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직접 축제 만드니까 더 재미있어요!”, 작은학교 이원중 ‘개금벌 축제’
“우리가 직접 축제 만드니까 더 재미있어요!”, 작은학교 이원중 ‘개금벌 축제’
  • 김유진
  • 승인 2019.11.13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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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원중학교 ‘제20회 개금벌 축제’ 개최
학생들, 직접 기획부터 축제 운영까지 도맡아
학생수 적지만 문화활동 양과 질 되려 높아져

 

지난 8일, 이원중 '제20회 개금벌 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부터 운영까지 도맡은 이번 축제에서 전교생 46명은 모두 방과후 수업에서 쌓은 예술적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 사진은 방과후 수업 기타반 학생들의 공연 모습.
지난 8일, 이원중 '제20회 개금벌 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부터 운영까지 도맡은 이번 축제에서 전교생 46명이 모두 무대에 올라, 방과후 수업에서 쌓은 예술적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 사진은 방과후 수업 기타반 학생들의 공연 모습.

 

 “1학년 준비하세요!” “얘들아! 우리 준비하래! 어떡해!!” 호명을 받은 1학년 학생들이 긴장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무대로 향했다. 객석에 앉은 가족들과 선생님들이 보이자, 학생들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두 달 동안 아침마다 연습해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Bruno Mars ‘Marry You' 반주가 흘러나왔다. “It's a beautiful night. We're looking for something dumb to do..." 첫 소절을 시작한 학생들 목소리는 떨림으로 가득했다.

 학생들의 떨림이 가득 메운 이곳은 20회 개금벌 축제’ 2부가 한창인 이원중학교 강당. 운동회, 졸업식과 함께 이원중의 가장 큰 행사인 개금벌 축제가 지난 8일 성황리에 개최됐다. 축제는 본관에서 열린 1부 전시체험마당과 강당에서 열린 2부 공연마당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전교생 46명의 작은학교지만, 1인 다역을 맡은 학생들로 축제는 풍성했다. 학생들은 축제 기획부터 제작,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했고, 축제 곳곳에서 학생들의 자부심과 열정이 뿜어져 나왔다.

 

본관 1층 중앙 로비, 2층 계단, 복도 등 8곳은 학생들 작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사진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제각기 개성이 표출된 학생들 자화상
본관 1층 중앙 로비, 2층 계단, 복도 등 8곳은 학생들 작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사진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제각기 개성이 표출된 학생들 자화상

운영자손님 오가며 체험하고, 암막 뒤에서 노래 부르며 축제 만끽

 학생들 손길은 본관 1층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1층 중앙 로비부터, 2층 계단, 복도 등 8곳에 마련된 1부 전시마당은 모두 학생들 작품으로 채워졌다. 앙증맞으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니전통가옥,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이 미소 짓는 생활접시, 알록달록한 색으로 제각기 개성이 표출된 자화상 등을 구경하느라 한 걸음 나아가기도 어려워 보였다. 이에 김현정 교무부장은 자화상이 정말 멋있죠? 미술시간에 아이들이 그린 거예요. 여기 전시된 모든 작품들은 학생들이 직접 한 거예요. 기술 시간, 미술 시간, 자유학기제를 통해서 틈틈이 만든 거죠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2층 교실 9곳에서 열린 체험부스 역시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10개 체험부스 중 놀러와 게임장’, ‘오늘도 빛나는 우리에게’, ‘공주들의 체험 부스’, ‘핸드드립 체험, 고구마 라떼 만들기’, ‘수학체험, 보드게임’, ‘사과데이<고마워,사랑해,미안해> 스탬프투어6개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 운영했다. 학생들은 운영자와 손님으로 자유롭게 역할을 오고가며 모든 체험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즐겼다.

 외부 기관에서 운영한 부스 4곳도 인기였다. 학생들은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상담부스에서 진지한 목소리로 마음 속 깊은 고민을 털어놓는가 하면, 이원문화의 집이 운영한 레전드 진이어스에선 펜던트를 만들며 색다른 추억을 쌓았다. ‘레전드 진이어스소속 김재희(3학년, 이원면), 이승현(3학년, 이원면) 학생은 손님이 많이 왔냐는 질문에 당연하죠! 많이 올 수 밖에 없죠!”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펜던트 만들기는 다른 축제 어디서도 하지 않는 특이한 거잖아요. 오직 저희 레전드 진이어스에서만 할 수 있어요!”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점심시간 후, 2부 공연마당이 진행된 강당에서는 설렘과 긴장이 섞인 묘한 기류가 흘렀다. 공연마당은 학생들이 지난 8개월간 방과후 수업에서 연습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학생들은 대, 여섯씩 모여 안무 동작을 맞춰보거나, 팝송 가사를 되뇌이며 완벽한 공연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었다. 2부 공연마당은 1학년 학생들이 참여한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학년별 팝송 경연대회, 한찬양(3학년) 학생의 단독 공연, 방과후 수업별 공연, 복면가왕, 댄스 동아리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공연마당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TV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복면가왕’. ‘복면가왕을 주도적으로 기획한 3학년 학생회는 축제 시작 전부터 참여자 신분 노출 방지에 촉각을 세웠다. 참여 신청도 SNS 비밀 댓글로 받았고, 리허설 때도 축제 담당 선생님과 복면가왕참여자만 참석했다.

