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개업한 아시아마트 2호점
식료품 등 800여 개 품목 판매
베트남에서 한국 온 지 17년 된 ‘이서영’ 대표, “향수 때문에 차린 가게”

 다른 나라에 갈 때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기도 하지만 낯설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다. 입국 심사대 앞에서 승무원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쩔쩔맬 수도 있고, 식당에서 내가 하는 주문을 알아듣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고, 다른 나라 언어로 적힌 간판과 네온사인 앞에서 이질감과 생경함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세상에 덩그러니 똑 하고 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으로 이주해 온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7년 전에는 외국인도 지금보다 없던 시절이라 아마 더욱 낯설었을 것이다. 17년 전 한국으로 이주해 온 한 베트남 사람을 만났다. 그녀의 한국 이름은 이서영(38, 옥천읍), 베트남 이름은 마이리이다. 베트남 여행지로 유명한 호찌민에 살면서 미리 한국어를 배웠다. 유창하진 않았고 필요한 말은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여기 옥천에 와서 뽀로로 같은 만화 영화를 보며 한국어 실력을 키웠다. 옥천에 거주하는 한국 남자와 결혼도 하고 일도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6월 이원면 강청리에 아시아마트를 열었다.

이서영 대표가 가게 앞에서 수줍은 미소를 띄고 있다. 간판에는 여러 동남아시아 국기가 그려져 있다.
이서영 대표가 가게 앞에서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다. 간판에는 여러 동남아시아 국기가 그려져 있다.

■ 2006년 한국 적응기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 고향에 있는 가족과 연락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다. 비 오는 날 전화는 지지직거리며 끊어지고, 비싼 해외 전화 비용 때문에 오래 전화하지도 못해 용건만 간단히 하고 끊기 일쑤였다. 외로운 타지 생활에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 가족의 목소리가 간절했었다. “그땐 전화하기 힘들었어요. 요즘은 화상 통화도 되고 좋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멀리 있는 가족의 얼굴을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옥천에서 적응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물었다. “요즘 애들 똑똑해서 스마트폰으로 한국 문화 어떤지 보고 금방 적응해요.” 이서영 대표는 걱정 없다는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과거 힘들었던 시절,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많이 도와준 사람은 다름 아닌 형님이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국 명절 분위기를 잘 몰랐어도 걱정이 없었다. “우리 시댁 형님이 잘 해주세요. 다 해주세요.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옥천에서 마음 편히 정착할 수 있었다.

 이제 친구도 생기고 여가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전주나 제주도로 여행을 가서 한국 문화를 느끼고, 동네에서 소소하지만 다정하게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고 쇼핑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 아시아마트를 차리고 쉬는 날 없이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서영 대표가 과거 한국에 들어와서 어떻게 적응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서영 대표가 과거 한국에 들어와서 어떻게 적응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 그리운 고향 음식
 이서영 대표가 아시아마트를 차린 이유는 ‘고향 음식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아기 가졌을 때 고향 음식을 너무 먹고 싶은데 이런 데가 없었어요.” 어쩌면 그때 결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옥천에 작은 아시아를 만들겠다고. 가게를 차리기 전에는 다양한 일을 했다.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솜씨도 탁월하다 보니 자연스레 식당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읍내 먹자골목에 쌀국수 가게를 2~3년 정도 했었다. 그러다 장사를 접고 옥천읍 금구리에 식료품점 아시아마트를 열었다. 4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이번엔 이원면 강청리에 아시아마트 2호점을 열었다.

아시아마트 내부 모습이다. 외국어로 적힌 통조림과 라면, 각종 소스를 보면 마치 외국에 온 듯하다.
아시아마트 내부 모습이다. 외국어로 적힌 통조림과 라면, 각종 소스를 보면 마치 외국에 온 듯하다.
식료품 뿐 아니라 찹쌀을 넣어도 마르지 않는 태국 냄비 등 조리 도구도 진열되어 있다.
식료품뿐 아니라 찹쌀을 넣어도 마르지 않는 태국 냄비 등 조리 도구도 진열되어 있다.

■ 주변 반대를 무릅쓴 ‘도전’
 아시아 마트를 차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전부 반대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굴하지 않고 마트를 차렸다. 과거 어린 시절, 한국으로 이주한 후 고향 음식을 그리워했던 날을 떠올리면 아시아마트를 차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향수가 있는 외국인이 주로 아시아마트를 방문한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음식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외국인에게 아시아마트는 따스한 고향이겠지만, 한국인에게는 생경한 외국 같다. 가게에 들어서면 눈을 사로잡는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언어로 적혀있는 각종 식자재와 다양한 품목에 잠시 외국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무려 8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품목이 가게를 꽉 채운다. 정말 ‘옥천 속 작은 아시아’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고수와 같은 향신료는 물론 각종 소스, 냉동식품, 야채, 생필품, 음료, 과자, 통조림 등이 즐비해 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가게 안을 둘러보다가 한국어로 ‘돼지 껍데기’라고 적힌 식자재를 보았다. 정말이지 반가운 마음이었다. 이는 아마 한국에 온 외국인이 옥천에 아시아마트를 발견했을 때 들었던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수입 물품으로 가득 찬 가게 모습이다. 여러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수입 물품으로 가득 찬 가게 모습이다. 여러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물건 마다 하단에 가격표가 제시되어 있어 편리하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물건마다 하단에 가격표가 제시되어 있어 편리하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 딸과 함께 고향 방문
 결혼 1년 후 사랑스러운 딸을 낳았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무려 22살 때 일이다. “그때 동네 아줌마들이 아기가 아기를 낳았다고 했어요.” 그 아이는 자라 지금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다. 가끔 엄마를 돕기 위해 아시아마트에 알바를 하러 온다. 고맙고 기특하다. 최근에 딸과 함께 고향인 호찌민을 방문했다. 코로나 때문에 고향을 가기가 힘들었는데 다행히 최근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해외여행이 활발해진 덕분이었다.

이서영 대표가 기분 좋은 미소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서영 대표가 기분 좋은 미소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옥천에서 자리를 잡은 지 17년, 2호점까지 성공적으로 아시아마트를 연 이서영 대표에게 3호점 여부를 물었다. 기분 좋은 미소로 손사래를 쳤다. “힘들어요. 우리 딸이 처음에는 가게를 물려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안 한다고 하네요.” 호쾌한 웃음소리처럼 긍정적인 이서영 대표는 옥천 속 작은 아시아인 ‘아시아마트’를 꾸준히 운영할 예정이다.

임채림 기자

주소: 이원면 강청리 83-10
번호: 010-3095-0667
시간: 오전10시~오후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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