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나인포토 전시회, 19~23일까지 열려
나인포토 회원 8명 참여해 사연 있는 사진 30점 전시

사진은 묘한 점이 있다. 찍으려고 하면, 안 보인다. 하루 몇 백 장 찍는 게 중요치 않다. 바라고 바라던 사진 한 장을 건지는 게 훨씬 값지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울까. 사진은 알면 알수록 어렵다. 아무리 기다려도 찰나의 순간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길을 헤맸을 때 초조함을 건너야 한다. 내게 찾아온 우연과 행운, 불행 모두를 받아들이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대상을 만날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린다. 오래도록 지켜본다. 그러다 멈칫. 사진은 결국 내 마음을 찍는 일이었다.

우리고장 사진동호회 나인포토(9 Photo, 회장 안치성)가 여덟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19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 열릴 이번 전시는 안치성 회장을 비롯해 서상숙 박병노 신현자 신혜정 유성찬 윤진섭 김은주 씨 등 회원 8명이 참여했다. 2014년 3월에 창립한 나인포토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정기적으로 출사해 찍은 사진들을 군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시도 정해진 주제 없이 회원들의 고유한 특징이 묻어나는 사진 30점을 들고 왔다.

19일 사진동호회 나인포토(9 Photo)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이날 (왼쪽부터) 나인포토 윤진섭 회원, 김은주 회원, 신현자 회원, 옥천군의회 조규룡 의원, 나인포토 안치성 회장, 박병노 회원, 신혜정 회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상숙, 유성찬 회원은 이날 개인 사정으로 자리에 참석하지 못 했다.
19일 사진동호회 나인포토(9 Photo)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이날 (왼쪽부터) 나인포토 윤진섭 회원, 김은주 회원, 신현자 회원, 옥천군의회 조규룡 의원, 나인포토 안치성 회장, 박병노 회원, 신혜정 회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상숙, 유성찬 회원은 이날 개인 사정으로 자리에 참석하지 못 했다.

■ 나를 비워내자 사진이 내 곁으로

나인포토 초창기 멤버인 윤진섭(64, 읍 죽향리) 씨는 자연의 색을 찾는 데 골몰했다. 그는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평화공원과 육영수생가 인근 연꽃밭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발견한 장미와 연꽃을 가까이서 찍었다. 자세히 보니 <노란 장미>와 <빨간 장미>는 색깔도 다른데 생태도 달랐다. 빨간 장미 잎은 반시계 방향, 노란 장미 잎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모습이었다. 윤 씨는 “꽃을 보면 그저 예쁘다고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또 다르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잡은 지 20여년, 그는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잊고자 바람 쐰다는 기분으로 사진을 접했다. 지금껏 카메라에 몰입할 줄 누가 알았을까. 사진 찍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어 가장 마음이 편하다는 윤 씨는 “나이를 먹을수록 여가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사진 취미를 적극 권했다. 이어 “흔히 보는 야생초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신비로운 점이 많다”며 “가까운 곳에도 찍을 소재들이 많다는 점에 사진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윤진섭 씨가 영동 노근리평화공원에서 촬영한 '노란 장미', '빨간 장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띠고 있다.
윤진섭 씨가 영동 노근리평화공원에서 촬영한 '노란 장미', '빨간 장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띠고 있다.

사진 세계에 빠져든 지 23년 된 박병노(60, 읍 장야리) 씨는 옥천 용암사, 안성 팜랜드, 한강대교에 가서 찍은 풍경 사진 3점을 냈다. 지난해 가을에 촬영한 <용암사 일출> 사진은 낮과 밤의 온도 차로 운해가 생겨 깊은 산속의 그윽한 정취를 느끼게 했다. 이원에서 넘어온 운해가 움직여 옥천 시내를 가리는 모습을 포착하기까지 몇 날 며칠 산행을 강행했다. 그는 원하는 풍경의 모습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깨달았다.

