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용 대표, 발로 뛴 나무이야기본격 출간, 입구에서 50%할인 판매
나무 푯말에 표시된 책 페이지를 참고하여 책 읽으며 산림욕 가능
1만 주의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7천 주의 편백나무로 피톤치드 만끽

정홍용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화인 산림욕장에 대한 애정을 들어내고 있다.

흔히 화인산림욕장하면 하늘로 장대하게 뻗친 메타세쿼이어만 떠올리지만, 실은 다양한 나무들이 서식되어 있는 하나의 수목원과 같다. 40년 남짓 전 세계의 나무와 산림욕장, 수목원을 공부하며 직접 가꾼 그의 나무와 숲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나무 하나에도 몇 페이지 얽힌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무료 입장에서 유료입장으로 선회한 이후에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시간 보내기 아깝지 않은 풍경이라는 이유일 것이다. 잘 조림된 숲을 걸어가는 것 만으로 세속의 때를 씻겨내고 잃어버렸던 마음속 자아를 찾는 느낌이랄까. 같이 걸으면 관계가 깊어지고, 홀로 걸으면 성찰의 시간이 많아지는 화인산림욕장에 대한 지침서가 출간됐다. 

이미 박학다식한 정홍용(80, 안남면 화학1리) 대표가 직접 쓴 이 책은 바로 '발로 뛴 나무이야기'이다. 이론으로만 공부한 게 아니라 전세계 100개국(국제선 항공기 1241회)을 돌고 돌면서 실전으로 읽힌 나무와 숲 이야기를 광활하게 적고 있다. 책은 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화인산림욕장의 나무와 연결된다. 가령 이런 식이다. 

화인산림욕장에 들어서면 나무 앞에 푯말을 발견할 수 있는데, 페이지 숫자가 명기되어 있다. 구상나무(37P), 오동나무(41P), 자작나무(105P), 흑단(161P), 편백(110P), 물푸레나무(80P) 등 산책을 하다 책을 펼치면 그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쫙 펼쳐진다. 350페이지에 달하는 칼라양장본 책은 2만원이지만, 산림욕장 입구에서 구매하면 반값에 살 수 있다. 

매번 산림욕장의 조성 배경과 숨겨진 이야기, 나무에 대해 묻는 관객이 많아지면서 정홍용씨는 고육지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기 시작했던 것. 이제 설명대신 책을 읽어보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더구나 나무를 보면서 책을 펼치는 입체적 관람기란 마치 VR시스템에 로그인한 느낌이다. 물론 아날로그적 감성이긴 하지만, 숲을 거닐면서 나무로 만든 책을 펼치는 것도 나름 낭만일 것 같다. 

실외 마스크 해제라는  방침과 더불어 코로나로 인한 근 2년간의 거리 두기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진정한 힐링을 맛보는 순간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이곳을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궁금해하시고 또 어떤 분들은 나무를 꺾어와서 동백나무냐 참나무냐 묻기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기 오시는 분들이 나무에 대해서 너무 모르기 때문에 나무에 관련 책 페이지가 표시된 푯말을 꽃아 놓고 책을 보면서 참고하시라고 드리고 있어요”

취재했던 인턴기자들이 화인산림욕장에 가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산림욕장을 돌아봤다.

■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책은 저자인 정홍용 대표가 화인산림욕장을 조성하게 된 이유로 이야기의 막을 올린다. 뒤로 그가 수십년간 눈으로 배웠던 나무들에 대한 정보와 추억이 이어지며,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보았던 수많은 나라들의 사람과 문화가 이야기를 끝맺는다. 책은 크게 1장과 2장으로 나뉘어 1장은 ‘나무이야기’, 2장은 ‘살다보니’라는 부제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1장에선 소나무, 밤나무, 편백 등의 여러 나무를 이야기한다. 특이한 건 특징이나 재배 방법 등의 전문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보고 겪으면서 체득한 실전지식,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어디서, 얼마나 자라는지가 아닌 나무에 얽힌 경제, 사회, 사건에 대해 얘기하며 결국 독자에게 그는 인생과 세상에 대해서 얘기한다. 더해 나무이야기를 하는 내내 글에서 나무, 산림욕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산림욕은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아서 온갖 악기가 제각각의 고유의 음을 발산하여 하모니(Harmony)가 이루어져 비로소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탄생하듯이 산림욕도 온갖 나무 사이를 거닐면서 각 나무들 특유의 향과 맛을 즐기는 것이 진정한 산림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p.27)』

『감나무의 꽃말은 ‘경이’ 또는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오’인데 꽃말처럼 우리 일상에 다방면으로 감칠맛 나고 멋지게 영향을 미쳐왔다.(p.49)…금방이라도 쨍하고 깨져버릴 것 같은 푸른 하늘, 그 하늘에 꿈처럼 떠 있는 흰 구름, 오직 나만을 위해 펼쳐져 있는 듯한 그림 같은 백사장, 머리 위에 그늘을 드리운 채 해초처럼 흐느적거리는 야자수 밑 해먹에 누워 고국의 향이 물씬 풍기는 좋아하는 감을 대하니 만감이 교차했다.(p.52)』

