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죽향리에 개업한 카페 ‘담아정’
2018년 농업회사법인 세워 반찬가게, 카페 운영 중
곽희철 노혜령 씨 부부, 중국서 20년간 식품사업
2014년 한국 돌아와 5년 전부터 옥천 정착해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에 한옥으로 된 카페가 자태를 드러낸다. 자그마치 200년 된 고택을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무더운 여름, 더위를 식혀줄 편안한 안식처로 다가온다. 안에서는 6070 올드팝송이 정겹게 들려온다. 옥천에 이런 카페 쉬이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실내, 야외가 확 트인 쾌적한 공간. 초록 잔디가 깔린 드넓은 마당에 야외 테이블, 파라솔, 텐트가 있어 캠핑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마당에 옛사람들이 음수로 활용한 우물도 있고, 한쪽에 장독대들이 줄 지어 있어 볼거리가 나름 풍성하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낭만과 여유가 가득한 공간, 마치 자연을 그대로 남겨둔 듯한 이곳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며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떨까.

‘바람이 부네요, 그윽한 커피의 향내도 부네요, 부는 향내의 느낌(情)을 어찌 담아갈까요.’ 카페 앞 비석에 적혀 있는 글이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구읍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자리한 이 한옥카페 이름은 담아정, ‘정(情)을 담는다’는 뜻이란다.

정지용생가, 죽향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담아정 카페는 지난해 9월22일 개업했다. 이곳은 옥천에 정착한 지 5년 된 곽희철, 노혜령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리뷰에는 ‘중년 시니어 부부가 친절하게 손님들을 맞이한다’며 호평이 자자하다.

지난해 9월22일부터 구읍에 카페 '담아정'이 열렸다. 가까운 거리에 죽향초등학교, 정지용생가가 있다.
지난해 9월22일부터 구읍에 카페 '담아정'이 열렸다. 가까운 거리에 죽향초등학교, 정지용생가가 있다.

이들 부부는 옥천에 정착한 뒤 2018년 농업회사법인 ‘담아정’을 설립해 담아정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 곽희철 대표가 운영하는 담아정 카페가 2호점이라면, 향수식자재마트에서 노혜령 대표가 운영하는 반찬 가게가 1호점이다.

안내중학교 뒤편에 각종 나물을 키우는 유기농 농장과 금산에 동업자가 운영하는 다슬기 공장도 이들 부부가 세운 법인에서 관리한다. 중국 산둥성 청도에서 오랜 세월 일궈온 사업을 정리하고 2014년 한국에 온 두 사람은 어떻게 옥천에 정착하게 됐을까. 이들 부부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 ‘중국 가면 못 나온다’는 말 뿌리치고

“지난해 지용제 때 카페를 열었으니까 아직 1년이 안 됐죠. 급하게 오픈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동네 사람들이 왜 안 하냐고 해서 일찍 시작했죠. 여기가 카페도 카페지만 정원에 텐트를 설치한 것도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백숙을 드실 수 있는 캠핑 용도로 꾸민 거거든요. 아는 사람들만 알고 오시지 대부분 잘 모르시더라고요. 일단 시간을 두고 손님들 반응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텐트 대여를) 하게 되면 다른 행사도 해보려고요.”

담아정 카페는 곽희철(오른쪽), 노혜령(왼쪽)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은 중국에서 20년간 하던 식품사업을 정리한 뒤 5년 전 옥천에 정착했고, 그 해에 농업회사법인 '담아정'을 설립했다. 노혜령 대표가 향수식자재마트에서 운영하는 반찬 가게가 담아정 1호점, 곽희철 대표가 지키는 담아정 카페가 2호점이다.
담아정 카페는 곽희철(오른쪽), 노혜령(왼쪽)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은 중국에서 20년간 하던 식품사업을 정리한 뒤 5년 전 옥천에 정착했고, 그 해에 농업회사법인 '담아정'을 설립했다. 노혜령 대표가 향수식자재마트에서 운영하는 반찬 가게가 담아정 1호점, 곽희철 대표가 지키는 담아정 카페가 2호점이다.

곽희철 대표는 고향이 청주 옥산면이다. 대전서 학교를 다니고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중국에서 김치, 고춧가루 등을 주력 품목으로 한 식품 사업을 20년간 했다. 1995년부터 한국과 중국을 왕래하다가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고.
그때는 주변에서 다들 만류하는 분위기였다. 중국 들어가면 못 나온다고 했을 정도로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당시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거나 일본이나 미국으로 나아가는 절차 정도로 여겼다.

당시 중국 사람들에게는 만두와 죽 외에는 밖에서 사 먹는다는 개념이 없던 시기다. 그만큼 중국에 소위 잘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지금과 달리 그땐 한국 사람이 오면 나름대로 대접을 받았다. 중국 농산물로 미국이나 일본, 한국에 수출했던 두 사람은 귀한 대우를 받았다. 이들이 운영하는 공장에 일하려고 들어오려는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사업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그러다 2007~2008년 위기를 맞았다.

