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10월의 바람은 온 산과 들판을 아름다운 색옷으로 갈아입혀 준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디가 시작인지 끝인지 모르는 행복으로 달콤한 로맨스와 행진곡을 만들어 끊임없이 오선지에 악보를 그려가고 있다. 

초록색 들판은 황금물결 일렁이는 파도를 치고, 농부들은 황금색 물결 속으로 덩실덩실 춤추며 헤엄쳐 빠져서 들어간다.

들깻잎 누렇게 퇴색되면 땅바닥에 뉘어놓고, 도리깨로 두드리면 숨어있던 알갱이들이 아픔에 못 이겨 살려달라고 밖으로 튀어나온다.  밤나무에 달린 만삭의 엄마 고슴도치들도 땅바닥에 몸을 풀고 있다.

간밤에 바람 불며 내린 가을비 맞은 홍시는 새벽 시골길 바닥에 떨어져 나 좀 데려가라고 손짓하고, 짙은 향기 가득 담은 모과나무는 노란 연두색 무게를 못 이겨 이리저리 떨어져 나뒹군다. 

빨갛게 잘 익은 사과나무, 유실수들은 입에 가득 고인 침을 삼키게 하는 행복을 주고 있다. 

보기만 해도 먹지 않아도 가슴을 가득 채워주는 만추의 계절. 지나온 놀랐던 순간과 가슴 저리게 아팠던 영상들을 끊임없이 되돌리고, 하늘은 추억 색 구름 물감으로 끊임없이 그림 그리며 흘러가고 있다.

나도 몰래 눈가에 고인 짜디짠 소금물을 훔쳐 내린다. 
이 가을은 우리 모두를 시인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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