 무대에 올라서도 참여자의 풍채로 신분이 노출되는 걸 막기 위해, 암막 뒤에서 목소리만 들린 채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관객들은 노래에 집중하며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굴까수군댔다. 탈락한 팀들이 얼굴을 공개하자,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거나, 동그랗게 뜬 두 눈으로 옆사람을 툭툭 치며 쟤였어?”를 외쳤다. 이날 복면가왕의 승자는 하수진(3학년), 주하연(3학년) 팀과 이정배(3학년), 신동준(3학년) . 두 팀 모두 가수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학생들이었고,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어 공동 우승으로 결정이 났다.

 우승을 차지한 하수진 학생의 어머니 김태희(이원면) 씨는 저희 딸이 집에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2,3시간씩은 한 것 같아요. 오늘 무대 보니까 열심히 연습한 만큼 정말 잘해서 뿌듯해요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원중은 전교생 46명의 작은 학교다. 모든 학생들이 방송 댄스, 기타, 우쿨렐레, 난타 등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며 문화적 재능을 펼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주도적 기획을 도와주는 조력자로써 역할하고 있다. 사진은 이원중 학생들.
이원중은 전교생 46명의 작은 학교다. 모든 학생들이 방송 댄스, 기타, 우쿨렐레, 난타 등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며 문화적 재능을 펼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주도적 기획을 도와주는 조력자로써 역할하고 있다. 사진은 이원중 학생들.

학생들은 다양한 재능 발산하고, 학교는 옆에서 조력자 역할

 “저는 다른 학교에 있다가 왔는데, 이렇게 문화활동을 많이 하는 학생들은 처음이에요.” 올해 2학기에 이원중학교로 전근 온 정옥근(영어 담당) 교사는 축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학생들 작품으로 학교 복도가 꽉 차잖아요. 저희 학생들은 모두 다 종합예술인이면서 체육인인 것 같아요라며 감탄했다.

 그의 말처럼 학생들이 모두 종합예술인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작은학교에 있다. 김현정 교무부장은 전교생이 46명뿐이라 모든 학생들이 방과후 수업에 참여해야만 운영이 가능해요라고 말했다. 때문에 학생들은 방송 댄스, 기타, 우쿨렐레, 난타 등 방과후 수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문화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다.

 방과후 수업을 통한 경험은 축제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고, 즐길 콘텐츠로 축제를 기획했고, 모든 학생들이 무대에 2번 이상 올랐다. 학생들은 축제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학생회 김지형(2학년, 이원면) 학생은 복면가왕 아이디어 최고인 것 같아요! 저는 2학년이라 아직 총기획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3학년이 되면 저도 형, 누나들처럼 재밌는 기획을 해볼 거예요!”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배구대회, 바비큐 파티 등도 직접 기획하며 문화활동 범위를 스스로 넓혀가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학교는 조용히 학생들을 지켜보며, 필요할 때만 개입하고 있다. 김 교무부장은 학생들이 큰 틀을 짜되, 저희는 그것이 실현 가능하도록 세부 계획을 조정해요. 예산, 외부 기관 연락 같은 건 학생들이 직접 하기 힘드니까요라며 이번에도 학생들이 복면가왕이라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냈잖아요. 저희도 거기에 맞춰서 신나는 분위기로 꾸며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예산 2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무대 조명과 음향에 투자했죠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작은 학교 장점은 학부모들도 느끼고 있었다. 이원중 40회 졸업생이자, 3학년 김민석 학생의 아버지 김영선(이원면 이원리) 운영위원장은 축제를 볼 때 마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재능이 많다는 생각을 해요. 방과후 수업도 그렇고, 학교 수업들이 학생들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짜여져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하자, 옆에 앉아있던 공혜란(50회 졸업생, 이원면 평계리) 학부모회장도 이원중은 선생님들이 학생들 한명한명에게 집중하는 학교잖아요. 저희 딸(1학년 신지은 학생)을 굳이 큰 학교로 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 새롭게 부임한 김종남 교장은 저희 학생들이 끼가 다분하죠?”라며 작은 학교지만 학생들이 재밌는 축제를 위해서 애를 많이 썼어요. 오늘 축제를 보니까, 아이들이 노력한 게 떠올라서 마음이 벅차고 자랑스럽네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 손으로 만들어지는 이원중 개금벌 축제’. 내년에는 또 어떤 아이디어가 축제를 밝힐지 기대된다.

