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안터교 일원서 배스 잡기 대회 열려
아웃도어 브랜드 ‘쿠키니즈’ 정다운 대표 주최
환경정화활동 앞장서···20대 청년 26명 참여

벚꽃이 만개해 주말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던 지난 4월9일 오전 9시, 안터교 인근 대청호수변에 20대 청년들이 예정된 집합지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한 손에 그간 물고기를 잡는 데 썼던 낚싯대를 쥐고 있었고, 어깨에는 갖가지 낚시용품들이 들어 있는 가방을 메며 뚜벅뚜벅 걸어왔다. 화창하고 따뜻했던 날씨 속에 햇빛을 가려주는 모자와 스카프, 선글라스를 챙겨와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복장은 가벼웠고, 걸음걸이는 경쾌했다. 마음만은 참여 열기로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쿠키니즈 정다운 대표가 확성기를 들며 참가자들을 인솔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쿠키니즈 정다운 대표가 확성기를 들며 참가자들을 인솔하고 있다

“참가자 여러분, 가져온 낚싯대로 배스를 잡았다고 알리면 저희 스태프들이 출동할 겁니다. 그러면 배스 중량과 길이를 계측하고 사진을 찍어서 단체 카톡방에 올릴 거고요. 중간에 추첨 시간도 가질 거니까요. 추첨 번호가 뜨면 저희가 준비한 돌림판을 돌려 경품을 챙겨 가시면 되겠습니다. 열심히 하시고 다치지 말아 주세요!”

이날 <쿠키니즈배 옥천군 20대 청년 유해어종(배스) 퇴치 캠페인>을 주최한 쿠키니즈(KOOKINESS) 정다운(27, 읍 문정리) 대표가 확성기를 들며 대회 진행에 나섰다. 일명 ‘배스잡기대회’로 규칙은 간단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누가 중량이 가장 많이 나가는 배스를 잡느냐 하는 것이었다. 외래어종으로 불리는 배스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물고기로 악명이 높다. 널찍한 입으로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기 때문. 이번 대회는 대청호에 사는 다양한 토종 어종을 지키려는 취지로 열렸다.

참가자 한 명이 배스를 잡아 기념촬영을 했다
참가자 한 명이 배스를 잡아 기념촬영을 했다

■ ‘참가비 2만원이 아깝지 않았어요’

옥천과 연고가 있는 참가자 26명은 낚싯바늘에 루어(가짜미끼)를 껴서 배스를 낚는 데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아웃도어 브랜드 쿠키니즈가 기념품으로 제공한 캠페인 티셔츠를 입고 의지를 불태웠다. 검은색 바탕의 티셔츠 뒷면에는 ‘Fight-off’라는 문구와 함께 성조기를 연상케 하는 배스가 그려져 있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정다운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로 ‘외래어종 배스와 싸워서 퇴치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고향 선·후배 또는 지인 소개로 연이 닿아 캠페인에 참여했다. 동이면 적하리 용죽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찬영(25) 씨는 현재 경기도 평택에서 직장생활하고 있다. 2년 전부터 낚시를 즐겼던 그는 마침 외래어종을 퇴치하자는 좋은 취지의 대회가 열려 주말에 시간을 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친구들과 함께해서 정말 즐겁고, 매해 이런 대회가 열린다면 계속 참여할 생각”이라며 “만약 상금을 탄다면 평택에서 왔으니 휘발유 값으로 쓸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고향 구읍에 살며 직장을 다니고 있는 오기현(25) 씨는 어렸을 때부터 알던 지인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오 씨는 “배스를 아직 한 마리도 못 잡았지만 오랜만에 낚시하니까 재미있다”며 “이번에 참가비 2만원을 냈지만 여러 혜택이 있어 비싸다고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스 헌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평소 배스낚시를 즐겼다는 석진만(27, 읍 교동리) 씨. 그는 구읍에 있는 ‘복골올갱이’ 사장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번 캠페인 참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석 씨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후배들과 만나서 이런 자리를 갖게 돼 즐겁고, 앞으로도 이런 대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어도 배가 불러야 흥이 난다. 참가자들은 이날 주최 측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중식을 해결했다. 또한 1시간마다 돌림판 추첨 이벤트가 진행돼 경품을 챙겨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재미와 추억을 쌓았다. 경품으로는 △경진낚시대 △쿠키니즈 티셔츠 △음료수 △낚시용품 웜 △낚시용품 미노우 △쿠키니즈 스티커가 있었다. 이번 행사에 필요한 경품, 중식 및 대회 상금은 참가비 2만원과 함께 옥천 내 후원단체 11곳의 지원으로 마련했다.

