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고 2학년 김다빈 학생
옥천신문사 진로체험(8.7~9) 활동일지

편집자주_지난 7월19일부터 8월16일까지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주최로 ‘2023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가 열렸습니다. 옥천고, 청산고 1~2학년 학생 46명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우리고장 내 일터 현장에 찾아가 직무체험을 했는데요.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어른들을 멘토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역 내 17개 사업장이 참여한 가운데 옥천고등학교 2학년 김다빈 학생이 옥천읍 금구리에 있는 옥천신문사(멘토 이현경)에 찾아가 3일간 체험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목표로 하는 직업은 없다. 언론 또는 창작에 흥미가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면 인문과 사회 중 사회 계열 진학을 생각했다. 아직 구체적인 꿈이 없어 목표 학과를 정하는 게 고민이었다. 범위가 넓고 다른 학문의 기반이 되는 사회학으로 일단 목표를 잡았다. 마침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희망하는 학과와 관련된 일을 체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하루 단시간 체험이 아닌 3일간 일터 경험은 흔치 않은 기회였다.

주식회사 고래실, 옥천신문사 중 어느 곳에 신청할지 고민했다. 나는 현재 옥천군민도서관 2층에 있는 ‘고교독서평설’ 잡지를 읽고 있다. 다양한 주제의 유익한 내용을 알 수 있어 매달 기대되는 잡지다. 그래서 잡지 만드는 일이 언젠가 하고 싶은 막연한 꿈이었다. 잡지와 관련된 내용을 체험할 수 있는 고래실이 끌렸다.

옥천신문사의 탐구 분야는 신문 제작, 사회학이었다. 기자라는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다만 밖에 나가 취재할 일이 많고 야근이 잦아 힘든 직업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지금, 기자라는 직업을 선뜻 희망하지 못 했다. 하지만 기자의 삶을 체험하는 게 앞으로 진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내가 목표로 하는 사회학과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것으로 기대해 결국 옥천신문사를 신청했다.

■ 노인 목욕비 지원 조례에 담긴 함의

체험 며칠 전 멘토님에게 취재 일정과 관련한 문자를 받았다. 취재해보고 싶은 소재, 주제 등 관심사가 있냐는 질문이었다. 어떤 것에 관심이 있을까? 사회학을 목표로 하고 나서 다양한 불평등을 탐구했고, 고독사를 한참 조사한 적이 있다. 고독한 죽음을 막으려면 사회적인 접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운 사회 접촉은 일자리를 통해 이뤄진다. 그래서 노인 일자리 취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옥천고 2학년 김다빈(왼쪽) 학생이 옥천신문 이현경(오른쪽) 편집국장을 멘토로 만나 기자 실무 체험을 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옥천고 2학년 김다빈(왼쪽) 학생이 옥천신문 이현경(오른쪽) 편집국장을 멘토로 만나 기자 실무 체험을 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시의성이 중요한 신문 특성상 당시 노인 일자리와 관련해 취재할 기회는 없었다. 대신 옥천군이 입법 예고한 노인 목욕비 등 지원 조례를 조사했다. 옥천군 홈페이지에 올라온 노인 목욕비 등 지원 조례 입법 예고안을 보며 목적과 내용을 파악했다. 관련 기사를 보니 다른 지자체에서도 실시하고 있었다. 찬성과 반대 근거를 찾아 인상 깊은 기사 세 꼭지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정리한 문서를 멘토님과 함께 살펴봤다. 멘토님은 내게 몇 가지를 물었는데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지원 금액이 얼마인지도 물었다. 4만원이라고 말하자 멘토님은 정확한 지원 기간을 물었다. 입법 예고안 내용을 다시 찾아 분기별로 2번, 총 8만원을 지원한다고 다시 말했다. 기사 작성을 위해 정확한 내용 파악은 필수였다. 소식을 전하는 입장에서 내용을 완전히 숙지해야 했다.

끝으로 멘토님은 이 지원 조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노인 목욕비 지원 조례는 표심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노인의 위생을 지킨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노인들이 공중목욕탕이나 미용실 등에 가는 것 자체에 더 주목했다. 고립되기 쉬운 환경에 처한 노인들은 공중목욕탕이나 미용실에 가면서 다른 사람과 만날 접점이 생긴다. 사회 교류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점에서 노인 목욕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다빈 학생이 옥천신문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사를 찾아보며 자료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김다빈 학생이 옥천신문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사를 찾아보며 자료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 생생한 현장 전하는 사진의 중요성

일터 체험 기간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신문사 편집 회의였다. 나는 앉아서 회의 과정을 들었다. 기자들은 각자 조사하고 취재한 내용을 공유했다. 취재하기 전 어떤 방향으로 기사를 쓸지 대략 정했다. 공익성과 부합하지 않으면 반려되기도 했다. 단순한 내용 공유를 넘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기사를 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다음 날은 현장 취재를 했다. 평소보다 1시간 빠른 아침 8시30분 출근이었다. 체험하기 전에는 옥천신문사에 갈 일이 적었다. 결국 시간을 잘못 계산해 5분 정도 기다렸다. 시간 계산을 잘 해야 한다고 느꼈다. 현장에 가기 전 카메라 사용법을 배웠다. 카메라를 켜고 끄고, 렌즈 초점을 맞추고, 사진을 촬영하는 것까지 간단하게 배웠다.

