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22일까지 노인회 주관 노인회 2층 회의실에서 열려
100여 명 190점 공예, 그림, 서예, 분재, 서각, 연필화 등 다양한 작품 전시
굽은 등을 더 굽히며 집중했다. 색이 번지진 않았을까. 사포질이 덜 된 곳은 없을까. 완벽을 위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경로당에 옹기종기 모여 실크벽지를 재료로 접시, 냄비 받침대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만들었다. 그 웃음소리가 작품 속에서 들리는 듯 하다. 휘갈긴 듯 아닌 듯 정돈된 서예 작품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수백번 연필로 긋고 지우고를 반복해서 완성된 그림 한켠에는 간절하게 ‘엄마’라는 글씨가 가슴팍에 확 박힌다. 자세히 보면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 위안부 할머니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고장 어르신들이 지난 1년간 고이 만든 작품들이 대한노인회 옥천군지회 주관 ‘노인솜씨자랑 공예품 전시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선보여진다. 전시회는 1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옥천군 별관 2층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인원은 100여명. 노인·장애인복지관 문화교실 수강생 등 옥천 거주 노인 73명과 △옥천읍 매화리 △군서면 은행리 상은마을 △옥천읍 옥각리 △옥천읍 읍내 △군서면 신대 등 5개 경로당 노인들이다.
‘늘그막에 배워 뭐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지나가는 세월을 그냥 보내긴 싫어 새롭게 4B연필을 잡고, 붓을 든 이들이다. 이제 막 입문한 새내기 작가의 연필화부터 10년을 훌쩍 넘은 작가의 일필휘지한 서예까지 모인 덕에 전시회는 풋풋함과 농익은 솜씨가 섞인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게 내 작품이여. 어뗘? 서예한 지 10년은 더 됐지. 복지관 개관하면서 여적까지 했으니까. 서예를 하다보면 정신집중이 잘 되니까 계속 찾게 돼.” (임연호, 87, 옥천읍 구일리)
100명이 넘는 작가들이 모였으니 작품수는 190여점에 달한다. 그만큼 전시작품도 다양해 지루할 틈이 없다. 실크벽지를 접어 만든 바구니(김명자作, 군북면 이백리) 코너를 돌면, 정지용 시인의 ‘호수’ 구절을 인두로 새긴 나무절판(고재만作, 옥천읍) 코너가 나온다. 다채로운 작품들을 보느라 눈이 즐겁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작품들도 있다. 작은 국화꽃을 물에 동동 띄워서 만든 하트(이대준作, 청성면 궁촌경로당), 장구의 한쪽 복판에 물감으로 그린 사물놀이(전병선作, 청성면 요동) 비즈를 일일이 박아서 표현한 옥천 풍경(김명자作, 군북면 이백리) 등을 보다보면 ‘이건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증이 끊임없이 샘 솟는다. 그러다 문득,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이 우리 마을에 사는 어르신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이런 재주도 있으셨나’ 새삼스러워진다.
“솜씨들도 좋아. 이게 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겨. 대단허지?” (황창자, 76, 응철리)
전시회를 관람하다 마음에 콕 박히는 작품이 있다면, 구입도 가능하다. 대한노인회 염미숙 총무부장은 “전시회장 중앙에 있는 멍석도 저희가 10년 전에 20만원인가 주고 어르신한테 산 거예요. 작품을 구입하겠다는 관람객이 있으면 작가님한테 말씀드려서 가격을 받아요”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임연호 할머니가 “그럼 이 삼태미 얼마에 팔지 물어봐봐. 전시회 끝나면 이거 사고 싶어”라며 삼태기를 들어 올렸다.
노인회솜씨자랑 공예품 전시회에 든 예산은 200만원. 조금 더 전시행사를 업그레이드 해본다면 나온 작품들을 경매 물품으로 내어놓아 작은 경매장 분위기를 자아내도 재미날 듯 하다. 경매로 판 물건들로 쌓인 기금은 각 마을 경로당에 기부하든지, 아니면 독거노인, 장애인 등 소외된 이들에게 나눠준다면 작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공헌까지 이어지는 일석 삼조의 행사가 될 듯 하다. 이에 대해 대한노인회 염미숙 총무부장은 ‘좋은 생각’이라며 “군에서 예산을 조금만 지원해준다면 전시 리플릿도 만들어보고 전시회 개소식 때 내외빈을 초청해 작은 경매행사를 한다면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