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짝쿵짝. 신나게 흐르는 음악에 맞춰 모델들이 무대를 나선다. 가슴과 어깨는 쫙 펴고 목과 등은 빳빳하게 세운 걸음에서 당당함이 풍겨 나온다. 새하얀 머리와 새까만 검정 양복은 멋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주름이 깊게 파인 미소에선 자신감이 가득하다.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멋져!’ 평균 60대 시니어모델들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난 4일 대전 BMK웨딩홀에서 대덕대학교 평생교육원 및 제1회 대덕대시니어모델 패션쇼 추진위원회 주관 대덕대학교 주최 ‘제1회 대덕대학교 시니어모델 패션쇼’가 열렸다. 이날 패션쇼에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오은영 학생이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제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말꼬리를 흐리는 은영 학생 얼굴에 수줍음이 가득 차올랐다. 부끄러움이 많은 학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화가 깊어지면서 조근조근 꿈을 말하는 은영 학생에게 빠져들었다. 조용함 속에 당참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은영 학생과 인터뷰가 끝난 뒤, 충북산과고 송영란 교사(수학 담당)는 “옥천이란 사회는 은영이를 담기에 너무 좁아요. 더 큰 세계가 필요한 아이에요. 소극적인 것 같으면서도 모든 일에 서슴없이 도전해요. 얼마 전에는 개그맨
빼~앵! 출동 신호가 떨어졌다. 의자를 박차고 옥천소방서를 나서는 소방대원들 틈 속에서 갈색 단발머리의 박나은 지방소방교가 가장 먼저 차고로 뛰어나갔다. 빨간 소방지휘차 운전석에 후다닥 앉아 순식간에 시동을 건 박 소방교는 시계를 흘끗 보곤 교통상황을 파악하고 머릿속으로 최단거리를 그려냈다. 그가 발로 액셀을 꾹 누르고 소방서를 나서자 그 뒤로 펌프소방차, 고가사다리차 등 대형 소방차들이 줄줄이 뒤를 따랐다. 옥천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박나은 지방소방교(29, 옥천읍 마암리)가 옥천소방서 역사 이래 첫 여성 소방지휘차 담당으로 임
“하나, 둘, 셋! 점등!” 안내면사무소(면장 이상길) 앞이 환하게 밝아졌다. 지난 10일 저녁. 안내면사무소 입구 양옆에서 면민들을 맞이하던 나무 두 그루가 크리스마스 트리로 깜짝 변신했다. 면사무소 직원은 물론, 바로 옆 안내초등학교 학생들과 주민들 30여명은 각자 희망을 적은 엽서를 트리에 걸며 조금 이른 새해 소원을 빌었다. 두 나무의 변신을 이끈 건 면사무소 직원들. 여느 때처럼 다목적복지회관 방과후활동을 위해 면사무소 앞을 지나가는 안내초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창문으로 흘러들어오던 어느 날, 한 직원이 문득 “아이들이
[상가탐방] 자부심과 자부심이 만났다. 한평생 "음식에 미친" 사람과 한평생 "가수 한 직업만 고수해 온" 두 사람이 지난 25일, 안내면 현리에 작은 음악실이 딸린 해물전문 음식점을 차렸다. 현빈이 영화 ‘첫만장자의 첫사랑’을 찍어 유명해졌다는 안읍슈퍼 맞은편. ‘이은희 해물전문점’이 크게 쓰인 커다란 표지판이 눈에 띈다. 한 개도 아니고 무려 3개나 되는 표지판을 따라 좁은 골목을 50m 정도 더 들어가면, 조그만 주택들 사이로 널따란 마당이 깜짝 등장한다. 그 뒤로 보이는 길다란 검은색 건물 한 채. 집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
"손해여도 상관없어요. 지금 당장 해지하고 내 돈 찾아갈게요.“12일 오후 2시경. 이원새마을금고(이사장 박영웅) 본점에 근무하는 강효정(41) 부장 앞에 앉은 70대 A씨가 소리를 높였다. A씨는 내년 2월이면 만기인 예금 통장을 당장 해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지금 해약하면 손해”라는 강 부장의 설명에도 막무가내였다. 강 부장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냐”고 재차 묻자 A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 부장을 쏘아봤다. 둘 사이에 고요한 긴장감이 흘렀다.이날 강효정 부장이 A씨를 대면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이보다 30분 전, A씨는
“내가 보는 것과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은 다르잖아. 사진 취향이 다 다른데 추천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에요.” 그는 옥천 풍경 추천 하나에도 조심스러웠다. “내 기준에서 좋은 것”이라며 끝내 추천지를 답하지 않았다. 대신 누가 좋다고 하는 포인트보다 자기만의 장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인포토클럽(9PHOTO) 안치성(63,옥천읍 성암리) 회장은 인터뷰 내내 선을 그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명확히 구분하는 그의 모습에서 언뜻 다가서기 힘든 사람이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그의 취미활동
청소년수련관 별관 1층의 휑한 로비가 안락한 북카페로 새롭게 탈바꿈됐다. 늦은 시간까지 운영되어 청소년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이 또 하나 마련됐다는 평이다. 청소년 외에도 학부모, 풋살 경기장 이용객들도 이용할 수 있어 옥천 주민 모두의 달콤한 쉼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예산 1천200만원이 투입된 이번 북카페는 1인용 소파 12개, 4개의 탁자와 서가 및 책 1천800여권이 비치됐다. 이 안에는 청소년 권장도서는 물론,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 등 인기 만화책과 소설도 포함됐다. 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되는 뮤지컬, 동화인형극, 샌드
“바나나 차차! 바나나 차차! 다같이 랄랄랄 랄라 후!” 25인용 작은 노란색 버스가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 노래 ‘바나나 차차’로 들썩였다. 멋들어지게 펼쳐진 노을을 배경 삼아 집으로 향하는 향수뜰 행복 돌봄교실 아이들은 잔뜩 신이 났다. 이른 아침부터 수생식물학습원, 시골살이 마을, 물문화관 등 옥천과 대전을 오가는 강행군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이 노래, 저 노래를 번갈아 떼창하며 안전벨트에 묶인 몸을 꿈틀댔다. 무릎 위에 놓인 물고기 팝업북도 덩달아 이리저리 흔들렸다. 똑바로 앉으라며 주의를 주는 학부모들도 한껏 상기된 아
