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고 2학년 도경아 학생
옥천군보건소 진로체험(7.19, 20, 8.16) 활동일지

편집자주_지난 7월19일부터 8월16일까지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주최로 ‘2023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가 열렸습니다. 옥천고, 청산고 1~2학년 학생 46명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우리고장 내 일터 현장에 찾아가 직무체험을 했는데요.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어른들을 멘토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역 내 17개 사업장이 참여한 가운데 옥천고등학교 2학년 도경아 학생이 옥천읍 삼양리에 있는 옥천군보건소(멘토 이수현)에 찾아가 3일간 체험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간호사를 꿈꿨습니다. 사람을 보살피고 치료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간호사가 하는 일을 조사하고 정리하면서 제 꿈은 보건소에서 일하는 간호사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보건 간호사가 일반 병원 간호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 했습니다. 보건소는 병원과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공공기관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꿈을 가지고 나아가던 중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이하 청마 프로젝트) 소식을 들었습니다. 청마 프로젝트 안에는 옥천군보건소 업무를 체험하고 멘토님과 면담하는 시간이 있어 목표를 굳게 할 기회로 여겨 지원했습니다. 보건소에 일하는 간호사가 내가 진짜 원하는 목표인지 확인하고자 청마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옥천군보건소 체험으로 보건소와 병원의 차이를 자세히 알았습니다. 보건소는 예방을 우선으로 하는 곳입니다. 어린이부터 학생을 위한 여러 예방 교육을 하고, 금연 예방 교육도 합니다. 코로나19 방역도 보건소가 합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보건소에서 독감 예방 접종을 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보건소는 지역 내 모든 의료 내용을 파악합니다. 병원의 이름 교체, 자동 제세동기(자동심장충격기), 구급차 등 의료 관련 내용을 신고 받고, 기록하고, 관리합니다. 예를 들어, □□병원을 ○○병원으로 이름을 바꿀 때 신고해야 하고, 자동 제세동기를 학교에 설치하면 개수와 위치를 보건소에 알려야 합니다. 그 밖에도 보건소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우리를 보호하고 치료하는 업무를 합니다.

반면 병원은 개인이 소유하는 곳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분들은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은 매우 정교하고 세밀한 치료가 가능하지만 보건소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소도 병원처럼 의사가 있고, 약자들이 우선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으며, 약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 보건 현장에 갔더니 한결 편해진 이유

옥천군보건소 진로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이 '마음품' 버스 옆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우울증 교육과 상담에 관해 듣고 있다. 마음품 버스는 옥천군보건소,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함께 운영한다. 버스 안에는 스트레스 측정기, 정신건강 상담실이 갖춰져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옥천군보건소 진로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이 '마음품' 버스 옆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우울증 교육과 상담에 관해 듣고 있다. 옥천군보건소,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함께 운영하는 마음품 버스 안에 스트레스 측정기, 정신건강 상담실 등이 갖춰져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첫날 보건소에 방문한 부서는 정신보건팀입니다. 이곳은 치매 등을 관리·지원하는 곳입니다. 보건소는 많은 위탁관계가 있는데, 정신보건팀은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센터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에 가서 업무를 지켜봤습니다. 복지사들은 교육, 상담 담당으로 나뉩니다. 교육을 담당하는 분들은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안내하며 상담했습니다. 상담을 담당하는 분들은 차로 어르신들을 모셔 지문을 같이 읽으며 일대일로 상담했습니다.

첫날 체험이 끝날 무렵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직업을 선택하기까지 과정, 어르신과 대화할 때 주의할 점, 이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 등을 물었습니다. 아쉽게도 시간이 부족해 많이 물어보진 못 했지만 차로 이동할 때 팀장님이 보건소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일할 때 마음가짐을 알려줘 유익했습니다.

거의 처음으로 제가 원하는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니 미지의 세계에 들어간 기분이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초조하고 불안하던 제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너무 한 직업에 메여있지 않고 다른 직업도 생각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제 마음가짐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 ‘예방’이 목적인 공공보건의료

옥천고 2학년 도경아 학생이 보건소 건강증진팀에서 모바일 헬스케어를 체험하고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는 전체적인 몸 상태를 관리해주는 곳으로 비만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채움건강' 앱을 이용해 운동과 식습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옥천고 2학년 도경아 학생이 보건소 건강증진팀에서 모바일 헬스케어를 체험하고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는 전체적인 몸 상태를 관리해주는 곳으로 비만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채움건강' 앱을 이용해 운동과 식습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둘째 날 찾아간 부서는 건강증진팀입니다. 이곳은 5개 분야가 있는데 처음엔 건강 상태를 다방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헬스케어 상담실’에 방문했습니다. 여기서는 ‘채움건강’이라는 앱을 이용해 특정 조건의 사람을 다양한 방법으로 챙길 수 있습니다. 평소 인터넷과 책으로만 접한 내용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실시하는 모습을 보니 놀랍고 흥미로웠습니다.

