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새마을금고 직원 기지로 70대 노인 4천만원 보이스피싱 막아
12일 본점 강효정 부장 ‘금고 회원 돈 지켜드려 천만다행’

지난 12일, 이원새마을금고 본점에서 강효정 부장이 기지를 발휘해 70대 노인의 4천만원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다. 사진은 강효정 부장의 모습.
지난 12일, 이원새마을금고 본점에서 강효정 부장이 기지를 발휘해 70대 노인의 4천만원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다. 사진은 강효정 부장의 모습.

"손해여도 상관없어요. 지금 당장 해지하고 내 돈 찾아갈게요.“

12일 오후 2시경. 이원새마을금고(이사장 박영웅) 본점에 근무하는 강효정(41) 부장 앞에 앉은 70A씨가 소리를 높였다. A씨는 내년 2월이면 만기인 예금 통장을 당장 해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지금 해약하면 손해라는 강 부장의 설명에도 막무가내였다. 강 부장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냐고 재차 묻자 A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 부장을 쏘아봤다. 둘 사이에 고요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강효정 부장이 A씨를 대면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이보다 30분 전, A씨는 새마을금고에 들어서자마자 강 부장 앞에 앉아 입출금 통장과 텔레뱅킹을 신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금 담당이었던 강 부장은 입출금 담당 직원에게로 그를 안내했다. 15분쯤 후, 강 부장은 새로 만든 통장을 손에 들고 밖으로 향하는 A씨를 지켜봤다.

그런데 그의 걸음이 돌연 강 부장 쪽으로 향했다. A씨는 단호한 표정으로 정기예금통장 해지를 요구했다. 그가 요구한 정기예금의 만기일은 내년 2. 불과 4개월 앞둔 상태였다. 불길한 예감과 '설마'하는 마음이 동시에 일어났다. 새마을금고에서만 20년을 일했지만 보이스피싱을 직접 본 적은 없었던 강 부장이었다. 강 부장은 떨려오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절차대로 해지사유를 물었다. ‘땅을 사려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보이스피싱 관련)예금지급 문진표도 건넸다. ‘대출 목적으로(또는 공공기관으로부터) 이체(출금)를 요청받았느냐와 같은 항목에 고객이 직접 답변함으로써 보이스 피싱을 예방하기 위한 용도였다. A씨는 항목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고 아니요에 일일이 체크했다.

그의 침착한 태도에 강 부장은 의심을 거두고 정기예금은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중도해지 대신 대출을 받는 것이 더 이득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A씨가 오늘 꼭 해지해야 한다고 부득부득 고집을 부렸다. 다시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 돈으로 땅 계약하시려는 거예요?" "아니다. 계약은 이미 했고, 잔금을 치르려고 한다." "계약하신 땅 주소가 어떻게 돼요?" 머뭇. 침착한 태도로 일관하던 그가 잠시 멈칫했다. 강 부장은 한 번 더 물었다. “계약서는 있으세요?” 집에 있다고 답하는 A씨 눈빛에 짜증이 가득했다. 강 부장은 잠시 움찔했다.

그때, 뒷자리에 앉아있던 박성구 상무가 강 부장 뒤로 다가왔다. 박 상무는 A씨가 입출금 통장과 텔레뱅킹을 신청할 때부터 예금 중도해지 요청을 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던 중이었다. “어르신. 솔직히 말씀하셔야 합니다. 뭐 때문에 돈 찾으려고 하시는 겁니까?” 그제야 A씨는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해라며 한숨 쉬듯 내뱉었다. 보이스피싱이었다.

강 부장은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그제야 A씨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12일 오전, A씨에게 문자 한 통이 날라왔다. ‘미납된 대금이 있으니 납부를 완료하라는 문자였다. A씨는 문자에 적힌 번호로 전화했고 친절한 목소리의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A씨는 “4천만원이 미납됐다. 계좌를 새로 만들고 텔레뱅킹을 신청해서 돈을 보내야 한다는 그의 설명을 듣고 새마을금고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A씨는 경찰관에게 진술을 끝내고 몸을 일으켰다. “고맙습니다.” 힘겹게 감사인사를 내뱉고 문을 나서는 A씨 어깨는 온몸의 기운이 빠진 듯 축 처져있었다.

