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읍 새마을지도자 협의회 주형철 회장과 이상순 부녀회장을 만나다
20년 이상 회장 직을 맡으며 꾸준히 이어온 다양한 봉사활동
어려운 여건과 고된 노동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원동력은 봉사가 주는 보람

“700평 정도 되죠. 지금 심은 건 고구마인데, 여기 남겨둔 빈 공간에 감자와 들깨도 심을 생각입니다. 공동농장 작물은 보통 이렇게 세 가지를 심는데, 키울 때 봉사자들의 손길이 덜 가면서도 구매 수요가 많은 작물을 고른 겁니다” 장야리 이안아파트 인근에 있는 옥천읍 새마을회의 공동농장을 가리키며 주형철(55, 옥천읍 문정리)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은 설명했다. 옥천읍 남·녀 새마을회는 해마다 공동농장에 작물을 재배한 뒤 수확한 작물을 판매한 기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봉사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봉사를 진행하고자 지난 4월29일 새마을지도자회와 새마을부녀자회 소속 회원들이 공동농장에 모여 구슬땀을 흘렸다. “서른 명 정도 모였어요. 농번기라 많이 못 오신 거였지만, 그래도 힘을 합치니 아침에 모여서 4시간 정도 만에 고구마 모종 심기를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순(69, 옥천읍 장야리) 새마을부녀회장도 당시의 상황에 대한 기억을 말해주었다. “작황이 좋아야 할 텐데, 몇 년째 날이 가물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공동농장뿐 아니라 농민들 모두를 위해 비가 좀 왔으면 싶어요” 근심 어린 주 회장의 말에 이 회장 역시 뒷짐을 지고 마른하늘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공동농장만이 아니었다. 새마을회의 봉사활동 일정표는 1년 내내 촘촘하게 짜여 있었다. “정말 일이 많고 바빠요. 워낙 일이 많으니 군의원 후보들이 지자체 조례 개정으로 새마을회 간부들도 마을 이장처럼 수당을 주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더라고요. 실제로 변화까지 이어질지는 선거 끝나봐야 알겠죠” 주 회장의 설명에 이 회장도 “정말로 1년 내내 봉사를 한다”며 공감을 표했다. 새마을회의 봉사활동이 어떤 내용으로, 얼마나 이루어지는 지에 대해 두 사람에게 자세히 물었다.

이상순 새마을 부녀회장과 주형철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상순 새마을 부녀회장과 주형철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60대 이상 고령이 대부분인 회원들, 봉사자 모집과 기금 마련이 가장 어려워

27년과 14년, 각각 이 회장과 주 회장이 옥천읍 새마을부녀자회와 새마을지도자협의회0000000의 회장직을 맡은 기간이다. 그동안 새마을회는 회원들을 모집해 다양한 봉사를 진행한만큼, 두 사람은 ‘안 해본 봉사가 없다’며 입을 모았다. “공동농장만 해도 지금은 고구마로 바뀌어서 다행이지 원래는 벼농사였습니다. 일이 정말 많았는데, 다들 각자 생업으로도 바쁘니 점점 바뀌게 된 거죠” 세월의 변화를 설명할 때는 좀 더 오래 회장직을 수행한 이 회장의 말에 주 회장도 귀를 기울였다. “예전에는 폐기름으로 비누를 만들어 마을에 나누어 주거나, 폐지를 모아오면 휴지로 교환해주는 봉사도 했습니다. 그밖에도 도로변 풀 깎기, 축사 방역 봉사 등도 했는데, 고되지만 용역의 개념이라 기금이 잘 모였거든요. 그렇게 모은 기금으로 기부도 하고, 어르신들 집에 나눠드릴 음식도 사고 그랬는데, 이제는 형평성 문제로 다른 단체들과 활동을 나누면서 이런 봉사는 다른 단체들에게 양보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장의 설명에 주 회장도 공동농장이 기금 마련의 면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되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으며 공감을 표했다. “좋은 취지로 운영하는 공동농장이라 수확한 작물을 이웃분들이 쉽게 잘 사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하지만 작물은 사실 기금 마련에서는 큰 도움이 되진 않기도 하고, 작황이 나쁘면 적자인 경우도 많아서 새마을회 봉사활동을 해나가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새마을회의 또 하나의 주요 기금 마련 창구는 바로 지역 축제이다. 지역 축제에서 막걸리나 부침개 등의 음식을 판매한 수익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인데, 그마저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2년간은 거의 끊긴 상태였다고 두 사람은 설명했다. “그래도 올해부터는 대면 축제를 다 전환한다고 하잖아요. 지금은 곧 있을 포도 축제나 가을에 예정된 지용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 회장은 조금씩 회복되는 일상에 지역 축제로 새마을회도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새마을회 운영을 어렵게 하는 건 기금 마련의 문제만은 아니다. 옥천읍 남·녀 새마을회 모두 회원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고령층이라 봉사활동에 참여할 봉사자를 구하기 힘들다는 점도 새마을회 봉사가 난항을 겪게 하는 요인이다. “1년 동안의 굵직한 봉사 일정은 고정되어 있는 편입니다. 연초에 미역 판매 사업, 3월에 묘목 축제, 5월에 지용제와 포도 축제, 가을에는 군민 체육 대회가 있고 초겨울 넘어갈 즈음이면 김장 나누기 행사,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사이사이에 일손 돕기 봉사, 배식 봉사, 공동농장 등의 봉사활동을 틈틈이 진행하는 겁니다” 빼곡한 새마을회의 봉사 일정을 주 회장은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매 활동이 고비예요. 60대 이상인 회원분들이 대부분이라 참여 조사를 하면 항상 모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청년층은 물론 40, 50대의 장년층 회원도 거의 없어서 더욱 힘들다고 이 회장은 토로했다.