굽은 등을 더 굽히며 집중했다. 색이 번지진 않았을까. 사포질이 덜 된 곳은 없을까. 완벽을 위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경로당에 옹기종기 모여 실크벽지를 재료로 접시, 냄비 받침대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만들었다. 그 웃음소리가 작품 속에서 들리는 듯 하다. 휘갈긴 듯 아닌 듯 정돈된 서예 작품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수백번 연필로 긋고 지우고를 반복해서 완성된 그림 한켠에는 간절하게 ‘엄마’라는 글씨가 가슴팍에 확 박힌다. 자세히 보면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 위안부 할머니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고장 어르신
[읍면소식-군서면]“음~~. 맛있네.” 군서면 평곡리 어르신들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오절판에 담긴 콩튀김‧콩나물무침‧파래‧멸치꽈리볶음‧건새우마늘쫑볶음과 잡채, 간장불고기, 김치, 시레기국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에 눈과 손이 바쁘다. “파래가 짜지도 않게 잘 무쳐졌어.” “잡채가 맛있구먼.” 이어지는 호평 속에 이을순(87, 평곡리)씨가 “우리가 밥 안 하고 얻어먹으니까 다 맛있지”라고 한마디 던지자 “맞아, 맞아” 여기저기서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 13일, 어르신들 앞으로 푸짐한 점심 한 상이 차려
“1학년 준비하세요!” “얘들아! 우리 준비하래! 어떡해!!” 호명을 받은 1학년 학생들이 긴장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무대로 향했다. 객석에 앉은 가족들과 선생님들이 보이자, 학생들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두 달 동안 아침마다 연습해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Bruno Mars ‘Marry You' 반주가 흘러나왔다. “It's a beautiful night. We're looking for something dumb to do..." 첫 소절을 시작한 학생들 목소리는 떨림으로 가득했다. 학생들의 떨림이 가득 메운 이곳은 ‘제20회
“우리나라 전통 문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 작품을 그리느라 베개 사진을 여럿 봤죠.” 지난 5일, 천지연 작가의 작품 앞. 천 작가가 입을 떼자, 흩어져 있던 관람객들이 하나, 둘 모여 그를 둘러쌌다. 관람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의 설명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이 끝난 후, 한 관람객이 기다렸다는 듯 큰 목소리로 “작가님 작품 의 모델이 된 꽃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다. 천 작가가 “구체적인 모델은 없었어요. 제 나름의 야생화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답을 하자, 다른 관람객
[상가탐방] 자동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손님이 들어온다. 끊임이 없다. 도곡촌 안은 150석 좌석을 꽉 채운 손님들 대화로 시끌시끌하다. 식당 한 켠에는 양념이 제대로 밴 빨간 두부조림, 노릇노릇하게 부쳐진 동그랑땡, 오랜 시간 끓인 듯 진한 시레기국 등 20가지 음식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그 옆으로는 한식 외에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누들, 비빔, 후식, 즉석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취향에 맞게 담은 한식 반찬과 밥을 먹고, 같이 앉은 사람들과 라면 하나를 끓여서 나누어 먹고, 후식으로 과일을, 커피로 마무리까지. 완벽
“8천350원이요.”최저 시급이 얼마인지 알고 있냐는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정미진 활동가의 물음에 학생들은 입을 모아 재빨리 대답했다. 학생들은 원하는 옷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필요한 아르바이트 최저 시급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 밖의 노동권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아르바이트를 한 학생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본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야근수당, 주휴수당도 잘 몰랐다. 최저 시급 정도만 얕게 알고 있는 학생들에게 노동권에 대해 ‘깊이’ 알려주는 ‘학교로 찾아가는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이 7일 청산고(교장
“이거 밑에 거 가지고 가. 60개는 될 겨.” 지난 1일, 옥천읍 서대리 군남초 근처 작은 집. 켜켜이 쌓인 이불 위로 석순자 할머니(79)가 몸을 일으키며 빨간색 봉투 하나를 가리켰다. 석 할머니의 손끝을 따라 옥천읍사무소 맞춤형복지팀 김윤주 팀장과 김미연 주무관이 봉투를 열자, 수제 수세미가 잔뜩이다. “할머니, 이번엔 양이 많네요.” 두 사람은 익숙한 듯 수세미 꾸러미를 힐끗 훑어보며 말했다. 옥천읍사무소 맞춤형복지팀 직원들이 석 할머니 집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0월, 석 할머니가 읍사무소에 직접 전화
옥천군 공무원을 꿈꾸는 산과고 학생이 전국상업경진대회 동상을 받아 화제다. 산과고 금융회계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채린(18, 이원면 윤정리) 학생은 지난 5월 충북상업경진대회 은상을 받은 데 이어 9월18일~20일 열린 전국상업경진대회에서 동상을 받는 등 연거푸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박채린 학생은 이번 경진대회에서 금융실무, 창업실무, 사무행정, 비즈니스영어, 회계실무 등 10개 종목 중 회계실무 종목에 응시해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다. 이원중학교 시절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았던 박채린 학생은 충북산과고 금융회계과에 진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