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었다. “동네 분들도 다 맛있다고 해주세요. 괜찮다고. 동네 사람들이 다 근처에 있으니까 금방금방 알게 돼요. 어떤 집에 놀러 가면 아는 사람이 또 있어요. 그런 게 좋아요.” 옥천에 스며든 최무진 대표가 만든 짬뽕에는 정겨움이 가득하다.

주소: 이원면 이원역길 39
전화번호: 731-7575
운영시간: 오전6시~오후8시 (매주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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