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천과의 인연은 생각보다 질겼다. 평생 시인은 윤동주 일 뿐이라고 여겼는데, 옥천군, 옥천문화원의 노력으로 윤동주 시인이 그리도 존경하고 따랐던 정지용 시인을 알게 됐고 시비 건립과 여러 차례 견학 안내까지 맡게 될 줄은 몰랐다. 대전과 일본 교토만 왔다갔다 해서 생의 근거지는 이 두 곳이라 생각했는데 옥천이 최근 추가됐다. 정지용 시인과 옥천은 최근 그의 마음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그가 두달 남짓 전에 옥천으로 이사를 왔기 때문이다. 시골로 이주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용기를 내지 못했는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 아
지난 5월부터 사회적기업 고래실에서 청년 프로젝트형 ‘농촌에서 살아보기’가 진행 중이다.귀농·귀촌을 꿈꾸며 서울에서 내려온 송영철(36,서울)씨는 프로젝트 참가자이다. 안남면 배바우도농교류센터에서 숙박하며 마을 주민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학부생 시절, 가구디자인과와 자동차정비과를 다니며 배운 기술로 시골 일손을 돕고자 트렁크에 공구를 한가득 실어 온 열정 넘치는 그를 안남면 주민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해주고 있다. 그에게 이곳은 기회의 땅이고 보람찬 일이 한가득인 곳이다. 지금 그는 농촌 일원으로 자리 잡고 새로운 꿈을 펼치고
고향 충남 예산을 떠나 옥천에 터를 잡고 52년을 보내기까지. 그 모든 시간은 건축사가 되기 위함이었다. 지금 그는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를 한다. 중학생 시절 그의 손재주를 알아본 은사님의 추천으로 입학한 대전공업고등학교의 건축과. 그곳에서 건축학도의 기반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군 제대 후 사회경험을 쌓고 옥천읍에 강계식건축사무소와 가족의 터를 잡기까지 돌아보니 80년이 훌쩍 지나있다. “이건 고등학교 때부터 쓰던 제도판이야.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 쓰고있지.” 그의 건축사무소에서 강계식(81,읍 문정리)소장을 만났다.“충남 예
흔히 화인산림욕장하면 하늘로 장대하게 뻗친 메타세쿼이어만 떠올리지만, 실은 다양한 나무들이 서식되어 있는 하나의 수목원과 같다. 40년 남짓 전 세계의 나무와 산림욕장, 수목원을 공부하며 직접 가꾼 그의 나무와 숲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나무 하나에도 몇 페이지 얽힌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무료 입장에서 유료입장으로 선회한 이후에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시간 보내기 아깝지 않은 풍경이라는 이유일 것이다. 잘 조림된 숲을 걸어가는 것 만으로 세속의 때를 씻겨내고 잃어버렸던 마음속 자아를 찾는 느낌이랄까. 같이 걸으면 관계가 깊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 어리둥절 어리석은 척 / 옛사람처럼 사람좋게 웃어좀 보시오” 정지용의 시 의 첫 두 연이다. 강설희(51, 옥천읍 마암리) 씨는 이 시를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레 써 내려갔다. 그 결과. 지난2월 개최된 전국대회인 제1회 정지용캘리그라피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 ‘POP 예쁜글씨’에서 시작해 캘리그라피 강사가 되기까지강 씨는 삼양초, 옥천여중, 옥천고를 나온 옥천 토박이다. 그가 글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3년 무렵이었다. 결혼하고
“700평 정도 되죠. 지금 심은 건 고구마인데, 여기 남겨둔 빈 공간에 감자와 들깨도 심을 생각입니다. 공동농장 작물은 보통 이렇게 세 가지를 심는데, 키울 때 봉사자들의 손길이 덜 가면서도 구매 수요가 많은 작물을 고른 겁니다” 장야리 이안아파트 인근에 있는 옥천읍 새마을회의 공동농장을 가리키며 주형철(55, 옥천읍 문정리)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은 설명했다. 옥천읍 남·녀 새마을회는 해마다 공동농장에 작물을 재배한 뒤 수확한 작물을 판매한 기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봉사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봉사를 진행
