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읍 불우이웃에게 직접 만든 수세미 기부한 지 1년째
전화로 감사 인사받고 계속할 용기 생겨

작년 10월부터 1년 간 수제 수세미를 기부해 온 석순자 할머니(79).
작년 10월부터 1년 간 수제 수세미를 기부해 온 석순자 할머니(79).

“이거 밑에 거 가지고 가. 60개는 될 겨.”

 지난 1일, 옥천읍 서대리 군남초 근처 작은 집. 켜켜이 쌓인 이불 위로 석순자 할머니(79)가 몸을 일으키며 빨간색 봉투 하나를 가리켰다. 석 할머니의 손끝을 따라 옥천읍사무소 맞춤형복지팀 김윤주 팀장과 김미연 주무관이 봉투를 열자, 수제 수세미가 잔뜩이다. “할머니, 이번엔 양이 많네요.” 두 사람은 익숙한 듯 수세미 꾸러미를 힐끗 훑어보며 말했다.

 옥천읍사무소 맞춤형복지팀 직원들이 석 할머니 집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0월, 석 할머니가 읍사무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와, 손수 만든 수세미를 이웃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게 석 할머니와 직원들 사이에 수세미가 오고 간 지 올해로 벌써 1년째다.

 “내가 이 동네에서 부녀회장을 7년을 했어. 마을에서 뭐 할 때 나가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그랬는데, 이제는 이거 때문에 방에만 꼼짝 않고 있어.” 석 할머니가 퉁퉁 부은 무릎을 보이며 말했다. 10년 전 관절 수술을 받은 무릎이 다시 안 좋아지면서, 석 할머니는 현재 혼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방문 요양 보호사 도움 없이는 침대에서 내려오기도 쉽지 않다.

 그런 석 할머니의 유일한 낙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수세미를 만드는 것이다. 석 할머니는 “만날 텔레비전 틀고 이거 떠. 이거 뜨면 만사 오케이야. 시간 잘 가, 근심 걱정 다 없어지지. 아픈 것도 잊어버려.”라며 짜다 만 수세미를 쓰다듬었다.

 석 할머니가 한 달에 실값으로 쓰는 비용은 5만 원.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무시 못 하는” 금액이지만, 석 할머니는 실값을 줄일 생각이 없다. “먹는 건 아들, 딸들이 다 사와. 그니까 그냥 돈이 들어오걸랑 실 사는 겨. 지금은 이렇게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계속 좋은 일 하다 보면 염라대왕이 나 아프지 않게 데리고 가겠지 싶어서.”

 요즘 석 할머니의 수세미 만드는 손길은 한층 더 빨라졌다. 며칠 전에 받은 전화 때문이다. “할머니한테 수세미를 받으면 석 할머니 이름과 저희 팀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붙였어요. 그리고 경로당이나 사례관리대상자들에게 나눠줬죠. 그랬더니 얼마 전에 저희 쪽으로 전화가 왔어요. 석 할머니께 고맙다는 인사 전하고 싶다고.” 옥천읍사무소 맞춤형복지팀 김윤주 팀장이 신나게 말하자 석 할머니는 “그 전화 받으니까 더 하게 돼. 나한테 용기를 주니까 욕심이 나서.”라며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앞으로 석 할머니 이름을 아는 옥천 주민은 더 많아질 예정이다. 옥천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추진으로 옥천읍사무소 앞에서 11월 중에 열리는 바자회에 석 할머니 수세미가 판매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길 수익금은 석 할머니 이름으로 지정기탁 된다.

 “힘 닿는 데까지 수세미를 만들 것”이라는 석순자 할머니. 그의 이름을 단 수세미가 옥천읍 곳곳에 퍼져 더 많은 주민과 함께하길 바란다.

석순자 할머니의 수세미는 석 할머니 이름, 옥천읍사무소 맞춤형복지팀 전화번호와 함께 불우이웃에게 전달된다.
석순자 할머니의 수세미는 석 할머니 이름, 옥천읍사무소 맞춤형복지팀 전화번호와 함께 불우이웃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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