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색 바랜 파란색, 말하지 않아도 집주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대문 앞에 지팡이 대신 노인유모차를 끌고 웅크리고 앉았다. 힘들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큰아들 좋아하는 머위줄기, 푸성귀를 다듬고 있다. 

이제 오려나 저제나 오려나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노모의 짠한 모습을 본다. 이제 곧 다가올 나의 거울이다. 

부엌문 앞에는 먹다 남은 음식을 먹고 마당, 장독대를 침대삼아 자는 들고양이들의 놀이터다. 구순 노모의 파수꾼들이다. 

대문 옆 담장에는 붉은 주홍색 능소화가 색바랜 파란색과 조화를 이룬다.

담 옆 채소밭 왕보리수나무가 빨간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축 늘어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따 먹고 가라는 노모의 손짓을 느낀다. 
돌담에는 누렇게 잘 익은 호박들이 무거워진 몸을 주체할 수가 없어 미끄럼을 타고 땅바닥에 누워있다. 

꽃을 좋아하는 큰며느리가 잘 가꾸어놓은 화단엔 알록달록 예쁜 이야기꽃을 피우고 봄이면 처마 밑은 제비들의 보금자리다. 지금은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매주 빠지지 않고 큰아들 내외가 온다. 

며느리는 자기 집에서 노모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챙겨서 정성껏 대접한다. 그러고는 하룻밤을 노모와 함께 지내며 여러 가지 농작물을 관리하다 다음 날 점심때가 지나면 자기들의 집으로 돌아간다. 

소여물 끓이던 부엌의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있다. 큰아들 내외 가고 난 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허우적거리며 여운을 토하고 있다.   

쪽문이 열려있으면 노모가 있고 닫혀있으면 경로당 바깥으로 이웃에 마실 가서 없다.

파란 대문집 사람들은 특별하다. 이곳 청성면 대안리에서 내가 맨 처음 만났고 말을 건넨 집이다. 꽃을 좋아하는 며느리와의 꽃나눔으로 서로 소통하게 되었다.
앞으로 파란 대문의 사람과 함께 펼쳐질 멋진 꽃동네의 그림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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