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군서면 평곡리 경로당서 온정사업 열려
올해부터 시니어클럽·한전·노인장애인복지관 세 기관 협력
식사 외 웃음교실, 체험프로그램 등도 같이 진행해 호평
[읍면소식-군서면]“음~~. 맛있네.” 군서면 평곡리 어르신들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오절판에 담긴 콩튀김‧콩나물무침‧파래‧멸치꽈리볶음‧건새우마늘쫑볶음과 잡채, 간장불고기, 김치, 시레기국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에 눈과 손이 바쁘다. “파래가 짜지도 않게 잘 무쳐졌어.” “잡채가 맛있구먼.” 이어지는 호평 속에 이을순(87, 평곡리)씨가 “우리가 밥 안 하고 얻어먹으니까 다 맛있지”라고 한마디 던지자 “맞아, 맞아” 여기저기서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 13일, 어르신들 앞으로 푸짐한 점심 한 상이 차려졌다.
옥천시니어클럽(관장 이종숙)과 한전 옥천지사(지사장 조병남), 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관장 오재훈)이 주관한 ‘행복한 지역공동체 온정사업(On-情)’이 평곡리 경로당서 열린 것. 평소 20명 안팎의 주민들이 이용하던 경로당은 곡촌 마을에서부터 20분 넘게 걸어온 주민들까지 합세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온정사업은 시니어클럽과 한전이 협약을 맺어 지난 2017년부터 시작한 무료급식 사업이다. 시니어클럽 주관 9988행복지키미사업 참여자들의 활동이 활발한 마을을 선정해 한 달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한전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25만원을 전달하면, 시니어클럽 산하 백반식당 ‘도란도란’에서 그날 아침에 갓 지은 밥과 오색빛깔 반찬이 한가득 차려진다. 온정사업은 9988행복지키미사업 참여자 격려 차 만들어진 사업이지만, 참여자들 외에 주민들도 식사에 동참한다. 그러다 보면 사업은 어느 순간 마을잔치가 된다.
보통 마을잔치에는 음식을 준비하는 돈과 노동력이 필수다. 마을 유지의 찬조금과 마을회 기금이 들어가고 부녀회가 음식을 준비한다. 하지만 온정사업이 열리면 주민 한 사람도 애쓸 필요가 없다. 테이블, 의자 준비부터 잔치 후 음식물 처리까지 시니어클럽에서 전담한다. 주민들은 그저 빈손, 빈속으로 왔다가 두 손과 배를 두둑히 채워서 가면 된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마을잔치가 펼쳐지니 주민들 반응은 항상 뜨겁다.
시니어클럽 9988행복지키미 이미화 담당자는 “사실 시니어클럽은 일자리전담기관이라 마을사업은 따로 하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마을에 한 번 다녀오면 클럽으로 고맙다는 전화가 와요. 행복지키미 어르신들한테는 손을 꼭 잡고 감사 인사를 하신대요. 이렇다 보니 저희도 한 번 다녀오면 정이 생겨서 (사업을) 계속하게 되네요”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특히 올해 반응은 호평일색이다. 노인‧장애인복지관이 합류하면서 사업이 더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뛰뛰빵빵 찾아가는 이동복지관’사업을 담당하는 노인·장애인복지관 맹수현 사회복지사는 “복지관 자체 내에서도 13년도부터 이동복지관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매번 다른 마을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죠. 마침 시니어클럽이 9988행복지키미사업으로 마을과 주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고, 온정사업도 진행하고 있어서 5월에 협약을 맺고 합류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노인·장애인복지관은 점심식사 전후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마을이 선정되면 마을 주민들을 먼저 만나 희망 프로그램을 신청받고, 이를 기반으로 적절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한전 옥천지사의 비용 지원도 빼놓을 수가 없다. 한전 옥천지사 조병남 지사장은 "그냥 돈만 전달하면 작은 전달식밖에 안 됐을 텐데 지역 복지기관과 연계하면서 작은 돈이 크게 쓰임을 얻는 것 같아 기쁘다"며 "내년에도 지속으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프로그램은 김용환 자원봉사자의 웃음교실과 엘린솝 황혜미 강사의 뿌리는 천연파스 만들기. 뿌리는 파스도 생소한데 직접 만들라니, 주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투명한 병에 에탄올, 정제수를 차례로 따랐다. “이게 파스여?” 갸우뚱하던 것도 잠시, 에센셜오일을 몇 방울을 떨어뜨리니 익숙한 냄새가 순식간에 퍼졌다. 파스의 화한 냄새에 주민들도 “파스가 됐네, 됐어!”라며 화하게 밝아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웃음교실에 뿌리는 천연파스 만들기까지 마친 주민들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서렸다. 9988행복지키미로 2년째 활동하고 있는 곽중도(79, 평곡리) 씨는 “(마을) 밖에서 밥 해주러 온 건 처음이여. 저번에 시니어클럽에서 다과회는 한 번 해줬는데, 오늘은 잔치가 됐어. 봐봐, 다들 좋아하잖여. 이런 일 자주 있으면 좋겠어. 근데 그러면 기관들이 힘드니까 안 되겠지?”라며 스리슬쩍 기대를 내비쳤다.
올해 온정사업은 평곡리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사업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묻자, 맹수현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에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어르신들이 많이 모르셔서 항상 안타까웠어요. 이번 온정사업으로 어르신들이 복지관에 관심이 생기신 것 같아요”라며 “올해 세 기관이 협력하면서 시너지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이미화 담당자는 “내년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고 간 적은 없다”면서도 “한전이랑 복지관 측에서 계속하겠다고 말씀해주시면 4월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습니다”라며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