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고 1학년 김규리 학생
옥천성모병원 진로체험(7.25~27) 활동일지

편집자주_지난 7월19일부터 8월16일까지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주최로 ‘2023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가 열렸습니다. 옥천고, 청산고 1~2학년 학생 46명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우리고장 내 일터 현장에 찾아가 직무체험을 했는데요.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어른들을 멘토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역 내 17개 사업장이 참여한 가운데 옥천고등학교 1학년 김규리 학생이 옥천읍 문정리에 있는 옥천성모병원(멘토 김진영)에 찾아가 3일간 체험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지금껏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경험입니다.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각이나 행동, 진로까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병원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장소이지만 어찌 보면 가장 맞이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체험하기 전 제가 희망한 진로인 장기이식코디네이터 또한 만나기 힘든 직업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직업을 가진 분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장기이식코디네이터는 간호사 국가자격을 취득한 뒤 몇 년간 임상 경력을 쌓고 자체 교육을 받아야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직업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청마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 일상 복귀를 돕는 재활치료센터

첫날 재활치료센터 업무를 체험했습니다. 재활치료센터는 작업치료와 물리치료, 운동치료 세 분야로 나눠집니다. 이 세 가지 중 작업치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작업치료는 불의의 사고로 몸이 아픈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신경계를 치료하는 훈련을 돕는 일입니다. 저는 한 가정의 주부가 자기 역할을 잃었을 때 훈련하는 장소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곳은 설거지, 재료 손질, 요리도 하면서 빨래 건조대에 옷을 널 수 있습니다. 병원 안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작업치료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에게 환자들이 받는 치료에 관해 물었을 때 다들 친절하게 알려줬습니다. 환자들을 위한 마음이 잘 느껴졌습니다. 또한, 입으로 식사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콧줄로 영양을 공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의 근육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기계를 선생님들이 바쁜 와중에도 직접 체험하게 해줘 감사했습니다.

지난 7월25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옥천성모병원 진로체험에 학생들이 첫날 재활치료센터에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지난 7월25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옥천성모병원 진로체험에 학생들이 체험 첫날 재활치료센터에 찾아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 신체 내부를 진단하는 방사선 장비

둘째 날은 방사선과 업무를 체험했습니다. 방사선과라 하면 다들 익숙한 엑스레이(x-ray)를 찍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맞습니다. 방사선과는 엑스레이뿐만 아니라 CT, MRI 등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신체 내부를 찍습니다. 특히 제게 신기했던 MRI를 설명하고 싶습니다. MRI는 자기장을 통해 신체를 영상 자료로 볼 수 있는 기계입니다. 자기장의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가 테슬라(T)인데 병원에서는 보통 1.5T 또는 3T로 촬영합니다.

이곳에서 MRI 기계를 직접 볼 수 있었는데 방에 들어갈 때 전자 기기를 소지하고 있으면 강한 자기장으로 서로 붙을 수 있어 휴대폰을 놓고 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의료용 가위를 들고 있어서 끌어당기는 힘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마치 강한 자석 두 개가 붙는 느낌이라 익숙하면서도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방사선과에 일하는 분들에게 어떻게 이 부서에 들어왔는지 물어봤고 여러 장점을 들려줬습니다. 방사선과는 3교대 근무가 없고, 방사선과에 들어오면 나라에서 관리하는 회사에 취업할 수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옥천고 1학년 김규리 학생이 옥천성모병원 방사선과에 찾아가 엑스레이(x-ray) 기계를 작동하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옥천고 1학년 김규리 학생이 옥천성모병원 방사선과에 찾아가 엑스레이(x-ray) 기계를 작동하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 혈압과 체온 재는 방법이 따로 있다

마지막 날 체험한 간호과는 제가 희망한 직업인 장기이식코디네이터를 물어볼 수 있는 부서라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외과, 내과,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 이렇게 5곳에 방문했습니다. 한 번씩 다 들르고 더 자세히 알고 싶은 과에 찾아가 체험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내장 기관에 생긴 병을 외과적 수술 없이 치료하는 내과에 갔습니다. 이곳은 외과와 달리 붕대를 감은 환자들이 없었고, 혈압과 체온, 수액을 조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혈압과 체온을 그냥 재면 되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혈압을 재는 기계는 어떻게 측정하는지에 따라 심박수가 달라질 정도로 예민합니다. 따라서 혈압을 잴 때 말하거나 움직이면 안 되고 심장과 팔이 동일 선상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몸에 산소가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는 산소 포화도를 검사했습니다. 체온은 주로 오른쪽 귀에 대고 재는데 어른은 귓구멍 위, 어린이들은 귓구멍 아래를 잽니다. 이러한 과정을 보고 들으면서 ‘그냥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 일터 체험으로 달라진 생각

이날 간호과 체험에 가장 기대했던 인터뷰 시간이 다가왔고, 장기이식코디네이터를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 간호사 중 어떤 분들이 이 진로로 나아가는지 물었고, 중환자실에 일하는 분들이 이쪽으로 많이 간다고 알려줬습니다. 중환자실은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들이 계셔서 막대한 책임을 져야 장기이식코디네이터로 경력을 쌓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옥천성모병원 진로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이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옥천성모병원 진로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이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이번 일터체험을 통해 ‘과연 내가 이런 큰 책임을 안고 진지하게 일할 수 있을까’ 되물었습니다. 장기이식코디네이터는 어떤 사람에게는 큰 행운을 가져다주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큰 슬픔을 안겨줄 수 있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에게 공감을 주거나 위로를 건네는 말에 서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직업이 내 적성에 맞는지 알아보려고 옥천성모병원 체험에 참여한 결과 저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처음엔 내가 이루고 싶은 진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기대에 참여했지만 저처럼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마을일터체험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체험하기 전에는 ‘이런 일들을 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몸소 체험하고 나니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체험을 통해 제 진로를 확실히 정할 수 있었고, 병원에 일하고 계신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더 아프지 않게 살아간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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