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2천700여 평 샤인머스캣 농사로 매출 2억원을 훌쩍 넘다
이원면 건진리 포도농사의 귀재, 결정의 순간에서 희열을 맛보다

이원면 샤인머스캣 하우스 안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승관씨의 모습이다.
이원면 샤인머스캣 하우스 안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승관씨의 모습이다.

누구든 어느 시기가 되면 결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 일을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 때는 많은 갈등과 번민이 솟구친다. 때를 놓치게 되면 '폭망'하기도 하고, 시류를 잘 타면 '대박'을 만들기도 한다. 모두 다 할 수는 없다. 잡은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 거기서 갈등은 시작되는 것이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것을 놓는 순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불안과 공포가 엄습한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김승관(71, 이원면 건진리)씨의 결정은 빨랐고 단호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한번 내린 결정은 뒤도 안 돌아보고 실행에 옮겼다. 그가 만일 60년 전에 하던 양복점을 그대로 했더라면 삶은 곤궁해졌을 것이고 오래 못 가고 폐업했을 것이다. 시류와 세태를 읽는 힘이 그에겐 있었다. 이원면에서 대전 양복점을 15년 동안 했을 당시, 기성복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 흐름이 앞으로 커질 거라는 예감이 드니 아득했다. 15년 동안 했으면 거의 전문가 수준일 텐데 그는 과감히 포기했다. 

김승관씨는 “15년 간 양복점을 운영하다가 조금씩 맞춤 옷가게들이 쇠퇴했어요. 그러다보니 나도 아버지가 벼농사랑 인삼농사 짓던 거 보고 포도 농사를 시작했죠.”라며 포도 농가를 시작하게 된 에피소드를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짓던 농사를 이어 받았다. 그의 첫번째 결단이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물려 준 밭에 캠벨포도를 주작목으로 복숭아를 부작목으로 40년 가까이 농사를 지었다. 캠벨의 가치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신품종 샤인머스캣이 스멀스멀 올라왔을 때 '그래도 포도의 대명사는 캠벨이지'라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예견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과감히 결행했다. 무려 4년 전에 말이다. 김천과 상주부터 올라 온 샤인머스캣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한참 포도 수확이 좋았을 캠벨 7년 생을 과감히 뿌리채 뽑았다.

그리고 샤인머스캣을 어렵게 구해 한 주에 만원 가까이 웃돈을 주고 다 심었다. 2천700여 평에 3미터 간격으로 빼곡하게 심었다. 그래도 처음엔 불안했다. 불안해서 농사 지은 것은 천평 짜리 하우스째로 6-7천만원에  넘겨줬다. 그리고 한 동은 시범삼아 직접 수확해서 팔아봤다. 그랬더니 하우스 천평에서 1억원이 넘는 매출액이 나오는 거 아니겠는가. 그 때 그는 두번째 결단에 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남은 복숭아밭까지 다 처분하고 샤인머스캣 2천700평 하우스에 올인한다. 700평은 품종개량한 샤인머스캣을 시범포로 심고, 나머지는 일반 샤인머스캣을 심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매출 2억원은 그대로 호가한다. 이원농협 이중호 조합장이 이원면에서 포도 농사 잘 짓는 사람으로 손 꼽는다고 그를 추천한 이유가 분명 있었다. 

이원새마을금고 뒤로 CJ택배 가기 전에 그의 포도 밭이 있었다. 불투명한 하우스 비닐을 걷고서 포도밭에서 이야기 하잔다. 의자도 몇 개 없는데 커다란 포도 잎이 천정을 다 가렸는데 그는 새끼 손톱보다 작은 샤인머스캣을 귀하게 가리키며 한참을 설명한다. 이미 경북 상주 전문인력들이 일단 15만원으로 한바탕 훑고 간 포도밭은 그대로 성장만 하면 될 포도송이들이 고루고루 달려 있었다. 

"샤인머스캣이 켐벨 종보다 찾는 소비자가 훨씬 많아요. 이제 캠벨의 시대는 갔지요. 샤인머스캣이 그냥 포도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어요. 샤인머스캣 품종이 국내에서 나아가 수출도 증가하고 있어요. 대세 분위기는 한참 갈 것 같아요"

주렁주렁 매달린 샤인머스캣을 바라보며 복잡한 알솎기 작업에 인력 부족의 의견을 말하는 김승관씨의 모습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샤인머스캣을 바라보며 복잡한 알솎기 작업에 인력 부족의 의견을 말하는 김승관씨의 모습이다.