다음은 ‘구강상담실’입니다. 이곳은 어렸을 때 교육을 들으러 온 적이 있고, 학교에 찾아가 교육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육과 관련된 일만 할 줄 알았는데 교육과 예방 사업을 같이 한다는 말씀을 듣고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는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학생들이 보건소 구강상담실 직원에게 업무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학생들이 보건소 구강상담실 직원에게 업무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셋째, 넷째는 ‘한의학’과 ‘영양플러스’입니다. 한의학 선생님은 출장이 잦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 해 아쉬웠습니다. 영양플러스는 식단 상담을 할 줄 알았는데 식단과 상관이 없었고 임산부 등에게 음식꾸러미 보내는 일을 했습니다. 예상과 다른 일을 해서 놀랐습니다. 미리 판단하지 말고 직접 찾아보고 확신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방문한 곳은 ‘금연상담실’입니다. 이곳은 금연과 금주를 예방하고 지원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상담하면서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돕는데 학교에서 받는 금연, 금주 예방교육도 합니다. 현재 보건소에 많은 청소년이 이곳에 방문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평소 병원에 간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보건소에서 상담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 무료로 지원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보건소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단순 치료가 아닌 예방을 목적으로 일하는 곳이라고 체감했습니다.

학생들이 보건소 영양플러스 직원에게 업무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학생들이 보건소 영양플러스 직원에게 업무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학생들이 보건소 금연상담실 옆 교육 공간에서 금연과 관련한 상담 절차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학생들이 보건소 금연상담실 옆 교육 공간에서 금연과 관련한 상담 절차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 보건소 직원들의 숨은 노고

마지막 날에는 예방접종실과 민원실에 갔습니다. 처음엔 예방접종실이 예방주사를 놓고 백신관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행정업무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밖에도 민원실에 일하는 분들이 얼마나 힘든지, 보건소에 일하는 분들이 시즌 때만 바쁜 게 아니라 평소에도 여러 업무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또한, 병원과 많은 교류가 있으며 의료와 관련된 행위(병원 이름 변경, 제세동기 신고, 약비 지원, 백신 전달 등)들이 다 보건소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의료 지원을 직접 나가기도 하고 보건소 축제나 방역, 기생충·날파리 제거 등 정말 다양한 일을 챙겼습니다. 보건소가 눈에 보이는 상담, 예방접종 등만 하는 곳이 아니라고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목표로 한다면 큰 다짐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체험하기 전에는 공공기관에 일하는 공무원 간호사, 어렸을 때 많이 가던 보건소라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이번 체험을 통해 보건소에 관해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는 걸 느꼈습니다. 보건소 직원들이 우리의 삶 여기저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것을 알았고, 저는 보건 간호사라는 직업에 확신을 가졌습니다.

도경아 학생이 금연상담실 옆 교육 공간에서 폐활량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 ‘진로를 못 정해도 괜찮아’

사실 직업 체험이었지만 보건소 업무를 직접 해보진 못 했습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 옆에서 어르신들이 이동할 때 거드는 일만 참여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지도한 모든 분과 면담할 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복지사 분들은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와 지금까지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아직 진로를 못 정해도 괜찮아.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일을 경험할 거고, 꼭 지금 정한 데로 가지 않아도 전혀 문제될 게 없어. 진로가 꼭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자신에게 맞는 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야.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부담 갖지 말고, 기회는 많다고 조언해 주면서 생소한 이름의 복지 관련 직업도 알려줬습니다. 보건소에서 만난 직원들은 부서마다 하는 일, 일반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보건소에 관해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줬습니다.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 답해줬고, 질문이 없어도 뭐라도 하나 더 알려주려 했습니다. 또 바쁜 일정으로 활동하는 중간에 많이 못 뵀지만 이수현 팀장님이 차로 이동할 때나 체험이 끝나고 마지막 정리하는 시간 때 보건 간호사가 지녀야 할 태도, 꼭 간호사가 아니라도 평소에 지닐 마음가짐을 조언해줬습니다.

이번 체험을 통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꼭 이루지 못 해도 괜찮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듯이 아직 시간이 많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앞으로 많을 테니 꼭 한 가지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떠오릅니다. 멘토님들의 인생 이야기 중에서 주변에 다양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들려줘 더 와닿았습니다. 보건소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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