잡은 배스를 계측하고 있다
잡은 배스를 계측하고 있다
이번 대회 1등을 차지한 백윤석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 1등을 차지한 백윤석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 2등을 차지한 박은철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 2등을 차지한 박은철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 3등을 차지한 허남웅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 3등을 차지한 허남웅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좋은 취지인 만큼 꾸준히 열렸으면’

폐회식이 열리는 오후 4시가 다가올 무렵, 이쪽저쪽 자리도 옮겨보고 낚싯대를 움직였던 청년들이 오전에 모였던 집합지로 다시 향했다. 이날 잡힌 배스는 총 8마리. 많은 참가자들은 ‘오늘따라 배스가 잡히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달랜 채 짐을 쌌다. 그러나 손맛을 제대로 느꼈던 참가자 3명은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1등에게는 10만원, 2등 5만원, 3등 2만원 상금이 한 명씩 전달됐다.

2.75kg, 55cm. 이번 대회 1등을 차지한 백윤석(27, 대전) 씨가 이날 오전에 잡은 배스 무게와 길이다. 장야리에서 나고 자란 백 씨는 현재 대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는 군 제대한 뒤 20대 초반부터 낚시를 접했다. 백 씨는 “1~2년 (낚시를) 안 하다가 오랜만에 낚싯대를 잡았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고 기분이 조금 얼떨떨하다”며 “이번에 받은 상금으로 여자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갈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2등의 영예를 안은 박은철(22, 읍 죽향리) 씨는 이날 오후에 1.8kg짜리 배스를 잡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일찍 낚시를 접해 물고기와 밀고 당기는 재미를 느꼈던 그는 “낚시를 해서 (상금을) 탔으니까 낚시에 필요한 곳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3등은 영동이 고향이지만 학창시절 옥천고를 다녔던 허남웅(25, 대전) 씨 몫이었다. 배스 무게는 1.5kg. 그는 현재 배재대 건축학과에 다녀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허 씨는 “평소 낚시를 좋아했는데 이런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해 참여하게 됐다”며 “이번 대회 취지가 좋아서 앞으로도 꾸준히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주최 측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안터교 인근 강변에 있던 쓰레기를 주워 담아 환경정화활동에 나서며 의미를 더했다. 또한 이날 잡힌 배스는 군 환경과에 의뢰해 배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담당자에게 처리를 맡겼다. 대회가 끝난 뒤 정다운 대표는 “이번에 처음 진행해본 캠페인이라 안전사고에 특히 유의했는데 무사히 잘 끝나서 뿌듯하다”며 “같이 참여해준 분들, 특히 이번에 후원해준 소상공인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배스잡기대회 캠페인을 후원한 단체는 다음과 같다. △큰길 △동이정육점 △우일건재 △복골올갱이 △고속부동산 △투다리(옥천점) △60계 치킨(옥천점) △가보세 소주방 △무지개마트 △뚱땡이뒷고기 △예쁜꽃집.

대회 참가자들이 이날의 추억을 남기고자 사진을 찍고 있다. 참가자들이 입은 티셔츠는 쿠키니즈 정다운 대표가 디자인한 것으로 성조기 모양의 배스가 그려져 있다

 

지난 9일 안터교 인근 대청호수변에서 배스잡기대회 참가자들이 대회 시작 전 결의를 다지며 기념촬영을 했다
지난 9일 안터교 인근 대청호수변에서 배스잡기대회 참가자들이 대회 시작 전 결의를 다지며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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