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0일 개업한 ‘장터소머리국밥’
특색있는 빨간 소머리국밥이 인기 요인
이경수 대표, ‘처가인 옥천에서 장사하고파’

 국밥의 새로운 발견이다. 흔히 국밥을 생각하면 뽀얀 국물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곳은 빨갛다. 그리고 매콤하다. 고추 양념장을 넣으니,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는 부드럽고 쫄깃하다. 어제 마신 술이 싹 내려가는 느낌이다. 이 순간만큼은 국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 이 얼큰한 국물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앞에 앉아 말도 안 하고 먹고 있는 친구와 눈이 마주친다. 친구와 마음이 통하는 걸 직감적으로 느낀다.

“여기 소주 한 병만 주세요.”

먹음직스러운 빨간 소머리국밥은 식사도 되고 안주로도 좋다.

■ 빨간 장터국밥에 반한 가족
옛날 시골 장터에서 파는 소머리국밥은 빨간 국물이었다. 지금은 쉽게 찾을 수 없는 모습이다. 그래서 소머리국밥을 상상하면 뽀얀 국물이 떠오른다. 

그때 그 시절, 빨간 장터국밥을 되살리고 싶어, 지난 8월10일 이경수(36, 대전) 대표는 ‘장터소머리국밥’(옥천읍 장야리)을 열었다. 시작은 익산 여산면 여산리에서 외삼촌이 하시는 ‘명가시골장터’였다. 이경수 대표의 어머니인 문선희(61) 씨는 10년 동안 이곳에서 빨간 소머리국밥을 끓였다. 

어느 날 이 대표는 아내와 장모님을 모시고 명가시골장터에 방문했다. 장모님은 그 빨간 국밥을 먹고 한눈에 반했다. 그리고 옥천에 장사를 권유했다. 옥천 주민으로서 소머리국밥은 흔치 않은 메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어머니도 옥천에서 새롭게 장사를 시작하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이경수 대표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처가인 옥천에 자리를 잡았다. 

이 대표의 사촌도 세종에서 소머리국밥 장사를 하고 있다. 온 가족이 빨간 장터국밥에 반한 것이다. 이 맛있는 국밥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전국에 퍼져 가게를 열었다. 그중 하나가 옥천에 있다.

장터소머리국밥의 외관. 나무에 살짝 가려진 ‘소머리 요리 전문점’이 보인다.
장터소머리국밥의 외관. 나무에 살짝 가려진 ‘소머리 요리 전문점’이 보인다.

■ 장터국밥 맛보기
일가족이 반한 국밥은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메뉴판 가장 위에 있는 장터국밥을 하나 주문했다.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로 초고추장이 있었다. 다른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깻가루나 고추냉이 장은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고기를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것이 이 가게만의 특색이었다. 직접 담갔다는 깍두기를 한 입 먹었다. 그러자 곧바로 국밥이 등장했다. 먼저 국물을 맛봤다. 속이 뚫리는 얼큰함이었다. 고기도 먹어봤다.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다. 또 양이 많은 편이었다. 한 끼를 맛있는 음식으로 든든히 채울 수 있는 식사였다. 

점심시간인지라 손님이 속속들이 찼다. 우연히 만난 손님이 서로 반갑게 인사하기도 했다. 생소한 빨간 장터국밥을 맛보기 위한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면 부엌과 메뉴판이 한 눈에 보인다.
안쪽에도 단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한우 소머리만 취급
 국밥에 들어가는 고기는 부드럽고 촉촉했다. 어떤 고기인지 묻자, ‘한우 소머리’라는 자부심 넘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우가 유명하다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고기를 납품받는다. 다른 소머리국밥 체인점은 보통 육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여긴 달랐다. 오직 한우 소머리만 취급하고 있었다. 

식당의 메뉴판이다. 모든 메뉴는 한우 소머리로 만든다.

 한우 소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새벽 7시마다 식당 불을 켠다. 매일 뜨거운 불 앞에서 고기를 삶고, 건지고, 살을 발라낸다. “덜 삶으면 고기가 질기고, 더 많이 삶으면 고기가 많이 부서지니까 적정한 시간대를 딱 맞춰야 해요.” 비결은 여기에 있었다. 3시간에 걸쳐 알맞은 시간에 고기를 넣고 뺀다. 쉽게 보일 수 있지만 몇 초라도 늦으면 안 되기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완벽한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질기지 않고 부들부들한 고기가 탄생한다. 좋은 재료를 구하고, 새벽에 나와 준비하고, 정확한 시간을 맞춰야만 맛있는 국밥 한 그릇을 손님에게 대접할 수 있다.

 이곳은 수육도 남다르다. 수육은 그때그때 손질해서 나간다. 흔히 수육을 주문하면 일반적인 접시에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여긴 빨간 소머리국밥처럼 뭐든 예사롭지 않은 곳이다. 수육은 냄비에 담겨서 가스버너와 함께 나온다. 냄비 뚜껑을 열면 부추 위에 수육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덕분에 수육을 마지막 한 점까지 촉촉하고 따듯하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수육은 한우 소머리 중에서도 가장 귀한 최상급 부위로 구성한다. 그래서 한정품일 수밖에 없다. 하루에 몇 개 나오지 않는다. 저녁에는 이미 재료가 소진되어 맛을 보지 못한 손님도 있었다. 그러니 장터소머리국밥의 남다른 수육을 맛보고 싶다면 서두르는 것을 추천한다. 

하루에 몇 개 나오지 않는 수육이다. 냄비 뚜껑을 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하루에 몇 개 나오지 않는 수육이다. 냄비 뚜껑을 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 벌써 단골이 생기다
 원하는 음식을 위해 얼마나 기다릴 수 있을까? “오픈 시간이 10시인데, 언제 한번 손님들이 9시에 오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곰탕만 가능하고 장터(국밥)는 10시에 나온다고 말씀을 드렸죠. 근데 1시간 기다리셨다가 드시더라고요.” 생소한 빨간 장터국밥을 맛보기 위해서 한 시간쯤은 거뜬히 기다리는 손님이 기억에 남았다. 

 그런가 하면 3일 연속으로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도 있었다. “제가 손님들을 전부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가끔 알 수 있어요. 오셨던 분이 계속 오세요. 택시 기사님 한 분은 연속 3일 정도 오셨어요. 3일째에는 택시 다섯 대가 오더라고요.” 

 아마 그런 마음일 것이다. 이 맛있는 음식을 내가 알고 있다는 자랑과 좋은 걸 먹이고 싶다는 사랑이 담긴 마음 말이다. “가족 입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음식을 만들고 있어요.” 그러니 가장 좋은 재료인 한우 소머리를 사용하고, 새벽부터 나와서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를 손님도 느낀 것이다. 그래서 장터소머리국밥은 사랑하는 사람을 선뜻 데리고 갈 수 있는 식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임채림 기자

주소: 옥천읍 장야리 285-13
번호: 733-9906
시간: 오전10시~오후9시 (주문 마감은 8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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