“장독대가 숨을 쉬어서 햇빛과 바람과 같이 발효되는 것은 그 안의 장이 세월과 함께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원리를 학생들에게 알려주어 장독대의 과학적 원리를 더 알리고 싶어요” 옥천전통발효식품협동조합 김미숙(63, 청성면 구음리) 이사장은 대전의 열두달장독대 아카데미에서 발효식품에 대해 이론부터 실기까지 연구하며 4년째 장독대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대전 열두달장독대 아카데미는 전통 장부터 와인, 천연식초, 전통주 등 전통 발효식품 교육생을 모집하고 교육하며 전통 발효식품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기본반부터 심화반까지 수료하면
틀에 매이지 않고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박 씨 성을 가진 사람은 영어로 Park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럴 수가! 명함에 ‘강아지 짖는 소리’를 말하는 Bark이 적혀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사람 이름에! 집에 강아지를 키우는데 주차를 뜻하는 Park보다 나아서 썼다는 무심한 답이 돌아온다. 그는 바로 지난 4월 한 달 동안 구읍에 있는 교동 갤러리카페에서 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던 박영호(53, 대전 탄방동) 작가다.한남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30년 넘게 서양화를 하며 이번 옥천 전시까지 개인전 8회,
'화양연화'라 했다. 인생의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때를 말하는 말이다. 누구에게는 겁 없던 젊은 날의 패기롭던 시기를 회상할 수도 있고 어떤 누구는 많은 돈을 벌던, 소위 잘 나갔던 시기를 회상할 수도 있다. 이토록 사람마다 화양연화가 다른 이유는 행복의 기준이 달라서가 아닐까. 한평생을 교단에 머문 양해림(61, 옥천읍 마항리)씨의 행복은 옛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러했듯 제자들의 가능성을 찾아 길을 밝혀주는 일이었다. 올해 8월까지 연구년, 이제는 3년 여가 지나면 교단에서 물러나 옥천에서 본격적으로 인생의 2막을 준비하고 있는 양
누구든 어느 시기가 되면 결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 일을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 때는 많은 갈등과 번민이 솟구친다. 때를 놓치게 되면 '폭망'하기도 하고, 시류를 잘 타면 '대박'을 만들기도 한다. 모두 다 할 수는 없다. 잡은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 거기서 갈등은 시작되는 것이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것을 놓는 순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불안과 공포가 엄습한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김승관(71, 이원면 건진리)씨의 결정은 빨랐고 단호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한번 내린 결정은
서성구 청성면 회장 인터뷰청성면은 옥천군에서 제일 면적이 넓고 행정리가 29개로 가장 많은 면이다. 면적이 넓고 마을이 가장 많지만, 지역 면 소재지가 언덕에 있고 고개가 많은데다 생활권이 각기 다르다 보니 면민들이 자주 얼굴 보기가 어려운 지역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청성면은 옥천군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난 면으로 이름을 올렸다. 어떤 악조건도 면민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이 중추에는 바로 역사가 오래된 면의 자생조직 청성면 번영회가 있다. 번영회는 지난해 시대에 맞게 면민협의회로 이름을
很高兴认识你,我们玩得很开心Hěn gāoxìng rènshí nǐ, wǒmen wán dé hěn kāixīn어르신이 나를 보자마자 한마디 먼저 건네셨다. 반은 알아듣고 반은 흘려버렸다.“만나서 반갑고 우리 좋은 시간 보내요” 라고 대충 알아들었다. 뭐 대략의 맥은 통했다.어르신의 인생 강의를 한 수가 아닌 열 수는 배우고 돌아오는 길.발걸음뿐만 아니라 뒤통수까지 꽉 차게 훈훈했던 시간이다.중국어와 영어는 어지간히 한다고 하시며 당신이 소통하는 사람들이 고관대작이 아니니 그냥 저냥 필요한 말 정도 수준이라고 겸손의 미덕까지 보이셨다.
