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녹음 중인 오아시스님
라디오 녹음 중인 오아시스님

영화는 되도록 내용을 해설하지 말고 화면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믿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직설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게 쉽고 빠르며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켄 로치 감독은 우회로를 택하지 않습니다. 돌아 돌아가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가 다루는 소재 역시 아일랜드의 독립운동과 노동자 계급의 현실 등. 침묵조차 치열한 순간들입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한 사람과 한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목수인 다니엘은 심장병이 있어 의사가 휴식을 권고합니다. 그런데, 지급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질병수당이 반려됩니다. 하는 수 없이 실업수당을 대신 신청했는데, 이를 받으려면 구직 활동을 증명해야 합니다. 아파서 일을 그만두고 복지급여를 받으려 하는데,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죠.

게다가 신청 과정도 느리고 답답합니다. 전화 상담은 대기시간이 길고, 컴퓨터 신청은 노인인 다니엘에게 낯선 상자일 뿐입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실업급여도 신청했건만 곧 끊기고 맙니다. 그러다 한부모 가정의 가장인 케이티를 만납니다. 케이티는 새 터전으로 이사 와 지리가 익숙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담 시간에 몇 분 늦었고, 그 바람에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사각지대에 놓인 인물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고자 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미안해요, 리키>도 그렇습니다. 택배 기사로 취업한 리키는 어느 날 강도에게 폭행당하고 배달할 물건을 도둑맞습니다. 이에 회사는 물건값을 배상하고 대체할 기사를 구하라고 지시합니다. 새 직장을 구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겠다는 다짐도 거품이 되고 말죠.

이 두 영화를 놓고 보면, 어쩌면 켄 로치는 주인공을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몰고 괴롭히는 사람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은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는 가정하에, 쉽고 명확하게 그들이 되어 보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깥에서 살짝 잽을 날리며 치고 빠지는 아웃파이터가 현실적인 처세이기에, 인파이터의 가치를 곱씹어보는 시간이지 않을까요?

오아시스님과 함께 영화의 은밀한 매력을 알아보는 시간. 다음 주에는 같은 방송이 송출됩니다. 104.9Mhz와 옥천FM 앱, 유튜브 OBN 다시보기로 만나보세요. 옥천FM공동체라디오 오픈채팅방과 OBN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출연 신청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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