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옥천미술협회 정기 회원전 열어
한국화, 서예, 도예 등 작품 53점 내걸어
오는 8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20년이다. 차곡차곡 쌓은 역사만큼이나 우리고장 미술 세계가 더 깊고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아니나 다를까. 서각, 한국화, 도예, 유화, 서예, 도예, 공예, 문인화, 압화, 수채화 등 지역 예술인들이 개성 넘치는 작품을 들고 왔다. 전통과 새로움이 조화를 이룬다. 지역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예년과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옥천미술협회(회장 박창식)가 군민들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스무 번째 옥천미술협회 정기 회원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렸다. 지난 2일부터 오는 8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 진행될 이번 전시는 옥천미술협회 회원 28명이 참여해 작품 53점을 내걸었다. 참여 작가 중에는 안남면 청정리에 깻잎 농사하는 한국화가 우희문 작가, 옥천미술협회 최고령 회원 정명자 작가 등이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4일 오후 4시에 열린 이날 개막 행사에서는 참여 작가들과 함께 김외식 의원, 정지승 군 문화관광과장, 이재한 민주당 동남4군 지역위원회 위원장, 안효익 전 의원, 안후영 전 옥천예총 회장, 안치성 나인포토 회장, 한국미술협회 괴산지부 김정희 지부장, 한국미술협회 영동지부 이강혁 지부장 등 40여명이 참여해 자리를 메웠다.

제20회 옥천미술협회(회장 박창식) 정기 회원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8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제20회 옥천미술협회(회장 박창식) 정기 회원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8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옥천미협 1년 농사의 결실 

지난해 12월 옥천미술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박창식 회장은 전시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 회장은 “회원님들이 1년 농사를 열심히 잘 지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여러 귀한 분들이 와주셔서 마음이 부풀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제가 회장을 맡고 처음 여는 정기 회원전이고, 우리 사무국장(손미선 작가)님도 사회를 처음 본다”며 “프로보다 아마추어가 더 멋있듯이 작품은 프로 이상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정지승 문화관광과장은 문화예술의 고장 옥천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다진 옥천미술협회 회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황규철 군수를 대신해 참석한 정지승 과장은 축사에서 “지역 미술인들이 꾸준한 창작 활동을 선보일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박창식 회장님과 수준 높은 작품으로 전시회를 풍성하게 채워준 회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번 전시로 군민들과 우리 옥천군에 찾아온 관광객들이 바쁜 일상에서도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찾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한 지역위원장 또한 지역 예술 발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재한 위원장은 축사에서 “이렇게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있어 오늘처럼 뜻깊은 시간이 있는 것 같다”며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자리가 계속 이어져 옥천군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끔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요즘 정치권이 많이 어둡지만 저희가 더 노력해서 여러분의 작품 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4일 옥천미술협회 정기 회원전에 참여한 회원들이 행사가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일 옥천미술협회 정기전 개막 행사에 참여한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작품 소개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참여 작가들은 차례대로 작품을 설명했다. 동이면 세산리에 서각미술관을 운영하는 현산 강민(본명 강노형) 작가는 느티나무로 만든 ‘십장생도’, 대추나무로 만든 ‘백학도’를 선보였다. 서각미술은 나무에 글씨나 그림을 칼로 새겨 색을 칠하고 깨끗하게 다듬어 완성하는 예술이다. 강민 작가는 “옥천 분들에게는 수강료 없이 서각미술을 가르치는 만큼 많이 찾아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이면 석탄리에 사는 박창식 회장은 ‘청허선사 시’, 천상병 시 ‘술’ 등 서예 작품 2점을 냈다. 글의 주제는 그가 즐겨 마시는 술이다. 박 회장은 “옛날 시를 한문으로 빽빽하게 쓰면 사람들이 보지 않아서 시인 천상병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막걸리를 마시며 쓴 한글 시를 썼다”며 “밥보다 술을 더 좋아해 술에 관한 시를 많이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즐겨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읍내에서 관성서예한자 학원을 운영하는 이정우 원장은 명심보감 내용 중에 ‘존심편’과 ‘근학편’을 선별해 한문 서예를 냈다. 존심편은 ‘총명하고 생각이 밝더라도 어리석은 척하면서 지켜야 하고, 공적이 천하를 덮을지라도 사양지심으로 지켜야 하고, 용맹이 세상이 떨칠지라도 겁냄으로서 지켜야 하고, 부유함이 사해를 덮을지라도 겸손함으로 지켜야 하느니라’, 근학편은 ‘배운 자는 곡식과 벼와 같고, 배우지 않는 자는 쑥과 풀과 같다’는 내용이다.

옥천미술협회 박창식(오른쪽) 회장이 서예 작품 ‘청허선사 시’, 천상병 시 ‘술’을 소개하고 있다. 
옥천미술협회 박창식(오른쪽) 회장이 서예 작품 ‘청허선사 시’, 천상병 시 ‘술’을 소개하고 있다. 
현산 강민(오른쪽) 작가가 대추나무로 만든 '백학도'를 소개하고 있다.
현산 강민(오른쪽) 작가가 대추나무로 만든 서각미술 작품 '백학도'를 소개하고 있다.
이정우 작가가 명심보감 글귀를 보고 쓴 서예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우 작가가 명심보감 글귀를 보고 쓴 한문서예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전통과 현대적인 느낌 살려

수묵의 선과 농담으로 산수화 ‘부소담악’을 그려낸 정선순 작가. 부소담악에 나 있는 길과 돌의 울퉁불퉁한 모습 그대로를 먹으로 표현했다. 이원면 장찬리에 소나무갤러리카페를 운영하는 송경숙 작가. 그는 우리고장 대표 시인 정지용을 캐릭터화한 ‘아기 정지용’, 반려묘를 안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토우’를 찰흙으로 만들어 아기자기한 감성을 살렸다.

