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달간 교동 카페서 전시를 연 박영호 작가
주제는 ‘특별한 손님’···대전 화실서 취미미술 가르쳐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 생명의 출현 등 그림으로 은유

지난 4월 구읍 교동갤러리카페서 '특별한 손님'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던 박영호 작가를 대전에 있는 화실에서 만나 작품 설명을 들었다.
지난 4월 구읍 교동갤러리카페서 '특별한 손님'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던 박영호 작가를 대전에 있는 화실에서 만나 작품 설명을 들었다.

틀에 매이지 않고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박 씨 성을 가진 사람은 영어로 Park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럴 수가! 명함에 ‘강아지 짖는 소리’를 말하는 Bark이 적혀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사람 이름에! 집에 강아지를 키우는데 주차를 뜻하는 Park보다 나아서 썼다는 무심한 답이 돌아온다. 그는 바로 지난 4월 한 달 동안 구읍에 있는 교동 갤러리카페에서 <특별한 손님>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던 박영호(53, 대전 탄방동) 작가다.

한남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30년 넘게 서양화를 하며 이번 옥천 전시까지 개인전 8회, 단체전 200여회 등을 열었다. 대전서 개인 화실을 운영하는 전업 작가이자 성인들을 대상으로 15년간 취미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지난달 15일 화실에서 만난 박영호 작가의 그림은 독특했다. 유화 기법으로 그려낸 작품 20점 중 대부분은 사과가 가운데 벽을 뚫고 나오는듯한 입체감을 표현했다. 종이가 찢어져 있지 않은데도 그 모습을 실제처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였다. 이런 기법을 시도한 이유를 묻자 그는 ‘탄생’ ‘땅에서 새싹이 올라오는 이미지’ ‘아래서부터 깨어나는 느낌’이라 말하며 해석의 여지를 열어 놨다. 몇몇 그림에는 주사위가 작게 보였다.

특별한 손님.
특별한 손님.
특별한 손님
특별한 손님
빛나는(shining)
빛나는(shining)
시작-오늘이 봄날.
시작-오늘이 봄날.
사과, 해바라기를 밝은 톤의 이미지로 그려냈다.
사과, 해바라기를 밝은 톤의 이미지로 그려냈다.

■ 흔들리는 주사위는 답을 주지 않았다

“사과를 좋아하는데요. 나를 은유한 거죠. 나를 대신하는 대상이 꽃이 될 수 있고요. 사과나 벌이 될 수도 있고 그리기 나름이에요. 무언가가 생성되고, 어떤 지점에 가서는 주사위가 던져지는 느낌이랄까요.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결정된 게 없으니까요. 어떤 숫자가 나올지 모르는 거고, 그걸 주사위에 빗대 표현했어요. 종이가 찢겨져 있는 건 실제 그 상황을 연출해서 조명이나 기술을 적용한 거예요. 상상으로 그리긴 어려워요.”

충남 논산이 고향인 박 작가는 옥천에 그림을 전시한 게 이번이 처음이다. 낚시를 좋아해 가끔 옥천이나 금산에 놀러 왔던 그는 산세가 가파르고 돌산이 많은 금산보다 옥천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딸기 그림 화가로 알려진 이원에 사는 김호성 작가와도 친분이 있다. 폭력이 난무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그는 그림을 그린 시간만큼은 자유를 만끽했다. 학생 때 다차원 미술의 거장으로 알려진 우창훈 작가에게 배우며 미술 세계를 접했다.

아니요, 후회하지 않아요.
아니요, 후회하지 않아요.

이번에 전시된 그림 중 해골이 그려진 작품이 눈길을 끈다. 마찬가지로 해골 사이를 뚫고 빨간 꽃이 튀어나오는 표현 방식이다. 작품 제목은 ‘아니요, 후회하지 않아요’, 프랑스 샹송가수로 유명한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제목이다. 박 작가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예술가의 시대적 상황을 떠올리며 음악을 듣고 영감을 얻었다”며 “해골은 죽음을 뜻하고, 여기서 꽃이 죽음을 뚫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작은 또 다른 시작으로.
시작은 또 다른 시작으로.
특별한 손님
특별한 손님

■ 당신에게 특별한 손님은?

“특별한 손님은 저에게 그런 거죠. 어떤 손님이 오면 간단하게 차를 대접하거나 음식을 내어줄 수 있잖아요. 먹는 걸 떠올릴 수도 있지만 다른 것일 수 있죠. 파리가 앉았다 갈 수도 있고, 지나가는 벌레를 만날 수도 있고요. 그게 꼭 곤충이 아니더라도 제3의 다른 존재가 될 수도 있잖아요. 생각해볼 여지는 많아요.”

까꿍-Peekaboo.
까꿍-Peekaboo.

사과, 바나나, 방울토마토를 그려 얼굴을 형상화한 그림도 흥미롭다. 작품 제목은 ‘까꿍-Peekaboo’. 

“아이들이랑 ‘까꿍’ 하면서 놀이하는 게 있어요. 얼굴을 잠깐 가렸다가 보여주는 걸 영어로 피카부(Peekaboo)라고 하거든요. 그게 아이들에게 중요한 과정이래요. 존재의 연속성을 이해시키는 일이죠. 엄마가 잠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아이들이 불안해 한데요. 그런데 다시 나타나면 아이들은 존재를 인식하고 안심하죠.”

그림 그리는 데 소질은 중요하지 않다는 박영호 작가. 미술을 배우러 온 수강생들이 자기 안에 있는 예술성을 스스로 찾게끔 끄집어내 주는 게 그의 일이다.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 8년 전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한 수강생은 “선생님은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회원들 개개인에게 맞춰서 지도해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작가에 따르면 미술을 본업으로 하는 사람은 개인 화실을 운영하지 않고는 어려운 여건 속에 있다. 그러나 그는 예전보다 전업 작가로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분명 나아진 편이라며 작품 판매나 무료 전시, 출강 등을 통해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안겨다 주는 작품 활동에 만족감을 드러낸 그는 좋은 기회로 옥천에 그림 전시를 하게 돼 기쁘다고. 박 작가는 “제 작품을 파격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고, 독특하고 재밌게 보는 분들도 있고 다양하다”며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호 작가의 개인 화실에서 한 수강생이 그림에 열중하고 있다. 박 작가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취미 미술을 15년간 가르치고 있다.
박영호 작가의 개인 화실에서 한 수강생이 그림에 열중하고 있다. 박 작가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취미 미술을 15년간 가르치고 있다.
박영호 작가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영호 작가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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