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지나간 뒤 흔적은 늘 그 자리에서 또 다른 일들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생활의 반복됨을 지나치고 살아갈 뿐이다. 우리들 곁에서 지겹게 괴롭히고 있는 바이러스를 나만 잘 지키면 된다는 의식을 지워야 함을 지금 나 자신이 직면하고 있다. 공동체인 사회라는 커다란 울타리를 버리고는 살 수 없는 현실을 외면 무시한 탓임을 절실히 공부하고 있다.내가 서 있는 곳은 안전지대이지만 이곳을 벗어나는 순간 ‘더불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안일하게 마스크의 번거로움에 짜증을 부린 벌을 달게 받았다. 채찍이 따로 있는 게
영화는 되도록 내용을 해설하지 말고 화면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믿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직설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게 쉽고 빠르며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켄 로치 감독은 우회로를 택하지 않습니다. 돌아 돌아가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가 다루는 소재 역시 아일랜드의 독립운동과 노동자 계급의 현실 등. 침묵조차 치열한 순간들입니다.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한 사람과 한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목수인 다니엘은 심장병이 있어 의사가 휴식을 권고합니다. 그런데, 지급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질병수당
와!~ 아~. 달려라, 달려 더 더 더. 운동장이 떠나갈 듯하다. 만국기가 펄럭이고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야단이다. 오늘은 내가 일하는 죽향초등학교 운동회 날이다. 나도 서류 정리를 하다 말고 잠시 멈추었다. 창문을 통해 소리 소리 지르는 광경을 한참을 바라 보았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도 가을이면 운동회가 의례 하나의 큰 행사였다. 오늘 치러지는 운동회를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요사이는 학생수가 적고 반 수도 한 학년에 두, 세 반 밖에 없으니 예전에 비하면 풍성함이 휠씬 덜해
저는 옥천노인복지관 동년배 상담사입니다. 동년배 상담봉사를 3년 째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전화상담을 하면서 당황스럽고 떨리기도 하고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친절한 복지관 담당선생님의 자상한 지도로 지금은 조금 편안하게 한달에 두 번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서먹했습니다.점점 내담자와 사이가 좁혀지고 친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족같은 마음입니다. 복지관의 밑반찬 배달에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며 전화까지 해 말벗이 되어 고맙다고 할 때는 그 분들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상담을 하면서 같이 웃고 울면서
색 바랜 파란색, 말하지 않아도 집주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대문 앞에 지팡이 대신 노인유모차를 끌고 웅크리고 앉았다. 힘들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큰아들 좋아하는 머위줄기, 푸성귀를 다듬고 있다. 이제 오려나 저제나 오려나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노모의 짠한 모습을 본다. 이제 곧 다가올 나의 거울이다. 부엌문 앞에는 먹다 남은 음식을 먹고 마당, 장독대를 침대삼아 자는 들고양이들의 놀이터다. 구순 노모의 파수꾼들이다. 대문 옆 담장에는 붉은 주홍색 능소화가 색바랜 파란색과 조화를 이룬다.담 옆 채소밭 왕보리수나무가 빨간색으로 옷을
10월의 바람은 온 산과 들판을 아름다운 색옷으로 갈아입혀 준다.사람들의 마음을 어디가 시작인지 끝인지 모르는 행복으로 달콤한 로맨스와 행진곡을 만들어 끊임없이 오선지에 악보를 그려가고 있다. 초록색 들판은 황금물결 일렁이는 파도를 치고, 농부들은 황금색 물결 속으로 덩실덩실 춤추며 헤엄쳐 빠져서 들어간다.들깻잎 누렇게 퇴색되면 땅바닥에 뉘어놓고, 도리깨로 두드리면 숨어있던 알갱이들이 아픔에 못 이겨 살려달라고 밖으로 튀어나온다. 밤나무에 달린 만삭의 엄마 고슴도치들도 땅바닥에 몸을 풀고 있다.간밤에 바람 불며 내린 가을비 맞은 홍