알고도 당하는 보이스피싱, 조심 또 조심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이원새마을금고 본점 이장무 전무는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때문에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고객이 돈을 찾으려고 하면 직원들이 보이스피싱부터 의심해요. 고객분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돈 찾는 이유 등을 꼬치꼬치 묻고, 또 물어보고 있어요.”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금융기관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예금지급 요청시 문진표 체크를 의무화하고, 이원새마을금고 본점처럼 재차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때문에 보이스피싱은 의도적으로 은행창구 직원과 대면하지 않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지난 15,18,19일 연이어 벌어진 보이스피싱 피해도 은행 마감 시간 이후 자동화기기를 통해 벌어졌다. A은행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은 대출이자를 저금리로 낮춰주겠다라며 3자 통장으로 돈을 송금한 거래내역이 있어야 신용등급이 올라간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범이 제시한 계좌로 계좌 이체를 했고 수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자 3명은 모두 주거, 생활비 등 부채가 많은 40대 가장들이었다. 강 부장은 창구에서 계좌이체를 했다면 직원들이 바로 의심을 했을 것이라며 범인들이 은행 창구를 교묘히 피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출상환통장을 제3자 통장으로 넣으라는 요구는 어느 은행에서도 하지 않습니다라며 못을 박았다.

비대면거래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수법은 또 있다. 카카오톡, 밴드 등을 통한 SNS 보이스피싱이다. SNS 보이스피싱은 프로필 사진과 이름을 그대로 도용해 가족이나 지인인 양 행세하고 돈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이 전무는 직접 피해 미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얼마 전 네이버 밴드로 아는 회장님한테 쪽지가 왔어요. ‘70만원이 필요한데 좀 보내주라.’ 사진과 이름은 그분이 맞는데, 그분이 저한테 돈을 빌릴 사람이 아니라서 전화를 했죠. 그랬더니 자기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반대로 강 부장은 신분 도용 피해를 겪었다. 강 부장의 사진과 이름을 그대로 본 따 강 부장 지인에게 돈을 요청한 것. “일이 있어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대뜸 너 핸드폰 고장났다면서 어떻게 전화했어?’하는 거예요. 알고 보니 제 이름과 사진을 도용한 사람이 엄마한테 핸드폰 수리비 34만원을 보내달라고 했대요. 엄마는 돈을 보내려고 은행을 가는 중이었고요. 엄마한테 마침 전화했으니 망정이지, 큰일날 뻔했죠.”

이와 같은 보이스피싱 문자를 받은 사람은 20명에 달했다. 강 부장은 곧바로 지인들에게 저는 돈을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며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더 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요즘 보이스피싱에 대한 인식은 나이와 상관없이 다들 하고 있어요. 하도 관련 교육들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수법이 점점 교묘해져서 알고도 당하게 되는 거예요. 이제는 저도 고객분들이 오시면 문진표만 내미는 것이 아니라 절차 이상으로 더 질문하고 신경써서 고객분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주의할 거예요.”

강효정 부장과 박성구 상무의 끈질긴 질문 끝에 A씨는 당일 오전에 문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A씨가 받은 문자는 시골 노인을 노린 보이스피싱 문자였다. 이후 강효정 부장이 경찰에 이를 신고하면서 해당 사건은 마무리됐다. 사진은 강효정 부장과 박성구 상무의 모습.
강효정 부장과 박성구 상무의 끈질긴 질문 끝에 A씨는 당일 오전에 문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A씨가 받은 문자는 시골 노인을 노린 보이스피싱 문자였다. 이후 강효정 부장이 경찰에 이를 신고하면서 해당 사건은 마무리됐다. 사진은 강효정 부장과 박성구 상무의 모습.
이원새마을금고 강효정 부장이 보이스피싱을 예방한 공로로 옥천경찰서에서 표창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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