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9일 ‘제26회 심향회전’ 열려
여성회관 서예교실에 매주 모여 연습
보은, 대전 등 지역 순회전 기획 준비 중

지인에게 권하고 싶은 취미가 여럿 있을 것이다. 악기 연주부터 노래, 춤, 독서, 운동, 캠핑, 요리 등등 수많은 활동이 부지기수로 떠오른다. 그 가운데 ‘서예’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취미가 또 있을까. 남들에게 자랑하기도 좋고, 삶의 품격을 높일 수 있고, 큰 비용이 들지 않고, 보람도 덩달아 느끼는 활동이 바로 서예가 아닐까 싶다.

서예는 말하자면 일회성 예술이다. 붓을 들면 한 큐로 화선지를 채워나가야 한다. 잠시 딴생각에 삐끗하거나 실수라도 하면 여지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러니 물 흐르듯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마음이 가자는 대로 붓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나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부단한 연습과 마음수행이 따라와야 결실을 본다.

화선지에 담을 내용도 중요하지만, 서체도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서체는 서예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예는 곧 그 사람이다. 붓으로 여행하는 시간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겁다면 한 획 한 획에 자유분방함이 느껴질 것이다. 괜히 ‘묵향만리’라는 말이 생겼을까. 묵향에 제대로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 회원 13명이 전한 ‘마음의 향기’

15일 오후 3시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 열린 '제26회 심향회전' 개막 행사에 심향회 회원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김선기)
15일 오후 3시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 열린 '제26회 심향회전' 개막 행사에 심향회 회원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김선기)

‘심향(心香)’이라 했던가. 우리고장에 서예로서 ‘마음의 좋은 향기’를 내뿜는 단체가 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1997년 2월 여성회관 서예실 개강을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매년 빠짐없이 전시회를 열어 군민들에게 묵향의 진한 여운을 전하는 ‘심향회’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 ‘제26회 심향회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심향회 회원 13명이 참여해 서예 작품 32점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심향회 최고령 회원 손영환(80, 군북면 환평리) 씨는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으로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로움을 이름)와 효제충신(孝悌忠信, 어버이에 대한 효도, 형제끼리의 우애, 임금에 대한 충성과 벗 사이의 믿음을 이름)이라는 사자성어 두 작품을 내보였다. 제1회 심향회전부터 참여하고 있는 김옥희(65, 읍 삼양리) 씨는 한글서예로 정지용 시 ‘구성동’, 한문서예로 공자 근학편을 냈다.

심향회 회원 13명이 참여해 개성 있는 서예 작품 32점을 내걸었다. 심향회는 매주 여성회관에 모여 서예를 그리고 있다.
심향회 회원 13명이 참여해 개성 있는 서예 작품 32점을 내걸었다. 심향회는 매주 여성회관에 모여 서예를 그리고 있다.
심연 김옥희 작품 '정지용 시 구성동'.
심연 김옥희 작품 '정지용 시 구성동'.
평포 손영환 작품 '인의예지', '효제충신'.
평포 손영환 작품 '인의예지', '효제충신'.

■ 우리네 삶이 스며든 ‘민체’ 주목

심향회 회원들은 옥천여성회관에 일주일에 이틀 서예교실로 참여해 하루 2시간 붓글씨 연습에 몰입해 작품 전시까지 나아갔다. 이 서예교실은 심향회 창립 때부터 현재까지 27년째 서예의 깊은 맛을 전수하고 있는 평거 김선기(69, 읍 죽향리) 선생 지도로 진행되고 있다. 김선기 씨 또한 전시 때 정지용 시 ‘산 넘어 저쪽’ 그리고 ‘날 비’ 두 점을 선보였다.

