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숙(77, 옥천읍 금구리) 시니어기자
윤창숙(77, 옥천읍 금구리) 시니어기자

얼마 전 친구가 카톡을 보내왔다. 낮에 더워서 힘들어하는 내용 이었다. 그 답으로 내가 ‘가을+여름’이라고 간단히 답을 보냈다. 문을 열면 눈에 들어오는 나무들이 푸른 잎을 여전히 지니고 있지만 위쪽은 약간의 아주 연한 노른 빛으로 살짝 색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주에 들어와서는 좀 더 색이 달라지고 있다. 내가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의 한 그루의 감나무가 있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이다. 올해도 아이 주먹만 한 감들이 달렸다. 많이 달리지는 않았다. 여름에는 나무 잎도 초록이고 감도 초록이라서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추석을 지나고 요 며칠 새 이 감들도 노르스름한 빛을 띠기 시작해 초록의 색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나는 아침마다 문을 열면 색의 변화를 보는 것이 일상처럼 되었다. 이번주 들어서는 아침 저녁 싸늘한 기운이 가을에 더 가까이 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따라서 감들도 뚜렷이 구별되는 주황색이 몇 알 보인다. 

어떤 분은 ‘감’은 가을을 먹음이라는 뜻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아니겠지만 운치 있는 말 같다. 가을에 나오는 과일이 어디 감만 있을까마는 왠지 감이라는 어감이 가을을 알리는 과일 같다. 하늘 높이 파아란 색과 감의 주황색의 조화가 잘 어울린다. 

싸~아한 차가움도 버텨내면서 마지막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익어가는 것 같다. 먹는 사람들은 그 치열함을 알지 못하는 게 아닐까?

어떤 식물학자는 가을의 나무들이 옷을 갈아 입기 위해서는 나무들로서는 큰 아픔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봄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주기 위해, 또는 맛있는 열매를 주기 위해서 인간이 알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는 것이다. 

감의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 중에는 둥글 납작한 모양과 좀 길쭉하게 생긴 것이 있다. 또 씨가 없는 감도 있다. 홍시, 단감, 곶감, 고욤과 같은 것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감에 대해서 좀 더 찾아 보았다. 감은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주로 재배되며, 그 종류도 우리나라에만 76종이나 된다고 한다.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지만, ‘디오스프린’이라는 탄닌 성분이 있어 많이 먹을 경우 변비를 유발하게 된다고 되어있다. 

그 외에도 먹감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으로 가구를 만든 고가구가 있다. 고동색 바탕에 나무 결이 검은 색으로 그림을 그려 놓은,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은 멋진 것이다. 이 고 가구들은 드물게 남아 있어 귀하게  취급하고 있다.  

무더위에도 초록의 푸르름으로, 차가움도 굳굳이 잘 견뎌내어 잘 익어 맛있는 먹거리로, 때로는 멋진 가구로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는 고마운 감나무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이들 나무와 같이 자신의 희생으로 조금이라도 내어 줄 수 있는, 삶으로 잘 익어서 아름답게 마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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