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고 1학년 김지윤 학생
옥천동물병원 진로체험(7.27~29) 활동일지

편집자주_지난 7월19일부터 8월16일까지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주최로 ‘2023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가 열렸습니다. 옥천고, 청산고 1~2학년 학생 46명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우리고장 내 일터 현장에 찾아가 직무체험을 했는데요.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어른들을 멘토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역 내 17개 사업장이 참여한 가운데 옥천고등학교 1학년 김지윤 학생이 옥천읍 삼양리에 있는 옥천동물병원(멘토 정종관)에 찾아가 3일간 체험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하루 중 4시간 반은 동물병원에서 보냈다. 청소년 마을 일터 체험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 체험을 신청한 이유는 직업을 선택할 때 학생으로서 공부하는 것 외에도 관심 있는 분야의 현장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내 적성을 확인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옥천동물병원을 선택한 이유는 어렸을 때 동물과 보냈던 시간 속에서 내 동물에 대한 애정이 컸던 데 있다.

초등학교 1~3학년 때 해외 생활을 처음 시작하고 새로운 집, 문화, 언어, 학교에 적응했던 데에는 반려동물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잘 못 하고 그 나라 문화를 잘 알지 못해 낯설고 힘들어서 우울증 비슷한 마음의 병을 앓은 적이 있다.

그 시기 우리 집에 온 활발한 닥스훈트 강아지의 애정 덕분에 치유할 수 있었고, 학교 생활과 타지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었다. 그 후에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강아지 덕분에 일상에서 힘을 얻었다. 이런 어린 시절을 겪어서 그런지 동물에 애착이 더욱 큰 것 같고 자연스레 동물을 진료, 치료하는 직업인 수의사가 매력적으로 다가와 동물병원 마을 일터 체험을 신청했다.

옥천고 1학년 김지윤 학생이 청성면에 있는 한 축사에 찾아가 젖소 진료 보조를 하고 있다.
옥천고 1학년 김지윤 학생이 청성면에 있는 한 축사에 찾아가 젖소 진료 보조를 하고 있다.

■ 동물을 이해하고 치료한다는 것

첫째 날에 가장 인상 깊었던 체험은 청성면에 있는 한 축사에서 젖소 진료 보조를 한 일이다. 젖소의 좌우 기관 차이와 임신한 젖소가 출산한 뒤 연골과 뼈 변화에 관해 상세히 배울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젖소가 출산하고 나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통증을 호소한다고 배웠다.

이 젖소의 원활한 일상생활을 위해 진료를 보조했다. 유치원 이후로 대동물을 경험하는 것이 처음이라 이러한 기회가 주어져 감사했고 신기했다. 옆에서 젖소의 소화과정을 들었는데 학교 동아리(펩타이즈)에서 심화 탐구한 내용이라 내가 배운 과학 이론이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동물병원에서 주로 보정(안전하고 빠르게 진료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을 움직이지 않게 잡아주는 일)만 참여할 줄 알았는데 수술을 보조하는 일도 했다. 기형아로 태어난 송아지의 다리 수술을 보조하는 일이었다. 사람도 동물도 수술 과정을 매체가 아닌 눈으로 직접 보는 일이 처음이라 신기한 마음이 컸다.

김지윤 학생은 이번 동물병원 진로 체험을 통해 ‘동물 치료 뿐만 아니라 동물을 보호하는 사람의 마음도 같이 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지윤 학생은 이번 동물병원 진로 체험을 통해 ‘동물 치료 뿐만 아니라 동물을 보호하는 사람의 마음을 같이 살피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인대, 혈관과 같은 기관들을 보는 게 신기했다. 또한 수술하는 과정(단계)이 예상한 것보다 신경 쓸 부분이 꽤 많아 복잡하다고 느꼈다. 마취, 수술, 봉합, 붕대 감기까지 과정이 어렵고 항상 똑같지 않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동물이 눈물을 흘릴 때 그저 눈에 잘못 들어간 이물질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슬픈 감정을 느껴서 그런 건지 궁금했다. 송아지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봤는데 송아지 눈물의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이에 관해 더 찾아보니 소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현상이라는 주장과 소의 큰 눈에 들어간 이물질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 동물과 사람의 아픔을 살피는 일

삼일에 걸친 체험을 통해 멘토님(수의사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동물을 진료하는 일뿐만 아니라 보호자님들과 원활한 소통으로 일상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신 말씀이다.

수의사님은 실제로 보호자님들의 말을 경청하고, 반려동물 보호자이기 전에 그저 한 인간으로서 소통하고 관심과 정으로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의사는 동물만 치료하는 직업으로만 알았는데 체험하고 나서 동물치료뿐만 아니라 동물을 보호하는 사람도 생각하고 도움을 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김지윤 학생이 옥천동물병원에서 보호하는 유기견을 돌보고 있다.
김지윤 학생이 옥천동물병원에서 보호하는 유기견을 돌보고 있다.

또한 두 번째 말씀으로는 멘토님이 고등학생 시절 공부하던 방식과 양이었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공부를 정말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 체험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내가 판단하는 ‘공부를 많이 했다’는 양의 몇 배는 더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그만큼 절실하게 하는 게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로에 깊은 고민이 앞으로도 필요하겠지만, 진로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내가 이 직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라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를 보완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향상시켜 진로를 정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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