군북면 소정리에 여토도예를 운영하는 정진철 작가는 ‘초화문 발’ ‘초화문 화병’을 선보였다. 그는 40여년간 도자기를 만들어왔다. 옥천미술협회 사무국장으로 모모도예공방을 운영하는 손미선 작가는 혼합토로 만든 ‘나비와 화병도’, 분청토로 만든 ‘분청항아리’를 내걸었다. 화병도는 조선백자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현대적인 느낌을 살려 꽃을 같이 그렸다고.

정인아트갤러리 큐레이터로 있는 강현순 작가는 문인화 작품 ‘어린왕자 중’, ‘연꽃사랑’을 선보였다. 어린왕자 작품에는 ‘사막에서는 조금 외로워, 그런데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라는 글이 써 있다. 강 작가는 ‘연꽃은 흙탕에서 고고하게 피는 꽃’이라며 인간은 모두 외로운 존재라는 걸 말하고자 했다.

정선순 작가가 수묵의 선과 농담으로 작품 '부소담악'을 그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선순 작가가 수묵의 선과 농담으로 작품 '부소담악'을 그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송경숙 작가가 찰흙 소재로 만든 '아기 정지용'을 가리키고 있다.
송경숙 작가가 찰흙 소재로 만든 '아기 정지용'을 가리키고 있다.
정진철 작가가 '초화문 화병'을 보여주고 있다.
정진철 작가가 '초화문 화병'을 보여주고 있다.
손미선 작가가 혼합토로 만든 작품 '나비와 화병도'를 설명하고 있다.
손미선 작가가 혼합토로 만든 작품 '나비와 화병도'를 설명하고 있다.
강현순 작가가 문인화 작품 ‘어린왕자 중’, ‘연꽃사랑’을 설명하고 있다.
강현순 작가가 문인화 작품 ‘어린왕자 중’, ‘연꽃사랑’을 설명하고 있다.

■ 일상에서 만난 풍경이 작품으로

수북리에 사는 정가매 작가는 ‘story of sky-꿈’ ‘지리산 계곡’ 작품을 유화로 그렸다. 하늘을 주로 그리는 정 작가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면 그 속에 많은 사연을 갖고 말을 거는 것 같다”며 “2년 전 동창과 함께 놀러간 지리산 계곡에서는 붉은 소나무가 옆에서 지켜주며 어우러진 모습을 사진에 담아 그렸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오는 13일 옥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군민연극 <아비>에서 배우 출연을 앞두고 있다.

이원면 용방리에 사는 이상무 작가는 아크릴 물감으로 꽃을 그려낸 작품 ‘들꽃이야기’를 가져왔다. 작가 의도와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이 작가는 ‘그림은 설명하는 게 아니다’라고 짧고 굵게 소개했다. 정명자 작가는 청산면 어딘가에서 만난 옛 기와 형태의 담벼락을 그려 작품 ‘담장’을 표현했다. 그 모습이 별 게 아니지만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수채화를 15년 가까이 그린 조정미 작가는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보라빛 향기’ 작품을 내걸었다. 풍경보다 꽃을 그릴 때 더 행복하다는 조정미 작가. 아크릴도 그리지만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한 수채화가 더 끌린다고. 한정된 시간에 작가들의 작품 소개는 끝이 났다.

정가매 작가가 유화 작품 '지리산 계곡'을 설명하고 있다.
정가매 작가가 유화 작품 '지리산 계곡'을 설명하고 있다.
이상무 작가가 꽃을 소재로 한 유화 작품 '들꽃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상무 작가가 꽃을 소재로 한 유화 작품 '들꽃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정명자 작가가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작품 '늘 그자리'를 설명하고 있다.
정명자 작가가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작품 '늘 그자리'를 설명하고 있다.
조정미(오른쪽) 작가가 한국미술협회 영동지부 이강혁(왼쪽) 지부장에게 수채화로 그림 설명을 하고 있다.
조정미(오른쪽) 작가가 한국미술협회 영동지부 이강혁(왼쪽) 지부장에게 직접 그린 수채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영동, 괴산에서 온 축하 인사

이날 전시를 보러 괴산에서 온 손님이 있었다. 한국미술협회 괴산지부 김정희 지부장이다. 김 지부장은 전신인 괴산미술인협회가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올해 1월 지부 승인을 받았다고 단체를 소개했다. 그는 “분과별로 한국화, 서양화, 수채화, 서예, 공예 등 여러 분과가 있지만 그 안에 작가들의 개성이 묻어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20주년 정기 회원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앞으로 옥천과 문화 교류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웃동네 영동에서 온 손님도 있었다. 한국미술협회 영동지부 이강혁 지부장이다. 이 지부장은 지난달 영동지부에서 서른 번째 정기 회원전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올해 영동지부장을 맡은 그는 “영동에서 열린 회원전 때 박창식 회장님이 오셨고, 이웃동네인 만큼 저도 전시를 축하해드릴 겸 왔다”며 “작품 장르도 다양하고, 작가님들이 밝고 경쾌하게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저희도 그런 점을 배우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남부3군에 있는 지부장님들과 문화 예술로 교류하는 방향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20회 옥천미술협회 정기 회원전 참여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 민 △박윤자 △이미자 △정용일 △강현순 △박정원 △이상무 △정 인 △고재만 △박창식 △이정우 △정진철 △김미경 △배경숙 △정가매 △조경희 △김수연 △손미선 △정명자 △조은진 △김승애 △송경숙 △정선순 △조정미 △김희자 △우희문 △정옥자 △한이숙 (이하 2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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