안성 팜랜드에 핑크뮬리가 장관을 이룬 <분홍빛 언덕>, 서울 63빌딩이 보이는 한강대교 중간 지점에서 일몰을 포착한 <석양 풍경>도 오랜 인내 끝에 찾은 결과물이다. 나인포토에 초창기 때부터 참여한 박 씨는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는 마음으로 좋은 풍경사진을 담아와 군민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사진 저변 확대를 위해 사진에 관심 있는 분들이 우리 동아리에 같이 참여해 여가 선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병노 씨가 안성 팜랜드 내 핑크뮬리 군락을 찍은 '분홍빛 언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병노 씨가 안성 팜랜드 내 핑크뮬리 군락을 찍은 '분홍빛 언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현자(60, 읍 양수리) 씨는 올여름 육영수생가 인근에 핀 연꽃을 가까이서 찍어 <연의 찬미> 시리즈 4점을 냈다. 작품들은 꽃잎이나 꽃 수술 부위를 도드라지게 찍은 게 특징이다. 사진에 담기는 건 극히 일부분, 눈으로 본 아름다운 광경을 그대로 담아오지 못 해 아쉬웠다고 한다. 신 씨는 “올해처럼 내년에도 회원들과 함께 더 좋은 사진들을 찍어 인사드리고 싶다”며 전시회에 찾아온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 아닐까’

나인포토 회원으로 3년째 활동 중인 김은주(64, 동이면 세산리) 씨는 해외여행 때 찍은 사진 3점을 걸었다. 아프리카 오버랜드 트럭킹 투어 당시 남아공에서 나미비아 가는 도로 위 버스 안에서 촬영한 <on the road>,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만난 동물들의 모습을 포착한 <그들의 낙원>, 어느 항구에서 찍은 <여행의 시작>을 사진으로 인화해 이국적인 감성을 드러냈다. 주위에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을 만인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신혜정 씨가 충남 서천에 소나무숲과 맥문동 꽃밭을 배경으로 한 '보랏빛 향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혜정 씨가 충남 서천에 소나무숲과 맥문동 꽃밭을 배경으로 한 '보랏빛 향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 영양이 고향으로 울산서 살다 8년 전 옥천에 정착한 신혜정(64, 읍 양수리) 씨. 평생학습원 사진 수업 때 서상숙 씨를 사진 선생님으로 만난 계기로 9년째 카메라를 잡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너를 기다리며>는 보은 임한리 솔밭에서 만난 풍경이다. 새벽안개와 떠오르는 해가 묘하게 중첩된 찰나를 잡았다. 소나무 너머 배경은 빛으로 처리해 솔밭 밖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궁금하게 했다.

지난 9월 충남 서천에서 만난 ‘맥문동’이라는 꽃을 배경으로 <보랏빛 향기> 작품도 냈다. <가을의 길목>은 공주 영평사 인근 조그마한 계곡에서 찍은 사진이다. 카메라가 인생의 친구처럼 다가온다는 신 씨는 “지금까지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풍경 위주로 찍었는데 내년에는 감성 사진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나인포토 안치성 회장이 관람객들에게 '인생의 길 위에서' 촬영 당시 일화를 들려주고 있다.
나인포토 안치성 회장이 관람객들에게 '인생의 길 위에서' 촬영 당시 일화를 들려주고 있다.

동호회 초창기 때 아홉 사람이 함께해 이름 지어진 나인포토. 현재는 안치성(68, 읍 성암리) 회장까지 여덟 명이 한 달에 1~2번 부지런히 사진 출사를 하고 있다. 안 회장은 대전 장동 계족산 산림욕장에 촬영한 <바람이 꽃잎에게>, 충남 논산 충곡서원에서 만난 배롱나무를 찍은 <자화상>, 용담댐 상류의 ‘주촌’이라는 지명의 생태공원에서 촬영한 <인생의 길 위에서> 3점을 올렸다.

특히나 안 회장에게 <인생의 길 위에서>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는 비포장도로, 굴곡진 길을 따라 앞에 걷고 있는 노인 부부 두 사람을 보면서 ‘저 끝이 내가 언젠가는 가야 하는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안 회장은 “우리 나인포토 회원들이 올해도 같이 사진 찍으러 다니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며 “잘 따라줘서 고맙고, 내년에는 어떤 전시를 준비할지 같이 고민해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인포토 사진전은 오는 2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올해로 여덟 번째 전시를 맞이한 나인포토 회원 사진전은 오는 2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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