진취적인 청년이다.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해보자’는 의지로 가득했다. 결과가 어떻든 자기 꿈을 실현해 보일 줄 아는 사람, 지난 1일 늦은 저녁 옥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다운(27, 읍 문정리) 씨와 대화를 나누며 든 생각이다.그는 지난 9일 안터교 일원에서 진행된 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쿠키니즈(KOOKINESS)는 2017년 설립된 아웃도어 브랜드로 대표로 있는 다운 씨가 직접 디자인한 바람막이, 티셔츠, 바지 등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었다.■ 포기하
벚꽃이 만개해 주말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던 지난 4월9일 오전 9시, 안터교 인근 대청호수변에 20대 청년들이 예정된 집합지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한 손에 그간 물고기를 잡는 데 썼던 낚싯대를 쥐고 있었고, 어깨에는 갖가지 낚시용품들이 들어 있는 가방을 메며 뚜벅뚜벅 걸어왔다. 화창하고 따뜻했던 날씨 속에 햇빛을 가려주는 모자와 스카프, 선글라스를 챙겨와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복장은 가벼웠고, 걸음걸이는 경쾌했다. 마음만은 참여 열기로 용광로처럼 뜨거웠다.“참가자 여러분, 가져온 낚싯대로 배스를 잡았다고 알리면 저희
4년 동안 지역 내 300여 개 봉사단체를 이끌며 지역사회에 기여한 옥천군자원봉사센터 금정숙 (69, 옥천읍 서대리)센터장이 충북봉사대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사각 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지역을 위해 끊임없이 봉사하겠습니다” 금정숙 옥천군자원봉사센터장이 처음 센터장으로 임명 된 당시에 밝힌 소감이다.금 센터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324개의 봉사단체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2018년 7월부터 라면보따리, 장학금 기증, 벽화 그리기, 주거 환경 개선봉사 등 일선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진두지휘했다. 이런 이력이 바탕이
몸을 움츠러들게 했던 겨울추위가 잦아들고 포근한 봄기운이 주위를 감돈다. 겨울잠에 깨어난 봄꽃들은 기지개를 피며 봄이 왔다는 소식을 알린다. 사람들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저마다 색과 향기를 뽐내는 꽃을 보러 나들이를 간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정처 없이 구경하며 걸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가만히 꽃망울을 바라만 봐도 알 수 없는 떨림이 나를 설레게 하니까.자기 삶을 꿋꿋이 살아내는 꽃은 그런 묘한 끌림이 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갤러리카페 교동에서 개인전을 연 유창숙(62, 대전 동구) 작가 또한 끌림이라는 묘한 감정에 이끌려
연극 영화 경력 40년. 아리랑 엔터테인먼트 이종서 대표(58, 군북면 소정리)가 쌓아온 삶의 이력이다. 그런 그의 이력에 한 줄이 추가됐다. 옥천에 기반을 둔 극단 를 설립한 것이다. 보은군 회남면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지망했지만 떨어졌다. 이후 안양대 국문과에 들어가서도 영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군대에 있을 때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정신과 의사, 선생님 같은 배역은 늘 제 몫이었죠. 제가 좀 점잖은 이미지인가봐요” 배우로 영화 산업에 입문
편집자주_질풍노도같이 쉼 없이 달려온 삶, 여전히 미래는 회색이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떻게 살면 좋을지 생각할 짬을 주지 않았다. 그나마 행복했던 유년시절이 지나면 대입수능에 대한 강박으로 6년이 훌쩍 간다. 그 다음은 대학을 가든 가지 않든 취업 시장에 내던져 진다. 진로에 대한 탐색, 고민 등은 어찌 보면 사치다. 무엇이라고 해야 된다는 ‘강박’이 온 몸이 몸서리치도록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조금 더 익숙한 직업군을 택하지만, 시험에 몇 년째 합격하지 못 하면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이제 어떤 소속도 없이 사회에 툭 내던져진
두메산골 안내면 월외리서 10리를 걸어서 안내초등학교를 다녔다. 1년 선배 월외리 주도완 이장을 비롯해 많은 동네 형, 동생들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면서 다녔던 학교가 아직 생생하다. 학교 운동회는 지역 축제였다.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계는 더 튼실했다. 학교가 지역의 ‘섬’이 아니라 지역이 온전히 품어낸 학교였다. 그 때를 신임 옥천교육지원청 행복교육지구 박종원(50) 장학사는 또렷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참 멀리 돌아왔다. 안내초, 안내중, 옥천고를 졸업하고 청주교대를 나와 영동과 보은,
MBTI(성격유형검사)가 I(내향형)인 사람도 기자를 할 수 있을까? 월간 옥이네 2년차 민완기자 한수진씨는 그런 편견을 단박에 깨뜨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내성적 성격인 한수진 기자가 기자를 할 수 있는 기저에는 '만남'보다는 '이야기'에 있었다.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 들은 이야기를 잘 갈무리하여 맛깔나게 글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그가 벌써 옥천에 스며든 지 2년 째다. 그는 기자로 살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많아져 기쁘다고 했다. '만남' 그 자체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