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정지용캘리그라피대전 특선 수상자, 강설희 씨를 만나다
캘리그라피로 지용문학관, 방과 후 학교, 평생학습원 종횡무진
행복교육지구 사업 지정돼 6월 중 스포츠스태킹 대회 개최 예정

제1회 정지용캘리그라피대전 특선수상자 강설희 씨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 어리둥절 어리석은 척 / 옛사람처럼 사람좋게 웃어좀 보시오” 정지용의 시 <내 맘에 맞는 이>의 첫 두 연이다. 강설희(51, 옥천읍 마암리) 씨는 이 시를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레 써 내려갔다. 그 결과. 지난2월 개최된 전국대회인 제1회 정지용캘리그라피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 ‘POP 예쁜글씨’에서 시작해 캘리그라피 강사가 되기까지

강 씨는 삼양초, 옥천여중, 옥천고를 나온 옥천 토박이다. 그가 글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3년 무렵이었다. 결혼하고 10년 남짓 이어온 치위생사 일을 그만뒀다. 육아에 전념하기 위함이었다. 출산 뒤에 한동안 주부로 지냈다. TV에서 판촉물을 제작하는 ‘POP 예쁜글씨’ 광고를 봤을 때 강 씨는 간만에 마음이 설랬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다. 꾸준히 하다보니 자격증도 따고, 학교 수업에도 나가게 됐다. “가볍게 시작한 일이 어느새 인생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네요. 무엇보다 글씨 쓰는 일이 재미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좋아서 하는 일은 힘들어도 꾹 참고하게 되잖아요. 캘리그라피도 POP 예쁜글씨를 배우다가 알게 됐어요. POP 예쁜글씨가 상업적인 측면이 강하다면 캘리그라피는 좀 더 예술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아요. 어느 한 쪽이 우월하다는 게 아니라 둘 다 일장일단이 있는거죠” 강 씨는 2014년에 본격적으로 캘리그라피를 시작했다. 이전에도 글씨쓰는 일을 해 온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 학교, 문학관, 군 등 여러 기관과 협업해 캘리그라피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강 씨는 자신의 모교인 옥천여중을 포함해 여러 학교에서 캘리그라피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생학습원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도 강의한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옥천의 전 세대가 강 씨의 수강생인 셈이다. “어르신들의 열의가 대단해서 놀랐어요. 아이들도 방과 후 수업은 보통 글씨쓰기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등록하기 때문에 수업을 굉장히 잘 따라와주더라구요” 지용문학관 방문객을 대상으로 캘리그라피가 적힌 부채를 만들어주는 일도 그의 몫이다. “방문객들 대상으로 글씨를 직접 쓰게 해요. 단순히 부채를 받는 게 아니라 하나뿐인 ‘내’ 부채를 갖는 것이죠. 사람들의 호응도 좋아요” 이밖에 지용제 기획사와 협업해 지용제에 사용되는 전등에 글을 쓰는 일도 했다. 지용제가 온라인으로 열릴 때는 구읍 주민들 집 대문에 달린 등에 글씨를 쓰는 것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캘리그라피를 통해 지역사회의 소통을 촉진하고 관광객에게 옥천을 일을 알리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강 씨가 공모전에 응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수강생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기만 했다. “아무래도 수강생들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공모전 응시를 생각하지는 않았죠. 수강생들이 작년에 열린 장애인식개선 캠패인에서 대상, 최우수상을 받기도 하고 그랬어요. 복지관에서 하는 행사에서도 종종 상을 받아오시는 분도 계셨구요. 이번에는 옥천에서 전국대회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주변에서 권유해주셔서 참가하게 됐죠” 특선을 수상한 것은 기쁘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다. 응모작 두 점 중 한 점이 오탈자가 있어 탈락했기 때문이다. “<발열>이라는 작품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오탈자 때문에 떨어져 아쉬워요. 내년에도 대회가 개최된다고 하니 그때는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죠”  

강설희 씨가 특선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스포츠스태킹' 대중화에 힘쓰다 

강설희 씨는 캘리그라피 강사인 동시에 두 아이의 엄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동, 청소년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대전에 있는 방통대 청소년교육과에 진학했다. 자녀 교육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청소년지도사 과정에서 배운 내용이 아이들을 기르는데 도움이 많이 된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다른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청소년지도사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현재 강 씨의 자녀는 훌쩍 자라서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이 됐다.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좀 더 전문적인 영역을 가지고 싶었다.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스포츠스태킹을 공부했다. 스포츠스태킹은 컵을 빠르게 쌓고 내리면서 속도를 겨루는 스포츠다. 9~12개의 컵을 3-3-3 스태킹, 3-6-3 스태킹, 사이클 스태킹 등 다양한 방법으로 쌓고 내린다. 속도가 중요해 ‘손으로 하는 육상경기’로 불린다. 손과 눈의 협응력, 양손 사용 능력을 배양하기 좋다. 최근 전국대회가 생기고 중학교 체육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대중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다. “보통 청소년이랑 성인이랑 경기를 하면 성인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스포츠스태킹은 중학생이 가장 잘해요. 전국대회 우승자도 그 나이대 애들이죠. 제가 가르치는 중학생들도 속도로는 제가 못 따라가요” 

스포츠스태킹 수업 및 대회 진행으로 행복교육지구 사업에도 선정됐다. 예산 600만원을 지원받아 이번달에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군 내에서 처음으로 스포츠스태킹 대회를 열게 돼 뜻깊어요. 우선 지역아동센터에서 4번 정도 수업을 진행해 스포츠스태킹을 충분히 알릴 생각이예요. 그 뒤에 70여 명 정도를 정원으로 대회를 열 계획입니다. 남녀노소 모두 참여 가능하니 많이 관심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요즘 강 씨는 대회를 준비하느라 캘리그라피보다 스포츠스태킹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그의 1순위 관심사는 스포츠스태킹 대회의 성공적 개최다. 여유가 생기면 캘리그라피 개인전을 열어보고 싶은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며 강 씨는 웃으며 말했다. “글씨 쓰랴, 대회 준비하랴 요즘은 정말 바빠요. 또 집에서 아이들도 돌봐야 되니까요. 물론 다 제가 선택해서 하는 거니 아쉬움은 없어요.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기면 지금까지 써 온 캘리그라피를 모아서 전시전을 열어보고 싶네요. 부지런히 하면 조만간 또 기회가 찾아아오지 않겠어요” 

강설희 씨가 정지용캘리그라피대전에 출품한
강설희 씨가 정지용캘리그라피대전에 출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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