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숙(77, 옥천읍 금구리) 시니어기자
윤창숙(77, 옥천읍 금구리) 시니어기자

졸업식이나 입학식 혹은 결혼 축하 등 그곳에서 들을 수 있는 소위 한 말씀들은 대개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기억 나는 게 별로 없다. 그런데 나에게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말씀대로 살려고 애 쓰게 하는 아주 좋은 말씀이 있다. 

그 하나는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들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소위 좀 잘 나가고 있다는 사람들은 다 한 번씩 단상에 올라 한 말씀을 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분은 다른 사람에 비해 그리 잘 알려진 분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거의 마지막에 차례가 돌아왔다. 그의 말씀은 다른 분들과 달랐다. 내용은 이러하다.

“어떤 사람이 혼자서 아프리카를 여행하였다. 그러다 길을 잘못 들어 어느 인적이 없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정말 난감한 지경이 되었다. 그 때 저 멀리서 한 떼의 원숭이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제는 꼼짝 없이 죽었구나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를 하게 되었다. 마침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얼른 가방을 열고 긴 막대기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아주 가까이 온 원숭이 떼들은 앞에선 대장 원숭이를 위시해서 그를 유심히 쳐다 보고 있었다. 그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살펴 보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우선 그 원숭이에게 웃음을 보냈다. 

그리고는 꺼낸 막대기로 자신의 턱을 쿡쿡 찌르는 시늉을 했다. 그를 쳐다보던 원숭이는 조금 있다가 그들 무리에게 웍~웍 소리를 지르니 모두 흩어져 막대기 하나씩을 들고 왔다. 이제 됐다 싶어 더 신나게 턱을 찌르는 시늉과 함께 몸을 굴려 춤을 추었다. 이를 본 원숭이들은 신나게 그를 따라 하더니 여기 저기서 피를 흘리며 넘어지기 시작했다. 이 때다 싶어 이 여행자는 삼십육계 도망을 쳐 그곳을 벗어났다”고 한다. 

“여러분은 아무것이나 막 유행처럼 따라하면 죽습니다. 내 굳은 마음의 심지가 있어야 합니다.” 길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때는 한 자락 이야기로만 들었으나, 살면서 나를 굳건히 세우며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면 안 된다는 마음의 큰 교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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