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양봉연구회 회원들의 땀이 서린 ‘옥천향수벌꿀’
김재형·신재헌 부부, 지난 8월 꿀·화분 유통 판매
양봉업 소득 촉진 목적···바로 옆 ‘한일전자’ 운영

양봉인들의 땀과 노력이 꿀에 녹아있다. 이른 아침부터 자연이 내어준 꿀을 뜨러 누구보다 더 서둘렀다. 땡볕에 피부가 타는지도 모른 채 벌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들. 벌에 쏘이는 건 예삿일이다. 꽃 피는 시기에 맞춰 전국 각지에 돌아다니는 일상이 양봉인들의 숙명처럼 다가온다.

자연의 명약으로 불리는 천연 꿀은 공장식으로 찍어낼 수 없다. 꿀벌들의 희생과 생사를 건 협동으로 만들어진다. 정직한 노동의 결과물이다. 꿀벌들의 성실한 노동이 우리 입을 즐겁게 하는 만큼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귀하고 또 귀하다. 꿀 한 방울에 담긴 벌과 사람의 노고를 새삼 되새겨본다.

8년 전부터 취미 사업으로 양봉업에 뛰어든 김재형(69, 읍 금구리) 씨는 향수양봉연구회(회장 이산무) 회원으로 있다. 향수양봉연구회는 회원 40여명이 활동하며 옥천이나 타지 등 각자 맡은 구역에 가서 꿀 채집을 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그 땀의 가치를 많은 사람이 알려면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리를 좁혀야 했다.

주위 양봉농가들이 채집한 꿀을 판매까지 나아가는 데 어려운 사정을 익히 알던 그는 두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 보조 사업으로 소분 포장 기계만 지원받고 양봉업 소득을 함께 높이기 위해 가게를 하나 차렸다. 지난 8월부터 바로 옆 한일전자를 운영하는 아내 신재헌(67) 씨와 함께 ‘옥천향수벌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지난 8월부터 향수양봉연구회 회원들이 채집한 꿀과 벌화분을 판매하는 '옥천향수벌꿀'이 열렸다. 가까운 거리에 한일전자, 서울정형외과의원이 있다.
지난 8월부터 향수양봉연구회 회원들이 채집한 꿀과 벌화분을 판매하는 '옥천향수벌꿀'이 열렸다. 가까운 거리에 한일전자, 서울정형외과의원이 있다.

■ 이름과 명예 걸고 꿀 판매

“여기는 향수양봉연구회 회원들이 각자 상호를 내서 꿀을 판매하고 있어요. 우리는 여기 있는 기계로 소분만 해주는 역할이에요. 옥천향수벌꿀은 가게 브랜드고, 회원들이 각자 수입을 챙겨가는 방식이죠. 가겟세나 전기세는 우리가 부담하고, 포장 수수료만 받는 거예요.”

옥천향수벌꿀은 향수양봉연구회 회원들이 직접 생산해낸 꿀과 화분 두 가지를 판매한다. 벌들에게 꿀이 밥이라면, 화분은 반찬이다. 화분은 벌이 어린 벌에게 먹이기 위해 뒷다리에 묻혀오는 꽃가루를 말한다. 이들 부부는 꿀과 화분을 스틱 형태로 소분해주는 ‘벌꿀 소분 교반기’를 이용해 각자 상호와 이름, 휴대폰 번호를 포장지에 출력해 팔고 있다. 꿀병으로도 판다.

향수양봉연구회 회원들은 어느 지역에서 꿀이 잘 나오는지, 양봉업의 고충 등을 공유하며 끈끈한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김재형 신재헌 씨 부부는 옥천향수벌꿀에서 만드는 상품들이 개인 사업자 형태로 자기 이름과 명예를 걸며 판매한다고 자부했다.

옥천향수벌꿀 안에 소분 포장하는 기기와 판매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옥천향수벌꿀 안에 소분 포장하는 기기와 판매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옥천향수벌꿀 김재형 대표가 벌꿀 소분 교반기를 작동하고 있다.
옥천향수벌꿀 김재형 대표가 벌꿀 소분 교반기를 작동하고 있다.
자동화 기기로 꿀과 화분을 스틱 포장지에 소분하고 있다.
자동화 기기로 꿀과 화분을 스틱 포장지에 소분하고 있다.

“꿀은 먹어본 사람이 사요. 저 집에서 샀는데 괜찮더라, 믿고 먹을 수 있더라, 이렇게 사 가는 거죠. 꿀은 친환경 기호 식품이잖아요. 이로운 점이 많죠. 피로 해소에도 좋고, 영양 보충도 되고, 건강식품으로도 알려져 있으니까요. 꿀은 어떤 음식이나 음료와 넣어도 잘 어울려요.”

어느 집에나 한 통씩은 가지고 있는 꿀. 그만큼 음식의 부자재로 쓰임새도 다양하고, 꿀 자체로도 달콤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이처럼 몸의 효능이 좋다고 알려진 꿀의 가치가 잊혀 가는 세태에 아쉬움을 느낀 두 사람은 일상에서 누구나 꿀을 즐길 수 있게끔 소 판매에 나섰다.

■ 양봉의 빛과 그늘

양봉농가들은 보통 5~6월에 꿀을 뜨기 시작하고, 7월에는 떠 놓은 꿀을 상품화하는 작업을 한다. 겨울에는 벌들의 활동이 줄기 시작하는데 그 이전인 가을에 말벌잡이가 한창이다. 말벌 한 마리가 꿀벌 한 통의 수만 마리 꿀벌을 ‘아작’ 내는 건 순식간이다. 말벌로부터 꿀벌을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가 양봉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일이다.