■ 북경 올림픽 맞물려 어려움 겪어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큰 공장들이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면서 식품 공정이 자동화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작은 공장들이 서서히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더군다나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2008년 당시 불거진 식중독 문제가 불씨에 기름을 얹은 격이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선수들이 경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국가 차원의 대응이 벌어졌다. 당시 후진타오 주석이 식품 수출 금지 명령을 내렸는데 한국 식품, 그중에 가장 많이 먹는 김치가 도마에 올랐다.

담아정 카페 내부 모습. 
담아정 카페 내부 모습. 
담아정 카페 내부 모습. 
담아정 카페 내부 모습. 
담아정 카페 내부 모습.
담아정 카페 내부 모습.

“돌아보면 순전히 인건비 싸움이었어요. 그러다 인건비가 올라가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됐죠. 일할 사람이 없으니 인건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죠. 그 이후부터는 사람을 찾으러 다녀야 했어요. 지금은 인력난 문제가 더 심각할 거예요. 게다가 북경 올림픽 때 식중독 문제가 퍼지니까 우리 사업에 타격을 입었고요. 그때 사업을 그만둬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죠. 중국이라는 나라가 많이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한국 사람이 대우받고 살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한국 사람이 가도 쳐다보지도 않아요. 대기업이 아닌 이상 왜 왔냐 하는 식이죠.”

■ 오래전 사둔 옥천 땅 인연으로

두 사람은 누구도 겪지 못할 인생 경험을 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중국에서 김치 사업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 몸은 몸대로 지쳐 있었다. 20년 동안 한국 사람과 대면하지 않아서 생긴 생활상 어려움도 한몫했다. 이들 부부는 논산 지인에게 비닐하우스 농장을 빌려 쌈채소를 키우며 일한 적이 있다. 그러다 오래전 안내면 인포리에 사 두었던 땅이 인연이 되어 옥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담아정 카페 마당에 옛사람이 음수로 썼던 우물이 있다.
담아정 카페 마당에 옛사람이 음수로 썼던 우물이 있다.
담아정 카페 마당에 야외 테이블과 파라솔, 텐트가 있다. 캠핑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담아정 카페 마당에 야외 테이블과 파라솔, 텐트가 있다. 캠핑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카페 입구 앞에 담아정을 소개하는 비석이 놓여 있다.
카페 입구 앞에 담아정을 소개하는 비석이 놓여 있다.

할아버지 때 이름은 노분순, 아버지 때 이름은 노혜령.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음식 만드는 일을 했던 노혜령 대표는 과거 일식집도 운영하고, 반찬 음식만 40년 가까이 했다. 그는 5년 전 장야리에 있는 엘(L)마트에 비어있던 반찬 코너 자리를 인수했다. 2~3년 뒤에 분식집을 잠깐 한 적도 있다. 현재 향수식자재마트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올여름 쇠비름나물, 명아주 등 몸에 효능이 좋은 각종 나물류를 저장해 판매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맨 처음에는 한국이 낯설었어요. 모든 면이 다 그랬어요. 저희가 한국에 와서 반찬가게를 열려고 했으면 중국에서 많은 걸 가져왔을 텐데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왔거든요. 아쉬움보다는 시원하다고 생각하고 돌아왔는데요. 중국에서 못다 한 게 조금 아쉽긴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한국 와서 카페를 열고 반찬가게를 하는 게 지치거나 하진 않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놀아보니까 불편하더라고요.”

■ 돈이 껴 있으면 신뢰에 금이 간다

사업에 실패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상이 무너질 만큼의 타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곽희철 대표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전 여섯 번의 사업 실패를 겪었다. 곽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아먹었다’고 할 만큼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으며 닳고 닳은 셈이다. 중국에 들어가기 전 회사를 세우고 중국에 투자해서 공장을 만들었던 그는 일곱 번째 사업 시도 끝에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곽희철 대표가 커피를 직접 내리고 있다.
곽희철 대표가 커피를 직접 내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인들의 텃세로 인해 사업을 내려놓게 됐지만 그 안에서 돈 주고도 사지 못할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중 하나가 사람 관계에 돈이 엮여 있으면 얼마든지 금이 간다는 것. 특히나 같이 사업하는 관계에서 밑바탕에 신뢰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데 그 신뢰가 깨지는 원인 중 하나가 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신뢰관계를 뒷받침하고 유지하는 동력은 서류, 즉 계약서밖에 없다고 그는 돌아봤다.

곽희철, 노혜령 씨 부부 두 사람은 예전처럼 인생을 건 큰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하며 옥천에서 카페와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옥천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의 앞날을 응원한다.

“담아정 카페 정직하게 운영하고 있고요. 정원도 그렇고 카페 내부도 깔끔하게 정리해놨으니까요. 많은 분이 오셔서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노혜령, 곽희철 씨 부부가 카페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혜령, 곽희철 씨 부부가 카페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소: 옥천읍 향수길 13-3
전화: 733-1810
영업시간: 오전10시~오후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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