원래 어떤 분야도 삶의 반 이상을 함께하면서 꾸준히 애정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리 일에 사랑을 갖고 있다 해도 여러 상황에 부딪히며 닳기 마련이다. 그러나 산림욕을 오케스트라라 칭하며 나무를 음미하고 즐기는 것을 강조하는 저자는 조금 다른 듯하다. 꾸준히 나무를 사랑하고 더 나아가 공간 조성, 책 발간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전달하려는 것을 보니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를 좋아하는 세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봤던 영화를 다시보고, 본 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직접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처럼 그도 수많은 경험 속에서 나무들과 교감하고, 나무를 위한 산림욕장을 조성하고, 책으로 기록하며 나무와 함께하는 본인의 삶을 열렬히 즐기고 사람들에게도 꾸준하게 무언가를 사랑하기를 말하고 있다. 

정홍용씨가 지난 4월 '발로 뛴 나무이야기'란 책을 출간했다.

■ 전 세계 나라들을 발로 뛰며 겪었던 이야기들

총 350페이지에 달하는 ‘나무 이야기’는 정 씨가 해외 곳곳을 다니면서 나무와 겪은 에피소드들, 나무의 용도 등이 자세히 나와있을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여러 역사와 문화까지 농축되어 있는 책이다.

정 씨는 그간 백 개 정도의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몇 곳을 떠올려보았다.

“스위스가 가장 인상이 깊어요. 자연은 말할 것도 없지만 국민성 또한 최고예요. 스위스 사람들한테 길을 물으면 안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같이 동행을 해줘요. 물건을 놓고 다른 곳에 며칠 동안 갔다 와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정도예요. 상할 것 같으면 여기 있던 물건을 몇 월 며칠에 어디에 갖다 놨다고까지 적어놓고요."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곳으로는 뉴질랜드를 꼽았다. 뉴질랜드는 자연을 훼손시키는 것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자연 안에 있는 것들을 가지고 출국하려다가 걸리면 출국 금지가 떨어진다고 한다.

사람의 손에 의해 자연이 회복되지 못한 안타까운 경우도 전했다.

“오스트리아에는 ‘타즈매니아’ 라고 섬이 있는데 그곳에는 등엔 호랑이의 줄무늬가 그려져있지만 머리 모양은 늑대를 닮은 ‘주머니 늑대’가 있었어요. 코알라나 캥거루처럼 아기낭을 갖고 있는 포유류들은 보통 초식을 하는데 이 주머니 늑대는 특이하게 아기낭을 가지고 있으면서 육식을 했거든요. 송아지나 양을 잡아먹으니까 정부가 24센트를 주면서 죽이라고 했죠. 그래서 1936년도에 거의 멸종이 돼버렸고 다시 복원하려고 노력했지만 현재까지도 복원이 안되고 있어요”
 
 

산림욕장 입구에 간판이 조성된 모습이다.

■ 새롭게 바뀌어가는 화인산림욕장

화인산림욕장은 최근 일부 군 예산으로 도로를 확포장하고 주차장을 넓히며 입장료를 받고 있다. 성인은 3천원, 중·고등학생은 2천원, 초등학생은 1천원, 임산부와 안남면, 안내면 주민은 입장료 무료이다. 입장료 덕택인지 그 많던 쓰레기가 절반 이상 줄었다. 

정 씨는 자리를 비울 때에는 돈 통에 셀프로 입장료를 넣어달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가는데 극소수만이 입장료를 넣고 간다며 우리나라의 국민성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곳은 이미 전국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이다. 드라마, 광고 등 많은 곳에 출연했고 올겨울에는 ‘하얼빈’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안중근 의사의 전투 장면도 찍기로 예정되어 있다. ‘손현주의 간이역’이라는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간이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찍었을 때는 입구에까지 방문객들이 꽉 차있었다고 한다. 현재 대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고 부산, 청주, 서울에서도 꾸준히 방문하는 중이다. 평균적으로 주중에는 차량 20~30대, 주말에는 200~300대가 방문하며 제일 많이 온 주말에는 450대의 기록도 세웠다고 한다.

정 씨는 앞으로 40평 정도 되는 쉼터도 만들 예정이다. 14개월 만에 허가가 나서 올해 5월부터 쉼터(매점) 건설을 시작하며 그 안에는 흑단나무를 전시할 계획이다.

“흑단나무는 총으로 쏴도 모두 튕겨 나갈 정도로 단단하며 반질반질한 재질에 때도 안 타고 균도 안 먹기 때문에 어디서든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나무예요"

입구 연못에는 120만 원어치의 연근이 조성되어 7~8월경에는 아름답게 이어진 연꽃 또한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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