본관 1층 중앙 로비에 전시된 앙증맞으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니전통가옥.
본관 1층 중앙 로비에 전시된 앙증맞으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니전통가옥.
본관 1층 중앙 로비에 전시된 생활접시.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이 미소 짓고 있다.
본관 1층 중앙 로비에 전시된 생활접시.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이 미소 짓고 있다.
'놀러와 게임장'에 마련된 양궁 게임. 양궁으로 유명한 이원중학교 학생답게 자세가 남다르다.
'놀러와 게임장'에 마련된 양궁 게임. 양궁으로 유명한 이원중학교 학생답게 자세가 남다르다.
'놀러와 게임장'에 마련된 팔씨름을 하는 학생들. 승패는 이미 결정난 듯 하다.
'놀러와 게임장'에 마련된 팔씨름을 하는 학생들. 승패는 이미 결정난 듯 하다.
'공주들의 체험 부스'에 마련된 스티커 타투. 손님으로 온 이정민(1학년, 이원면) 학생이 "망했어요"라면서도 수줍게 타투를 내보였다.
'공주들의 체험 부스'에 마련된 스티커 타투. 손님으로 온 이정민(1학년, 이원면) 학생이 "망했어요"라면서도 수줍게 타투를 내보였다.
'핸드드립 체험, 고구마 라떼 만들기'는 바리스타반이 운영한 '슬로우 카페'에서 진행됐다. 이원중학교  졸업생 진보름(25, 이원면) 씨는 자원봉사자로 모교를 다시 찾았다. "10년만에 학교 오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교실 위치도 많이 바뀌고, 학교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핸드드립 체험, 고구마 라떼 만들기'는 바리스타반이 운영한 '슬로우 카페'에서 진행됐다. '슬로우 카페'에서 만난 이원중학교 졸업생 진보름(25, 이원면) 씨. 축제 자원봉사자로 모교를 다시 찾았다고. "10년만에 학교 오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교실 위치도 많이 바뀌고, 학교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이원문화의 집이 운영한 ‘레전드 진이어스’에선 펜던트 만들기 체험이 진행됐다.
이원문화의 집이 운영한 ‘레전드 진이어스’에선 펜던트 만들기 체험이 진행됐다.

 

'레전드 진이어스' 소속 김재희(3학년, 이원면), 이승현(3학년, 이원면) 학생. 카메라를 들이대자 곧바로 포즈를 잡았다. 학교에서 "얼굴이 멋지기로" 소문난 영혼의 쌍둥이라고 본인들이 직접 소개했다. "펜던트 만들기는 다른 축제 어디서도 하지 않는 특이한 거잖아요. 오직 저희 레전드 진이어스에서만 할 수 있어요!”라며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레전드 진이어스' 소속 김재희(3학년, 이원면), 이승현(3학년, 이원면) 학생. 카메라를 들이대자 곧바로 포즈를 잡았다. 학교에서 "얼굴이 멋지기로" 소문난 영혼의 쌍둥이라고 본인들이 직접 소개했다. "펜던트 만들기는 다른 축제 어디서도 하지 않는 특이한 거잖아요. 오직 저희 레전드 진이어스에서만 할 수 있어요!”라며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학부모들을 위해 마련된 학부모 휴게실. 김영선 운영위원장, 공혜란 학부모회장 외 1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학부모들을 위해 마련된 학부모 휴게실. 김영선 운영위원장, 공혜란 학부모회장 외 1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혼자서 무대에 선 3학년 한찬양 학생. 두 눈을 꼭 감고, 한 손은 주먹을 꽉 쥔 채 한 음정 한 음정 꼭꼭 누르며 노래를 불렀다.
혼자서 무대에 선 3학년 한찬양 학생. 두 눈을 꼭 감고, 한 손은 주먹을 꽉 쥔 채 한 음정 한 음정 꼭꼭 누르며 노래를 불렀다.
방과후 학교 방송 댄스 팀. 오마이걸 'bungee'에 맞춰 발랄한 춤을 선보였다.
방과후 학교 방송 댄스 팀. 오마이걸 'bungee'에 맞춰 발랄한 춤을 선보였다.
방과후 학교 난타 팀의 공연. 뒷주머니에서 야광 테이프로 둘둘 만 드럼스틱을 야심차게 꺼내곤 노라조 '사이다'에 맞춰 신나는 난타 공연을 선보였다.
방과후 학교 난타 팀의 공연. 뒷주머니에서 야광 테이프로 둘둘 만 드럼스틱을 야심차게 꺼내곤 노라조 '사이다'에 맞춰 신나는 난타 공연을 선보였다.
2부 공연마당의 하이라이트 '복면가왕'을 준비하는 학생들. '복면가왕'은 관객들이 주황색 풍선과 초록색 풍선 중 하나를 들어, 승패를 결정했다.
2부 공연마당의 하이라이트 '복면가왕'을 준비하는 학생들. '복면가왕'은 관객들이 주황색 풍선과 초록색 풍선 중 하나를 들어, 승패를 결정했다.
'복면가왕' 참여자 신분 노출 방지를 위해, 암막 뒤에서 목소리만 들린 채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복면가왕' 참여자 신분 노출 방지를 위해, 암막 뒤에서 목소리만 들린 채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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