■ ‘씨가 없어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많이 찾아요.’

“켐벨 보다는 씨가 없고 당도가 높으니까 애들이 먹는 데는 샤인머스캣이 더 좋아요. 그래서  당분간은 샤인머스캣이 계속 인기가 가지 않을까 싶어요. 또 켐벨은 2kg에 약 1만8천 원 정도 하는데, 샤인머스캣은 덜 단 품종도 1만8천 원 정도 하는데다가 당도 높고 좋은 건 3만2천 원에서 3만3천 원까지도 나가니 작년만 해도 다른 동료들이 다 이걸로 종류를 돌렸죠.” 

김승관씨는 샤인머스캣의 인기가 당분간은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품종이니 농가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이들 샤인머스캣을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품종이 인기가 많아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얘기했다. 김승관씨는 주로 중국과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으로 품종이 수출되고 있고, 1kg에 5만원에서 7만원의 높은 가격대로 유통된다며 국산 샤인머스캣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전했다. 한 번은 TV에서 국산 샤인머스캣이 중국의 고급유통매장에서 한 송이에 12만원으로 팔렸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말하며 샤인머스캣의 국제적 인기에 놀라움을 느끼고 있음을 표현했다. 

또 샤인머스캣 농가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공급이 많아지면 샤인머스캣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샤인머스캣을 재배하려면 묘목이 성장하고 수확하는 데까지 3,4년 정도를 길러야하고, 농사가 좀 까다로워서 모든 사람들이 다 재배하지는 못해요. 샤인머스캣 가격을 2kg에 1만2천 원 정도 밖에 못 받는 농가도 있어요. 2만2천 원에서 2만3천 원 정도는 받아야 하는 건데.”라고 답하며 당장에 가격이 떨어지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 의견을 전했다.

■ ‘인력이 부족하니 이 넓은 농가를 작업하기가 힘들어요’

그러나 샤인머스캣 농가를 크게 운영하는 김승관씨도 인력 부족 같은 문제에 힘이 드는 것은 다른 농가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 가뜩이나 까다로운 재배 방법을 가진 샤인머스캣은 과도하게 달린 열매를 정리하는 알솎기 작업과 포도의 씨를 제거하고 당도를 높여주는 지베렐린 처리를 해야 하는데, 2천700 평의 재배 면적에 달하는 농가를 수작업으로 재배하고 있다. 

상주인력 센터에서 사람들을 보내줘 알솎기 작업을 함께 하긴 하지만 일당 15만원에 30명을 대동하는 작업이라 비용이 많이 들고,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인력이 없어 가족들과 작업을 진행했다며 인력 부족과 비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더해 지베렐린 작업은 1차로 수작업을 진행 후 15일 이내에 2차로 작업을 진행하는 긴 작업 과정을 거치고, 인력을 고용하여도 포도나무의 특성 상 나무의 높이가 높지 않아 사람들이 완벽히 모든 과정을 해내기가 힘들 다며 샤인머스캣 재배에 힘든 부분이 있음을 얘기했다. 

또한 작업을 위해 고용한 인력들에게 일을 맡겨도 포도 재배 기술에 능숙한 작업자들이 많지 않아 작업이 수월하게 되지 않는다며 인력 센터로부터 고용되는 노동자들에게 포도 재배 기술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현장 교육 이외에도 재배 기술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농가를 찾아오면 열심히 가르쳐주겠다는 말을 남기며 포도 농가에 대한 애정과 재배 기술을 많은 이들이 알고 숙련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샤인머스캣의 인기가 지속되고 국내를 나아가 해외에서도 국산 품종이 각광을 받으며 많은 농가들이 샤인머스캣을 재배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농가에서의 인력 부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농가를 운영하고 다른 이들이 이어받길 원하는 농장주들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청년 인력에 많은 농가들이 힘들어 하는 현실이다. 더해 재배 기술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니, 이들에게 귀를 기울여 현장교육을 늘리거나 청년 인력을 모집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여, 부족한 인력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여러 농가들에게 협력의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한편, 그는 시골에서도 열심히 재배기술을 배우고 성실하게 농사를 지으면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식들한테 물려주고 싶은데 농사를 안 지려고 하니 말야. 참 안타까워요. 젊은이들 오면 언제든 기술 가르쳐 주고 제대로 할 수 있다니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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