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3년 전쯤 늦은 여름 충북의 옥천 9경 관광지가 궁금하여 맨 처음 찾아간 곳이 한반도 지형의 둔주봉이었다. 내가 아는 한반도의 지형이 있는 곳은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 면에 위치한 곳밖에 몰랐었다.

대한민국의 사진을 하시는 분들이 꼭 한번은 찾아가서 렌즈에 담아보는 곳이다. 그런데 충북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 산25-12에 위치한 곳에 한반도 지형이라니 너무 궁금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무작정 차를 몰고 이른 아침부터 네비가 안내하는 대로 갔는데 그곳은 옥천 독락정이었다.
이곳이 아닌데? 어떻게 하면 지형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고 독락정 주위에서 올라가는 길이 분명히 있을 거라 하고 인가가 끝나는 지점까지 샅샅이 찾아보았는데 옛길은 다 개인 소유라 다 막혀 있어 막막했다.

다시 차를 돌려 안남초등학교 부근에 차를 두고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임도 길을 걸어서 둔주봉이라고 이정표가 표시된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안내 데크에 도착하여 바라본 순간 깜짝 놀랐다.

진천에 있는 한반도지형은 전망대가 있고 한반도지형전망공원이라는 인증샷을 찍을 수 있으며 평평하고 주차 공간이 넓은 곳이었다.
진천에 있는 한반도지형은 전망대가 있고 한반도지형전망공원이라는 인증샷을 찍을 수 있으며 평평하고 주차 공간이 넓은 곳이었다.

뭐지? 왜 지형이 반대로 되어 있지? 내가 기대를 하고 그림을 그린 것은 이것이 아닌데 이왕에 왔으니 사진은 찍어야 했다.

그런데 계절이 계절인 만큼 하단부에는 숲이 우거져 이래 찍어도 저래 찍어도 연이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음날 다시 둔주봉을 찾아갔다. 첫날처럼 헤매지 않고 초교에도 차를 두고 걷지도 않고 둔주봉의 이정표가 있는 임도길까지 가서 차를 세워두고 여유롭게 갔었던 기억이 있다.

얼마 전 괴산에 사시는 초대작가님이 ‘탁구골프’ 시합이 있다고 톡이 왔다. 도대체 ‘탁구골프’가 어떤 경기인지 나의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합이 있는 날 괴산군 소수면에 위치한 경기장으로 달려갔다. 

경기장에는 젊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연령대가 높아 보이는 사람들만 있었다. ‘탁구골프’는 골프를 즐겨하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 힘 빠지고 주머니 사정도 절감하고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종목이라고 한다. 

그날따라 한여름 무더위의 온도였다. 따라다니면서 경기를 관람하다가 점심때가 되어서 어떻게 하나 하고 있는데 청주에 사시는 작가님이 호출하였다. 증평군청에서 만나서 점심이나 먹자고 했다.

맛집으로 유명한 증평의 소머리국밥 집을 찾아갔는데 토요일이라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유명한 곳이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초평호의 한반도 지형공원으로 한 바퀴 돌아보자고 제안했다. 혹시 둔주봉이냐고 물었는데 모른다고 일단 초평호로 안내를 할 테니 가면서 확인하라고 한다. 

초평호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면서 가슴이 덜컹했다. 온통 낚시꾼들의 방갈로가 초평호를 덮고 있었다. 아찔한 순간 환경오염이 나의 뇌리를 꽝하고 내리쳤다. 
차로 한반도공원을 향하여 임도 길을 올라가는 도중에 이정표 팻말에는 두타산이라고 적혀있었다. '뭐야, 내가 잘못 보았나' 하고 계속 달리는데 팻말은 '네가 아는 둔주봉이 아니야' 하고 말하는 듯했다. 

진천에 있는 한반도지형은 정상까지 차로 올라갈 수가 있어서 좋다고 했다. 속으로 '말도 안 돼'하는데 정상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전망대가 있고 한반도 지형공원이라는 인증샷을 찍을 수 있으며 평평하고 주차 공간이 넓은 곳이었다. 

내가 본 한반도지형은 전망대가 분명히 없고 지형을 바라볼 수 있는 데크밖에 없었는데 그 사이에 공사를 했나? 여러 가지 궁금증이 나를 자극했다.
그래서 빨리 확인을 하려고 가파른 줄도 모르고 올라갔다. 전망대 꼭대기에서 바라본 지형은 안남면 지형 것과 너무나 흡사했다. 단지 다른점은 지형을 둘러싼 초평호의 방갈로였다. 어떻게 둔주봉처럼 똑같은 방향을 하고 있을까? 

나는 한반도지형의 의문을 풀기 위하여 9월 23일 안개가 자욱하게 낀 새벽에 차를 몰고 기억을 더듬어 둔주봉으로 향했다. 이른아침이라 청량한 내음을 마음껏 힐링하면서 카메라 가방을 메고 둔주봉 데크에 도착하니 짙은 안개 속에 잠겨버린 한반도지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었다. 

멈출 수가 없어서 둔주봉 정상으로 올라갔다. 아니 정상석에는 둔주봉이 아닌 ‘등주봉해발 384m’로 표기가 되어 있었다. 아하, 여기 전체가 등주봉 산성이었구나. 확인하고 둘러보니 둔주봉 정상 주위에선 한반도지형을 볼 수가 없었다.
발길을 돌려 전망데크에 와보니 아직도 안개 속에서 한반도 지형의 모습을 보여주질

않아 가져간 간식을 먹고 나타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니 햇볕 받아 뽐내며 나 보러왔냐면서 웃고 있다. 

이제 충북 한반도지형이 자리 잡고 있는 두 곳의 의문을 풀고 나니 웃음만 나온다. 정말 내가 사는 충북의 매력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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