처음에 간 곳은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이었다. 옥천읍새마을부녀회 회원들과 복지관 직원들이 모여 김장을 위한 채소 손질에 한창이었다. 무더운 여름 나박김치와 삼계탕, 냉면 밀키트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기 위한 봉사 현장이었다.

지난달 8일 김다빈 학생이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 찾아가 옥천읍새마을부녀회 회원들과 복지관 직원들이 참여한 김장 담그기 봉사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지난달 8일 김다빈 학생이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 찾아가 옥천읍새마을부녀회 회원들과 복지관 직원들이 참여한 김장 담그기 봉사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현장 사진을 찍기 전에 필요한 컷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게 중요했다. 복지관에서는 채소를 손질하는 장면, 군수와 이야기하는 장면, 직원들이 포장 봉투에 스티커를 붙이는 장면 등 다양한 사진을 찍었다. 괜찮은 사진을 한 번 고르니 다섯 장이 남았고 한 번 더 고심해 추렸다.

정지용학교 캠프가 열린 옥천교육도서관도 갔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니 대개 비슷했다. 수업 듣는 학생들의 상반신 모습이 전부여서 사진 세 장을 고르는 작업이 어려웠다. 행사 전체를 담은 모습이 없어 아쉬웠다. 사진을 찍는 행위에 집중했던 것 같다.

■ 궁금한 걸 묻고 듣고 기록하는 직업

현장에 있던 멘토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현수막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 프로그램 이름, 일시, 주관 단체 등이 담긴 현수막이 있으면 정보를 바로 알 수 있고, 사진의 성격이 더 뚜렷해진다. 강의형이든 토론형이든 비슷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 진행 과정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게 포인트였다.

복지관, 도서관에 있던 참여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보지 못 한 게 아쉬웠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 사진을 찍으면서 물어볼 내용을 생각하니 정신이 없었다. 가장 문제인 것은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였다. 대뜸 가서 무엇을 하고 있고, 느낌이 어떤지 물어보기가 어려웠다. 어떤 말을 하면서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느라 대화할 기회를 놓쳤다.

김다빈 학생이 지난달 8일 옥천교육도서관에서 열린 정지용학교 캠프에 찾아가 현장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김다빈 학생이 지난달 8일 옥천교육도서관에서 열린 정지용학교 캠프에 찾아가 현장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멘토님이 인터뷰한 내용을 뒤에서 기록했다. 멘토님은 주민들이나 담당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대화를 열었고 필요한 내용을 물었다. 서슴없이 다가가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대화 과정이 그리 길지도 않았다. 한두 마디 인사하고 바로 필요한 내용을 물었다. 무겁지 않게 필요한 주제로 넘어가는 모습이 놀라웠다.

묻고 기록하고 빠르게 판단하면서 추가적인 내용도 얻었다. 사람에게 정보를 얻는 과정이 정말 자연스러웠다. 기자를 하면 얻는 능력일까? 현장에 있었을 때 내가 기자 체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실감했고, 부족한 점도 많이 느꼈다. 육하원칙에 따라 취재 내용을 정리하고 사진을 고르면서 둘째 날을 마무리했다.

■ 인터뷰는 절실하게, 단어 선택은 신중히

마지막 날, 신문사에 출근해 기사를 작성했다. 이날도 옥천교육도서관에서 열린 정지용학교 취재를 했다. 옥천신문 기자들이 강사로 나서 초등학생, 중학생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멘토님은 기자 둘을 인터뷰하라는 임무를 줬다. 가장 걱정했던 상황이 왔다. 멘토님은 오리엔테이션 날 인터뷰하는 법을 알려줬지만, 기자를 상대로 인터뷰하는 게 꽤 부담스러웠다.

정지용학교에 관해 아는 게 없었다. 옥천신문에 나온 기사를 조사해 질문을 만들었는데 겨우 3개였다. 인터뷰 과정에서 질문이 하나 사라져 당황스러웠다. 빈약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잘 이끌어가지 못 해 아쉬웠다. 인터뷰를 잘 하려면 풍부한 자료 조사와 함께 이야기를 절실하게 들으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지난달 11일 발행된 옥천신문 15면에 김다빈 학생이 취재한 복지관 김장 담그기 기사가 올라와 있다.
지난달 11일 발행된 옥천신문 15면에 김다빈 학생이 취재한 복지관 김장 담그기 기사가 올라와 있다.
지난달 11일 발행된 옥천신문 14면에 김다빈 학생이 취재한 정지용학교 현장 기사가 올라와 있다.
지난달 11일 발행된 옥천신문 14면에 김다빈 학생이 취재한 정지용학교 현장 기사가 올라와 있다.

