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0월 개업 후 1년 동안 적자
순두부찌개로 메뉴 변경 후 배달전문업체로 자리 잡아
유영태 대표,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알람 없는 일요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핸드폰을 본다. 슬슬 배가 고파온다. 침대에 누워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어떤 음식을 할 수 있는지 떠올린다. 하지만 이내 장을 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장을 보고 요리하는 건 너무 귀찮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한 나를 위한 보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배달 앱에 들어가 별점 5점짜리 맛집에서 짜글이 찌개를 주문한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배달 기사가 초인종을 누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을 가지고 들어와 세팅한다. 나를 위한 식사이니만큼 최선을 다한다. 부루스타를 가져와 냄비에 음식을 던다. 반찬도 세팅한다. 이제 세상 맛있게 먹을 일만 남았다.

              짜글이 찌개는 매콤하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반찬도 가짓수가 많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짜글이 찌개는 매콤하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반찬도 가짓수가 많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은 식당 음식을 먹고 맛있을 때 ‘집밥 같다’고 하고, 집밥이 맛있을 때는 ‘식당에서 팔아도 되겠다’고 칭찬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두 칭찬은 가장 듣기 좋은 말이다.

 여기 두 칭찬을 모두 들은 식당이 있다. 음식 솜씨가 좋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가게를 차렸다. 그랬더니 손님이 집밥처럼 맛있다고 이야기한다. 식당 달구지는 배달 앱 평점 5점 만점에 5점이다. 후기엔 음식이 집밥 같아서 좋다는 리뷰가 수두룩하다. 식당에겐 최고의 칭찬이 아닐 수 없다.

■ 원래는 닭곰탕을 하려고 했었다
 지난 2018년 10월에 개업한 식당 달구지가 사실 처음부터 이런 칭찬을 받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짜글이 찌개, 순두부찌개, 제육볶음 등을 판매하고 있으나, 원래는 닭곰탕을 주력 메뉴로 판매했었다. 유영태 대표(50, 대전 동구 성남동)는 아내가 만든 닭곰탕이 맛있었고, 주위 사람들도 맛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닭곰탕을 파는 식당을 개업했다. 가게 명함에는 아직도 닭이 그려져 있다. 모두 맛있다고 했으니 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1년 동안 말 그대로 ‘돈을 까먹었다.’ 유영태 대표는 가장 힘들었던 그 시절을 회상했다. “모든 사람이 맛있다고 했으니까 무조건 잘 될 줄 알았죠. 막상 해보니까 닭곰탕이 대중화가 덜 돼서 그런가, 여기 상권이 죽어서 그런가, 장사가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1년 동안은 돈을 못 벌었어요.” 덤덤하게 말해도 그 당시에 겪었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식당 달구지의 외관이다. 닭곰탕으로 장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닭 그림이 남아있다.

■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발돋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메뉴를 전면 교체했다. 손님에게 더욱 친숙한 음식을 선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음식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다. 바로 짜글이 찌개(1만8천원), 순두부찌개(7천원), 제육볶음(1만6천원) 등이다. 언제나 집밥 같은 맛을 내기 위해 매일 밤 음식 개발에도 몰두했다. 그리고 배달을 시작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난 지금, 단골손님이 계속 가게를 찾고 있다.

달구지 메뉴판이다. 가장 잘나가는 메뉴는 짜글이 찌개, 순두부찌개, 제육볶음 순이다.

 4년 전부터 배달을 시작했다. 당시 주변에서 순두부찌개와 짜글이 찌개를 배달하는 가게는 이곳 달구지가 거의 처음이었다고 한다. “이 주변에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홀 손님보다 배달 손님이 많아요. 단골손님도 배달이 더 많고요. 비율로 따지자면 8대2에요. 배달이 8이고, 홀이 2 정도 돼요. 홀은 지인이나 이 주변에서 가게를 아시는 분들만 오고 다른 분들은 대부분 배달이에요.” 비율 측면에서 배달이 압도적인 만큼 식당 달구지는 배달전문업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식당 한쪽에는 배달 용기가 가득했다. 2시가 넘어서도 들어오는 배달을 준비하느라 쉴 틈이 없어 보였다.

배달되는 순두부찌개이다. 도시락 포함으로 2인분을 주문하면 밥과 반찬 6종류가 함께 제공된다.

■ ‘성심성의껏 대접할게요’
 달구지의 정은 눈에 보인다. 바로 계란프라이와 햄이다. 양도 푸짐한 밥 위에 한 장씩 올라가 있다. 노란 계란프라이와 따끈한 햄 한 장은 달구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게다가 무려 4년 동안 유지한 달구지만의 정체성이다. “제 아내하고 머리를 짜면서 고민했어요. 어떻게 하면 성심성의껏 맛있게 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계란프라이와 햄을 올려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죠.” 유영태 대표는 손님에게 달구지만의 특별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배달 앱 리뷰 평점 5점 만점에 무려 5점을 기록했다.

 달구지가 높은 평점을 받게 된 이유는 다양한 반찬도 한몫했다. 무려 6가지나 되는 반찬을 손수 만든다. 주메뉴보다 반찬을 만드는 게 더 손이 많이 갈 정도이다. 그러니 정성이 가득하고 맛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반찬 종류는 매일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반찬을 만들지 고민하는 것도 일이다. 반찬을 고르고, 거기에 맞는 재료를 새로 구매한다. “반찬 좀 팔라는 손님도 있어요. 판매까지 안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고마워서 반찬을 다양하고 맛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반찬은 찾아주시는 손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따스한 마음이었다.

■ 힘들지만, 꿋꿋하게
 “배달이 안 들어와요.” 최근 들어 배달이 많이 줄었다. 배달전문업체라 홀을 찾는 손님도 적은데 배달까지 줄어드니 마음이 심란하다. 물가도 많이 올랐다. 모든 재료비가 2배 정도 상승했다. “재료비 오르면서 마진이 줄었어요. 그래도 손님이 계속 찾아주시니까 그나마 하는 거지. 그것도 손님들이 떨어지면 못 해요.” 그래서 점심부터 저녁까지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장사한다. 주문을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쉬는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식당 내부 모습이다. 배달전문업체지만, 홀에서도 손님이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깔끔하게 유지하고 있다.

 달구지를 영업하기 위해 유영태 대표와 아내는 매일 대전에서 옥천까지 출퇴근한다. 저녁 장사를 하고 대전에 있는 집에 도착하면 9시가 넘는다. 다음 날 새벽 7시쯤 집을 나서야 점심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 집이 가게와 멀어서 몸이 더욱 고단하다. 옥천으로 이사를 오면 편하겠지만 쉽지 않다. 고등학생인 자녀와 함께 대전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독립시킨 후 옥천에 정착할 생각이다. 옥천과 더욱 가까워지는 그날이 올 때까지 유영태 대표는 변함없이 손님을 위해 지금처럼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임채림 기자

주소: 옥천읍 금구리 142-10
번호: 043-733-4995
시간: 오전11시30분~오후8시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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