김선기 씨는 서민들의 정서가 담긴 ‘민체’에 주목했다. 민체는 어떤 격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민초들의 수수함이 담긴 글씨를 말한다. 이번 전시에는 한자와 더불어 한글로 쓴 서예를 접목하면서 요즘 시대 흐름에 맞게 캘리그라피를 가미했다는 설명이다. 내년에 열릴 심향회전 역시 한글 위주 작품을 담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성회관 서예교실에서 심향회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평거 김선기 씨가 한글서예로 표현한 정지용 시 ‘산 넘어 저쪽’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회관 서예교실에서 심향회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평거 김선기 씨가 한글서예로 표현한 정지용 시 ‘산 넘어 저쪽’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향후 옥천, 보은, 대전 서예가들과 함께 지역 순회전을 기획 중이라는 김선기 씨는 “심향회가 군민들에게 더 좋은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게끔 지역 예술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정진할 것”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시고, 내년에도 건강에 문제없이 다복한 가정을 이루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타지에 있는 우리 문하생들과 마음을 모아 지역 순회전이 잘 협의될 수 있도록 준비할 테니 기대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서예 배우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

심향회에 20년 넘게 몸담고 있는 김춘호(69, 읍 대천리) 회장도 한글서예로 표현한 정지용 시 ‘홍시’ 그리고 내년 청룡의 해를 맞아 용맹한 기상이 전달되는 한문서예 ‘龍’ 두 점을 내걸었다. 김 회장의 호는 푸를 청, 호수 호를 써서 ‘청호(靑湖)’로 친정이 마침 청산이다. 옥천도서관에 제 발로 찾아간 계기로 심향회 활동을 이어간 그는 지금도 붓을 들 때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심향회 회장을 맡고 있는 청호 김춘호 씨가 작품 '龍(용)'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심향회 회장을 맡고 있는 청호 김춘호 씨가 작품 '龍(용)'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예를 배우면 배울수록 인생 공부처럼 다가온다는 김 회장은 “회원전 준비할 때 이세희 전 회장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고, 이전 회장님들이 잘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심향회 회원들은 가족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지내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어려움 말고 찾아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심향회에 가입하고 싶다면 여성회관(731-0628)에 전화하거나 매주 수요일, 금요일 오전 10시 여성회관 2층에서 하는 서예교실에 찾아오면 된다고 알렸다. 월 회비는 1만원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군비 지원과 함께 심향회 회원들의 자체 회비를 걷어 약 500만원 예산이 들어갔다. 제26회 심향회전 참여 회원은 다음과 같다. △심연(心蓮) 김옥희 △정봉(丁峰) 김원근 △솔벗 김진희 △청호(靑湖) 김춘호 △소야 박선주 △평포(平鋪) 손영환 △백암(栢菴) 신동호 △창공 신호섭 △남강(南江) 이세희 △달샘 이순자 △윤곡 조경순 △아름 한선자 △평거(平居) 김선기.

올해로 26회째 회원전을 연 심향회는 매주 수요일 금요일 오전 10시 여성회관 2층에서 서예교실을 하고 있다. 회원은 상시 모집 중이다.
올해로 26회째 회원전을 연 심향회는 매주 수요일 금요일 오전 10시 여성회관 2층에서 서예교실을 하고 있다. 회원은 상시 모집 중이다.
이번 심향회전은 서민들의 정서가 담긴 ‘민체’에 주목해 한자와 함께 한글, 캘리그라피를 가미한 여러 작품을 내걸었다.
이번 심향회전은 서민들의 정서가 담긴 ‘민체’에 주목해 한자와 함께 한글, 캘리그라피를 가미한 여러 작품을 내걸었다.
아름 한선자 작품 '나태주 시 이 가을에'.
아름 한선자 작품 '나태주 시 이 가을에'.
남강 이세희 작품 '이해인 시 책과의 여행'.
남강 이세희 작품 '이해인 시 책과의 여행'.
윤곡 조경순 작품 '松(송)'.
윤곡 조경순 작품 '松(송)'.
백암 신동호 작품 '大道無門(대도무문)'.
백암 신동호 작품 '大道無門(대도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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