말벌도 말벌이지만 양봉은 기후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잦은 비와 이상기온으로 꽃들이 냉해를 입으면 꿀벌 생태계가 곧바로 타격을 받는다. 봉판에 꿀을 채워줄 꿀벌들이 외부 환경으로 인해 사라지기 시작하면 양봉업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들 부부도 꿀벌이 집단으로 폐사하는 이른바 ‘벌집군집붕괴현상’에 예외는 아니었다.

병으로 포장한 아카시아꿀(2.4kg, 5만원), 꿀과 화분을 스틱으로 포장한 박스가 있다.
병으로 포장한 아카시아꿀(2.4kg, 5만원), 꿀과 화분을 스틱으로 포장한 박스가 있다.
병으로 포장한 밤꿀(2.4kg, 5만원)도 있다.
병으로 포장한 밤꿀(2.4kg, 5만원)도 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병균이 돌았어요. 꿀벌이 많이 죽어서 힘든 시기였죠. 진드기(꿀벌응애) 피해라고도 하고, 살충제나 이상기후처럼 여러 이유가 있다던데 아직 확실하게 원인을 못 잡는 모양이더라고요.”

양봉하는 환경이 앞으로 나아질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 한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양봉을 하나의 소명처럼 여겼다. 꿀을 떠서 직접 섭취했더니 피부가 건강해지고 신진대사가 더 좋아져 이 좋은 꿀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다.

김재형 씨는 고향이 안내면 용촌리로 용촌초등학교(3회), 안내중학교(17회)를 졸업했다. 신재헌 씨는 대전이 고향으로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옥천에 온 지 이제 40년이 넘었다. 고향 대전보다 옥천에 더 오랜 시간을 살았기에 옥천사람이나 다름없다.

옥천향수벌꿀 김재형 대표와 바로 옆 한일전자를 운영하는 신재헌 씨 부부가 매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8년 전부터 양봉을 시작한 이들 부부는 향수양봉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회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채집한 꿀과 벌화분을 가져다 포장 판매하고 있다.
옥천향수벌꿀 김재형 대표와 바로 옆 한일전자를 운영하는 신재헌 씨 부부가 매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8년 전부터 양봉을 시작한 이들 부부는 향수양봉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회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채집한 꿀과 벌화분을 가져다 포장 판매하고 있다.

두 사람이 운영하는 한일전자는 1980년대 초반에 개업해 이제 40년이 넘었다. 초창기에는 전자제품 판매가 주를 이뤘는데 20여년 전부터 옥천에 큰 전자상가가 들어서면서 소규모 제품 판매나 출장수리, 도장 서비스 등을 맡고 있다. ‘지역에 어디 내세우고 활동하진 않았다’는 이들 부부의 말에 소박한 마음이 전해진다.

■ 모든 음식에 어울리는 꿀

옥천향수벌꿀은 아카시아꿀과 밤꿀 한 통(2.4kg)에 각각 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아카시아꿀은 달콤한 맛, 밤꿀은 쓴맛과 단맛이 공존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스틱이 포장된 한 상자(45개)에 꿀과 벌화분 각각 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화분과 꿀을 섞어 포장 판매도 한다.

몸에 좋은 보약을 따로 챙겨 먹을 이유가 없을 만큼 꿀이 우리 몸에 좋다고 자부하는 두 사람. 처음엔 취미로 가볍게 양봉을 접했으나 날이 갈수록 양봉의 가치, 꿀벌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이들은 회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얻어낸 꿀벌의 선물을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옥천향수벌꿀’을 지키고 있다.

스틱이 포장된 큰 박스 안에 작은 박스(스틱 각 15개) 3개가 들어있다. 큰 박스는 꿀과 벌화분 각 3만원이며, 화분과 꿀을 섞어 포장 판매도 가능하다.
스틱이 포장된 큰 박스 안에 작은 박스(스틱 각 15개) 3개가 들어있다. 큰 박스는 꿀과 벌화분 각 3만원이며, 화분과 꿀을 섞어 포장 판매도 가능하다.
스틱 포장지 뒤편에 상호와 이름, 휴대폰 번호를 출력
스틱 포장지 뒤편에 상호와 이름, 휴대폰 번호가 출력돼 있다.

“홍삼 액기스도 사다가 어른들에게 선물하잖아요. 꿀도 마찬가지예요. 여행 갈 때 넣어놨다가 꺼내서 드시라고 스틱으로 포장해 나온 거거든요. 우리 세대는 꿀을 음식에 넣어 가미했는데 그러다 보면 덜 먹잖아요. 앞으로 나이 잡순 분이나 젊은 사람 모두가 간편하게 꿀을 드셨으면 좋겠어요.” (신재헌 씨)

“건강식품이잖아요. 설탕이 들어간 과자 이런 것보다 천연 꿀을 드셨으면 좋겠고요. 관리만 잘하면 오래 놔둬도 괜찮아요. 공기 잘 통하고 서늘한 데 두시면 오래 놔둬도 괜찮아요. 보증기간이 2년이에요. 냉장고나 뜨거운 공간에 두면 상하니까 그것만 조심하면 돼요. 설탕 들어가는 음식은 다 꿀이 들어간다고 보면 돼요.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는 꿀을 많은 분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재형 씨)

주소: 옥천읍 중앙로 14
전화: 733-3947, 010-5399-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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