졸업식이나 입학식 혹은 결혼 축하 등 그곳에서 들을 수 있는 소위 한 말씀들은 대개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기억 나는 게 별로 없다. 그런데 나에게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말씀대로 살려고 애 쓰게 하는 아주 좋은 말씀이 있다. 그 하나는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들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소위 좀 잘 나가고 있다는 사람들은 다 한 번씩 단상에 올라 한 말씀을 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분은 다른 사람에 비해 그리 잘 알려진 분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거의 마지막에 차례가 돌아왔다. 그의 말씀은 다른 분들과 달랐다. 내용
시월만 오면 바쁘기 시작한다. 서너평 되는 군유지에 심은 꽃이 예쁘게 피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보라들국이 코스모스와 백일홍이 어울린다. 지나는 행인이 핸드폰에 담아가면 기쁘다. ‘꽃 심기를 잘했구나’ 이 밭은 내 장난감이다. 다른 것은 수확할 수 없으나 쪽파만은 잘 큰다. 호박넝쿨과 동부 넝쿨을 걷었더니 밭이 깔끔해졌다.첫 수확으로 쪽파김치 한통을 담궜다. 흐뭇하다. 애호박 꼬지도 널어 말린다. 토란대도 말리고 분주한 가을이다. 가장 큰일은 곶감이다. 감을 깎아 쭉 걸어놓으면 하루의 기분이 ‘업’ 된다. 조카가 가을이면 이것저것
서울에서 옥천으로 이사 온 지 12년이 되었다. 아파트 15층에 살면서 시내 전체를 내려다보면서 많은 상상을 한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여중학교 승용차 주차 해놓은 것이다. 일 없이 세어보니 36대다. 그것 뿐이랴. 지하주차장도 있으니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만 그만큼이다. 그리고 등하교시간에는 학생들을 학부모가 거의 차로 데려다 준다. 우리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읍에서 여중학교가 있었던 구읍까지 한시간 가는 거리인데 다 걸어서 다녔다.먼 곳이라고 생각도 못하고 늘 길목에서 유정숙이가 기다리고 만나 같이 가고 오고 하였다.
가을 밤을 수놓은 천사들의 재롱잔치였다. 마스크가 아닌 멋드러지는 옷을 입고 무대에 선 어린이들의 모습에 부모들은 카메라를 손에서 떼지 못했다. 카메라를 놓는 순간은 무대를 끝마치고 내려온 어린이를 안아주는 그 순간뿐. 야광봉과 응원보드를 손에 쥔 관객들은 아들, 딸을 찾기에 바쁘다. 지난 6일, 옥천성당 잔디밭에서 소화어린이집(원장 김지은) ‘예술의 밤’ 행사가 열렸다.한달동안 열심히 준비한 소화어린이집 64명의 어린이들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율동부터 발레, 바이올린 합주, 합창까지 준비한 공연도 각양각색이다. 아이들의 재롱에
“아자쌤과 놀다 보면 오늘 시간 시작하겠습니다. ‘여보’라는 말을 쓰는데요. 여보는 같을 여, 보배 보로 ‘보배 같은 귀중한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하고요. 부부 사이에 상대편을 높여 ‘당신’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때 당신은 마땅할 당, 몸 신이 합쳐져 ‘당신은 내 몸과 같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아름다운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아자쌤과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 나누는 시간. 오늘은 사단법인 안전문화교육원 김덕순 행정국장을 만났습니다. 안전문화교육원은 청주에 위치한 교육 및 센터 운영 주체입니다. 김덕순 씨에 따
얼마 전 친구가 카톡을 보내왔다. 낮에 더워서 힘들어하는 내용 이었다. 그 답으로 내가 ‘가을+여름’이라고 간단히 답을 보냈다. 문을 열면 눈에 들어오는 나무들이 푸른 잎을 여전히 지니고 있지만 위쪽은 약간의 아주 연한 노른 빛으로 살짝 색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그런데 이번주에 들어와서는 좀 더 색이 달라지고 있다. 내가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의 한 그루의 감나무가 있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이다. 올해도 아이 주먹만 한 감들이 달렸다. 많이 달리지는 않았다. 여름에는 나무 잎도 초록이고 감도 초록이라서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
아가야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을 보렴.가을 하늘이 파랗고 뭉게구름이 정감을 주고 그리움의 늪으로 빠져드는 걸 부정할 사람은 하나도 없단다. 솜털같은 뭉게구름 속에는 아늑한 작은마을과 산골의 오두막집이 그려진단다. 아가야 놀러가자. 그 옛날로 놀러가보자. 찐한 옛날 사투리를 들려줄께. 땅속에서 끌어올린 우리 옥천 사투리 좀 느껴보거라.아부지 : 야덜아 싸게싸게 인나지 뭣들 하냐?아버지 : 얘들아 빨리빨리 일어나지 뭣들 하니?어매 : 큰 아야 삽짝열고 고샅부터 쓸거라어머니 : 큰 애야 사립문 열고 길가 부터 쓸어라어머이 : 누굴든 도구통