지난 4월29일 옥천읍 새마을회 회원들이 장야리 공동농장에 모여 고구마를 심고있다.
지난 4월29일 옥천읍 새마을회 회원들이 장야리 공동농장에 모여 고구마를 심고있다.

■ 그렇지만 힘들어도 버티게 해주는, 봉사로부터 오는 보람의 묘미

기금 마련, 봉사자 모집, 하다못해 비를 내려주지 않는 하늘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이 없는 새마을회 회장직에 대해 두 사람은 ‘힘들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봉사의 보람을 묻자 일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힘들어도 보람을 느끼니까 하게 돼요. 그게 없었으면 못했을 겁니다” 말하는 이 회장의 눈이 초승달마냥 구부러졌다.

“어르신 중에 자식이 있음에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상 독거노인이지만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또 복지 혜택에서는 빠지시게 되죠. 저희는 배식 봉사나 반찬 나눠드리기 행사 때 주로 이런 분들을 찾아뵈려고 하는데, 그런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거나 할 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이 회장은 복지제도가 아우르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이웃을 찾아내고 돌보는 일의 보람을 봉사의 묘미로 꼽았다. “마련된 기금은 주로 읍의 장학금복지팀에게 전달해서 기부하고 있습니다. 전달한 돈이 이웃에 잘 쓰인다고 생각할 때 한 번씩 보람이 느껴져서 참 좋죠” 주 회장도 기쁨의 순간을 말하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보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일상 회복이 점차 빨라지면서 두 사람도 새마을회가 지난 2년보다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가 끝나가고 있잖아요. 그런 만큼 다들 반갑게 다시 만나서 결속력 있는 모습을 또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회장은 더 활발해질 일상만큼 새마을회의 단합력과 봉사 활기도 더욱 올라가길 소망했다. 주 회장의 바람도 비슷했다. “이 회장님이 잘 주도해주시니까 그때 우리 회원분들도 열심히 호응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전만큼 활발한 활동도 가능하게 말이에요” 감염병에 얼어붙었던 일상은 봉사의 열기도 주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봉사에 대한 열망마저 꺼뜨릴 순 없었기에, 두 사람은 고된 2년을 견디고 더 활기찬 미래를 꿈꾸고 있다. 이제 막 흙 위로 고개를 쑥 내민 공동농장의 고구마 새순처럼 옥천읍 남·녀 새마을회도 다시금 봉사의 의지를 새롭게 키워나가고 있다.

주형철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이 장야리에 있는 새마을회 공동농장을 바라보고 있다.
주형철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이 장야리에 있는 새마을회 공동농장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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