복지관 기사는 처음에 ‘취약 계층을 위해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이루어진 이른 김장’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보통 김장은 가을이나 겨울에 시작해서 이 시기에 김장하는 게 이례적이라고 느꼈다. 멘토님은 기사 초고를 읽고 “김장이 무슨 뜻이지?”라고 물었고, 바로 검색했다.

‘김치를 담그다’라고만 알고 있었던 김장은 겨울이라는 시기 정보도 담겨 있었다. 멘토님은 이른 김장보다 여름 김장이 더 맞을 것 같다고 알려줬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던 단어에 의문을 품고 바로 찾아보는 멘토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정보를 전달하는 글을 쓰는 만큼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단어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 금요일 신문을 보니 내 이름이 보였다

첫째 날 가장 처음으로 배운 게 기사의 구성요소였다. 멘토님은 기사를 맨 아래 문단부터 지워가면서 ‘이곳까지 읽어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알려줬다. 같은 내용이라도 리드에 따라 다른 기사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

그중 기사 첫 문장인 리드는 제목, 소제목과 함께 사람들이 기사를 읽을지 말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처음엔 ‘언제, 어디에서, 누가, 무엇을’에 해당하는 정보를 꾹꾹 눌러 담은 리드를 썼다. 핵심적인 정보를 담는 것에만 집중해 리드 문장은 소홀했다. 멘토님은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리드를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줬다.

체험이 끝난 뒤 금요일 일찍 옥천군민도서관에 가서 옥천신문을 봤다. 1면에 노인 목욕비와 관련해 공중목욕탕 기사가 나왔다. 첫날 자료 조사하고, 둘째 날 복지관에서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에게 노인 목욕비와 관련된 의견을 들은 것을 간단히 정리했다. 기사 형식으로 작성한 건 아니었는데 내 이름도 같이 나와서 놀랐다. 김다빈 인턴기자라고 적혀 있어 뿌듯했다.

지난달 11일 발행된 옥천신문 1면에 김다빈 학생이 이현경 멘토와 함께 자료 조사해서 작성한 기사가 올라와 있다.
지난달 11일 발행된 옥천신문 1면에 김다빈 학생이 이현경 멘토와 함께 자료 조사해서 작성한 기사가 올라와 있다.

다른 두 기사는 뒷면에 있었다. 교정을 거친 기사라 처음 봤을 때는 내가 쓴 기사가 아닌 것처럼 느껴져 당황했다. 기사를 읽을수록 내 기사의 부족한 점을 느꼈다. 뚜렷하게 보이는 점은 기사의 양이었다. 신문에 실린 기사가 내용이 더 풍부했다. 정지용학교 참여 학생의 이야기도 많았고, 내가 다루지 않은 뒷이야기도 있었다.

멘토님이 정지용학교 강사로 참여한 두 기자를 인터뷰하라는 이유를 알았다. 두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멘토님이 쓴 기사에는 다양한 사람에게 얻은 정보로 가득했다.

중간중간 내가 쓴 기사가 문단 단위로 들어가 있는 모습을 봤다. 그 문단은 내가 쓴 기사 그대로였다. 내가 쓴 부분을 찾고, 추가적인 내용을 보며 놀라는 과정을 반복했다. 체험은 끝났지만 배움은 끝나지 않았다.

■ ‘기계적 중립을 경계하라’

체험이 끝나고 며칠 뒤 멘토님이 내게 보낸 글을 읽었다. 기계적 중립을 경계하라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기자는 현장에 있던 일을 사실에 근거해 전달하는 사람이라고만 여겼다. 신문은 정보 전달 매체인 만큼 중립이 미덕이라고 삼았다. 이번 체험을 통해 기자는 상황을 사실적으로만 묘사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김다빈 학생은 신문사 실무 체험을 통해 현장을 취재해 기사 쓰는 과정을 배웠다. 또한, 기사는 사실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끊임없는 가치 판단으로 타당성 여부를 따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김다빈 학생은 신문사 실무 체험을 통해 현장을 취재해 기사 쓰는 과정을 배웠다. 또한, 기사는 사실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끊임없는 가치 판단으로 타당성 여부를 따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기사는 단순한 사실 나열로 작성될 수는 없었다. 기사를 작성하려면 오히려 해당 주제에 관한 가치 판단이 필요했다. 어떤 내용을 넣고 뺄지 정하는 것도 어쩌면 중립에서 벗어난 행동이었다. 회의를 거쳐 공익성에 벗어나지 않는지, 기사의 방향성이 너무 편향되지 않았는지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목적 없는 글이 없는 만큼 완전히 중립적인 기사란 존재할 수 없었다. 기사는 사실적이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무너졌다. 멘토님처럼 노인 목욕비 등 지원 조례를 취재한다면 노인 목욕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썼을 것이다. 찬성과 반대 입장 수를 맞춘 형식상 중립적인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있는 사실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사회학을 연구할 때도 지양해야 할 자세다. 물론 특정 주제에 치우친 시각으로 조사하는 것 또한 삼가야 한다. 기계적으로 존재하는 사실만을 모으는 것도 위험하다. 끊임없이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며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는 멘토님 이야기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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