오늘은 우리 고장 옥천문인협회 자랑을 하려고 한다. 옥천 문협이 22년 역사를 가졌다. 올해 우리문협이 전국 최우수 문협으로 선정되어 최고의 상을 탔다. 초대회장으로부터 현회장의 노고와 봉사와 사랑의 결실이다. 지용 청소년 문학상, 류승규 문학 축제, 이은방 백일장 등 소도읍지에서 3개의 문학축제는 특별한 현상이다. 2020년 이명식 문학상에 이어 안후영 충북문학 협회 충북문학공로상 을 받았다. 우리 문인협회 회원들의 실력은 뛰어나다.금종성 세종 문학상, 송용숙 시 낭송 은상을 받았고, 김명자 회장의 열성으로 작년이수암 수필집 출간
작은 물방울도 바위를 뚫을 수 있구나고 느낀 사례가 있어 말씀드립니다. 저는 시니어기자입니다. 경력은 7-8개월의 초보이지만, 열정과 관심은 베테랑 기자의 실력을 능가한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2022년 1월에 노인장애인복지관 '시니어기자 모집' 공고를 접하고 자신도 없고 실력도 없지만, 복지관과 옥천신문사의 따뜻한 배려가 있음을 확신하며 신청했습니다. 컴퓨터도 능숙해야 할 것 같아 컴퓨터 수강도 별도로 신청하였습니다. 지금은 휴대폰 사용도 익숙하여 휴대폰으로 기사를 써서 전송하기도 합니다. 시니어기자단에 합류하고 보니 노인과 주민
현미쌤과 곰디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지난 시간에는 행복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행복은 정말 다양한 순간에 찾아오지만, 스스로 사랑하는 자세로부터 시작하지 않나 싶은데요. 여러분들은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나요? 오늘은 다섯 권의 그림책과 함께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봅시다.우리는 완벽해지고자 스스로를 더 옥죄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면 작은 실수 하나에도 크게 좌절할 수 있는데요. 여기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글 마크 펫, 게리
오늘도 일주일에 한번씩 배달되는 옥천의 대표 주간신문 옥천신문을 펼쳐봅니다. 시니어기자단의 모집 광고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옥천의 시니어분들의 자발적 신청을 기대해봅니다. 저도 지인들께 권유해 보았지만, 한결같은 대답은 자신이 없다네요. 지금 7명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씀을 하시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표현인듯 싶어요. 물론 모든 분들이 훌륭히 기사를 보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니 80대가 4명, 70대가 3명이에요. 60대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도전해보세요. 꼭 필요합니다. 물론 자신이
청국장 냄새가 향기롭다.따뜻한 햇살의 다독임을 받으며 아침을 연다.새벽 일찍 일어나 새친구 나무 풀 한포기까지 인사를 한다.바람의 속삭임을 들으며 졸졸 내리는 시냇물을 보며 작은 다리를 지나 먹자골목을 지나며 맛있는 음식을 보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난다. 새벽 운동으로 동네 한바퀴를 돌며 어릴 때의 추억으로 마음이 흐뭇해지는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집은 읍사무소 앞이었다. 일봉장이 세살이 되었을 때 이사와 스물 일곱살까지 살던 곳이다.지금 지나면서는 가슴아픈 자리다. 경찰서 뒤 어린이공원까지는 좁고 막혔던 곳인데 이차선으로 뚫려 시선
영국의 시인이며 작가인 오스카와일드는 여성의 가장 큰 매력을 경우에 따른 적절한 변화로 들었다. 여성을 '갈대'로 들었다. 갈대나 여름 날씨 구름의 변화로 비유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것은 변심에 대한 이야기다. 와일드가 지적하는 여성의 매력은 두말 할 것 없이 자기에 알맞는 자기 연출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패션감각 뿐이겠는가? 그 안에는 행동이나 표정, 말씨까지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여성의 매력은 변하는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변해야 한다고 느끼는 여성의 감각에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아름다운 여성, 지혜로운 여성, 매력
3년 전쯤 늦은 여름 충북의 옥천 9경 관광지가 궁금하여 맨 처음 찾아간 곳이 한반도 지형의 둔주봉이었다. 내가 아는 한반도의 지형이 있는 곳은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 면에 위치한 곳밖에 몰랐었다.대한민국의 사진을 하시는 분들이 꼭 한번은 찾아가서 렌즈에 담아보는 곳이다. 그런데 충북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 산25-12에 위치한 곳에 한반도 지형이라니 너무 궁금했다.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무작정 차를 몰고 이른 아침부터 네비가 안내하는 대로 갔는데 그곳은 옥천 독락정이었다.이곳이 아닌데? 어떻게 하면 지형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