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터로 낚시인들에게 사랑받는 ‘군서낚시터’
우순이 대표, 6년 전 옥천 정착해 낚시터 운영
취미로 배운 유화 등 창작 활동에 관심

누군가 그랬다. 시골에 들어가 살면 외로울 거라고. 6년이 지난 지금, 아직 그런 걸 못 느낀다. 시골 생활이 적적하거나 하진 않았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대전 살 땐 친구 따라다녔다. 그땐 친구들과 맛집 찾아다니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제는 같은 취미라는 관심사로 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림 그리고, 좋은 작품을 보러 다니며 감정을 나누는 사람들. 옥천에 오고 대화거리가 더 풍부해졌다.

틈날 때마다 유화도 하고, 여러 취미 활동을 했다. 사람들은 그런다. 재능이 많으시다고. 아니다. 재능이 아니라 그저 사람 만나는 재미를 붙이다 보니 취미가 덤으로 왔을 뿐이다. ‘어느 선생님 작품이 좋더라’, ‘어디 갤러리가 좋더라’ 하면서 같이 다니니 삶에 활력이 생겼다. 인생의 절반이 흐른 지금, 하고 싶은 게 무궁무진하게 많아졌다.

옥천에 살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 자꾸만 만나고 싶은 모임이 있다. 또래분들은 아니지만 다들 소탈하고 한결같다. 여성회관에서 수업 듣는 날이 기다려진다. 그분들과 같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그 소소한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제 상반기 수업이 끝나고 며칠 전 하반기 수업 신청을 받았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바로 신청했다.

군서면 동평리에 군서낚시터를 운영하는 우순이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6년 전 옥천에 귀촌한 그는 여러 취미 활동을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군서면 동평리에 군서낚시터를 운영하는 우순이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6년 전 옥천에 귀촌한 그는 여러 취미 활동을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우순이(64. 군서면 동평리), 그의 얼굴에서 이제 새내기 귀촌인에서 옥천사람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운영하는 ‘군서낚시터’ 저수지에 흐르는 잔잔한 물결과 가볍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그의 성정을 빼닮았는지 모른다. 평일 1만원, 주말 1만5천원이라는 저렴한 입어료만 받고 사행성 없는 건전한 손맛낚시터를 지키고 있다. 손맛낚시터는 낚싯대로 잡은 물고기를 말 그대로 손맛만 보고 바로 풀어주는 곳을 말한다.

■ 낚시를 몰라도 오고 싶었던 옥천

군서낚시터와 인연은 대략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에는 장령산낚시터로 불렸던 이곳에 남편 강대신(67) 씨가 밤낚시를 하러 종종 들렀다고 한다. 그러다 이 자리를 내놓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이튿날 바로 계약했더란다. 대전서 방화문 전문 제작 사업을 하고 있는 강 씨는 언젠가 연못이 있고 자연과 가까운 귀촌생활을 꿈꿨다. 당시 자녀들이 어렸고 대전서 하던 사업이 있어 바로 옥천에 올 생각은 못 했고, 부모님이 이곳에 살도록 집을 마련했다.

군서에 살던 부모님 두 분은 다 돌아가시고 자녀들이 출가하면서 2017년 11월 옥천에 왔다. 굳이 아파트에 살 까닭을 못 느꼈다. 남편과 40년 넘게 같은 사업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일했고, 이젠 숨을 고르고 싶었다. 그런데 웬걸. 시골살이는 더 부지런해야 했다. 풀과의 전쟁, 어느새 뒤돌아보면 풀이 무성히 자랐다. 낚시터 운영도 만만치 않다. 치어가 많다는 둥, 약을 쳐야 한다는 둥, 손님들의 이런저런 말 한 마디에 처음엔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군서낚시터 중앙 철제다리에서 바라본 모습. 앞에 사택 겸 관리실과 휴게 건물이 있다.
군서낚시터 중앙 철제다리에서 바라본 모습. 앞에 사택 겸 관리실과 휴게 건물이 있다.
평일 오전 시간에도 군서낚시터에 손님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손맛터로 운영하는 이곳은 평일 입어료 1만원, 주말 1만5천원을 받고 있다.
평일 오전 시간에도 군서낚시터에 손님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손맛터로 운영하는 이곳은 평일 입어료 1만원, 주말 1만5천원을 받고 있다.

“저는 낚시의 낚 자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여기 오시는 분들이 다 단골분들이거든요. 3분의 2는 원래 오시던 분, 3분의 1은 더러더러 오시는 분이죠. 그분들이 더 잘 아세요. 그분들 믿고 저는 편안하게 해드리는 역할이지 그냥 있을 뿐이에요. 오시면 입어료 받고, 간식 챙겨드리고, 관리 조금조금 해드리는 거죠. 같이 일 봐주는 아주머니들이 계셔요. 일주일에 아침 잠깐 봐주시면 제가 맘 놓고 활동하고, 야간에는 집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제가 운영하고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까 노하우가 생기고 관리하는 게 수월해졌죠.”

■ 낚시터에 ‘갤러리’가 있네

군서낚시터는 사택 겸 관리실과 휴게실 건물이 따로 있다. 낚시터 중앙에는 화단을 조성해 철제다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치된 모습이 눈에 띈다. 둥근 원 형태로 낚시하는 자리마다 가림막이 있다. 평일 오전에 찾아간 군서낚시터에 손님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누리며 낚시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곳을 잘 들여다 보면 낚시와 이질적인 공간이 하나 있다. 낚시터 입구 왼편에 있는 휴게실 문 앞에 ‘우순이갤러리’라고 적혀 있는 천막을 볼 수 있다.

군서낚시터 정문 왼편에 있는 휴게실에 '우순이갤러리'라고 적혀 있는 천막이 있다.
군서낚시터 정문 왼편에 있는 휴게실에 '우순이갤러리'라고 적혀 있는 천막이 있다.
갤러리 겸 휴게공간으로 쓰이는 이곳에 우순이 씨가 그간 그려온 유화 작품과 생활도자기 등이 있다.
갤러리 겸 휴게공간으로 쓰이는 이곳에 우순이 씨가 그간 그려온 유화 작품과 생활도자기 등이 있다.
6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우순이 씨는 주로 풍경이나 나무를 소재로 그렸다.
6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우순이 씨는 주로 풍경이나 나무를 소재로 그렸다.

안에 들어서자 온갖 그림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벽마다 우순이 씨가 지금껏 그려온 유화 작품과 함께 여성회관이나 평생학습원에서 배워 만든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놓여있다. 6년 전부터 유화를 그리다가 옥천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다는 우순이 씨. 전공도 아닌 취미라고 하지만 나름 공을 들인 모습이다. 풍경 위주로 그린 작품들을 보면서 그가 얼마만큼 그림에 빠져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사진 보면서 똑같이는 못 하고 나름 응용해서 그려요. 저는 꽃 그리는 거 잘 못 해요. 제일 쉬우면서 간단한 풍경을 그리죠. 이제 조금씩 풍경에서 벗어나려고요. 여기는 원래 낚시터 휴게실로 썼어요. 근데 남편이 제조업을 하니까 한 칸 한 칸 뜯어서 갤러리로 만든 거예요. 취미생활로 작품을 하나하나 걸다 보니 이렇게 늘어난 거죠. 사람들이 쉬었다 가고 커피 한 잔 마시는 그런 공간이죠. 손녀딸이 오면 여기가 놀이터예요. 할머니 그림도 보고, 하나의 기쁨이더라고요.”

■ 취미로 사람 만나는 즐거움

전문작가라고 부르기에 조금 쑥스럽다는 우순이 씨. 지금은 다니지 않지만 대전 대흥동에 있는 화실에서 그림 기초를 처음 배웠다. 갤러리에 걸려있는 그림들을 자세히 보니 일일이 점으로 찍은 모습이다. 칠한 게 아닌 세필붓으로 찍은 그림 기법이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사람 키만 한 60호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 병행해 족히 3~4개월 걸렸다고 한다.

우순이 씨가 자작나무를 그린 그림으로 60호 크기다.
우순이 씨가 자작나무를 그린 그림으로 60호 크기다.
우순이 씨 자녀들이 어렸을 때 안내면에 있는 한 냇가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우순이 씨 자녀들이 어렸을 때 안내면에 있는 한 냇가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풍경 그림들 사이에 인물화가 하나 보였다. 우순이 씨 자녀들이 초등학교 3~4학년 때 안내면에 있는 한 냇가에서 찍은 사진을 그림으로 옮긴 작품이다. 큰아이는 ‘나는 왜 몸은 아기인데 얼굴이 아줌마 얼굴이냐’ 했다고.

요새 판화도 조금씩 그리고, 다방면으로 활동을 넓히고 있는 그가 여러 취미를 가진 이유는 정말 소박했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 사귀는 게 재밌어서, 취미를 공유하는 분들을 만나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고 고백했다.

군서낚시터 우순이 대표는 '옥천에 취미로 만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활동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즐겁다'고 말했다.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대전 살 때는 하루하루가 바쁘고, 시골에 와서는 풀과의 전쟁이지만 그래도 사람 만나는 게 정말 감사하고 좋아요.”

조금 더 일찍 이런 취미를 가졌으면 어땠을까 돌아볼 법도 하지만, 우순이 씨는 그러지 않았다. 젊을 땐 그 나름의 시절이 있었던 것이고, 노년에 접어든 지금은 새로운 취미를 얻은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한다. 남편도, 자녀들도, 지인들도 ‘우 작가님’이라고 불러줘 힘이 얻는다. 그 힘으로 군서낚시터를 지키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낚시터를 운영해보니까 책임감이더라고요. 군서낚시터를 찾아와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하고요. 가족 단위로 많이 찾고 있는 만큼 편안하게 오셨으면 좋겠어요.”

주소: 군서면 동평리 74-2
전화: 733-4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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