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미술협회 5인, 정인아트갤러리 초대전 열어
서양화·압화·서예·문인화 작품 29점 선보여
갤러리 개관 1주년 맞아 다음 달 12일까지 전시

옥천 문화예술인들이 모인 자리였다. 문인화, 서양화, 압화, 서예 등 각 분야에 잔뼈가 굵은 지역 미술인 5인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전시에 마음을 모았다. 현실이 고단하고 힘들수록 우리 삶을 보듬어 주는 예술의 역할이 커지기 마련이다. 빗속을 뚫고 달려온 지역 예술인들과 관람객들은 예술이 가진 삶의 성찰, 즐거움, 치유의 힘을 간절히 바랐는지 모른다. 지역과 사람, 예술이 만나는 자리에 삶의 고단함을 이겨낼 희망의 새싹이 솟아나고 있었다.

지난 7월15일 오후 5시 청성면 합금리에 있는 정인아트갤러리(대표 정 인)가 개관 1주년을 맞아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옥천미술협회(회장 박창식) 고문으로 있는 강현순 이미자 이상무 이정우 정용일 작가를 초청해 5인 5색 초대전을 연 것. 주제는 <바람에 초록을 입히다>로 작품 29점을 선보였다. 이날 개막전에 정 인 대표, 안후영 전 옥천예총 회장, 박창식 옥천미술협회 회장, 옥천미술협회 회원, 지역예술인, 지역 주민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15일 청성면 합금리에 있는 정인아트갤러리가 옥천미술협회 고문 5인을 초대해 전시를 열었다. 오른쪽부터 정용일 작가, 옥천미술협회 박창식 회장, 정인아트갤러리 정 인 대표, 강현순 작가, 이상무 작가, 이정우 작가, 이날 손님으로 온 정가매 작가. 이번 전시에 작품을 내건 압화 작가 이미자 씨는 개인 사정으로 자리에 참석하지 못 했다.
지난 15일 청성면 합금리에 있는 정인아트갤러리가 옥천미술협회 고문 5인을 초대해 전시를 열었다. 오른쪽부터 정용일 작가, 옥천미술협회 박창식 회장, 정인아트갤러리 정 인 대표, 강현순 작가, 이상무 작가, 이정우 작가, 이날 손님으로 온 정가매 작가. 이번 전시에 작품을 내건 압화 작가 이미자 씨는 개인 사정으로 자리에 참석하지 못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낭송가 홍승숙 씨가 이해인 시 ‘해바라기 연가’를 낭송했고, 바이올린 연주가 우선희 씨가 노르웨이 민요 ‘당신은 소중한 사람’을 연주했으며, 소프라노 솔리스트 정옥란 씨가 박문호 시 ‘님이 오시는지’를 노래해 행사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 정인아트갤러리 큐레이터이자 이번 초대전에 참여한 강현순 작가가 사회를 맡았다.

■ ‘지역 작가 계속 발굴할 것’

자작시와 함께 이해인 시 등 문인화 작품 8점을 선보인 강현순(78, 군서면 월전리) 작가는 인사말에서 “2004년부터 시작한 옥천미술협회가 창립한 지 19년이 됐다”며 “정 인 대표님이 옥천미술협회 고문들을 모시고 초대전을 열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옥천 미술발전을 위해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고, 정인아트갤러리가 옥천 문화를 선도하는 명문 갤러리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정인아트갤러리 1층 로비에서 진행된 행사에 70여명이 참석했다. 축하 무대로 시낭송가 홍승숙(가운데) 씨가 이해인 시 ‘해바라기 연가’를 낭송한 뒤 전시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정인아트갤러리 1층 로비에서 진행된 행사에 70여명이 참석했다. 축하 무대로 시낭송가 홍승숙(가운데) 씨가 이해인 시 ‘해바라기 연가’를 낭송한 뒤 전시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인아트갤러리 개관 1주년에 아홉 번째 전시를 맞이한 정 인 대표는 관람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 인 대표는 “수원에서 사업을 하면서 주말에 옥천에 와서 갤러리를 지키고 있다”며 “수원에서 돈을 벌어 옥천에 쓰자는 생각으로 지역 작가를 계속 발굴해 갤러리에 초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오늘 제일 많은 분이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갤러리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미술협회 박창식 회장 또한 인사말을 남겼다. 박창식 회장은 “가까이서 멀리서 열일 마다하고 찾아주셔서 옥천미술협회 회원들을 대신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오늘 개관 1주년 행사에 옥천미술협회 고문 5인을 초대해 준 정 인 대표님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을 한다는 게 쉽지 않고, 더군다나 남들 앞에 자기 작품을 보여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에도 이렇게 성황리에 전시를 치르게 돼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인아트갤러리 정 인 대표가 갤러리 개관 1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전시객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정인아트갤러리 정 인 대표가 갤러리 개관 1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전시객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옥천미술협회 박창식 회장이 옥천미협 회원들을 대표해 전시를 연 소감을 전하고 있다.
옥천미술협회 박창식 회장이 옥천미협 회원들을 대표해 전시를 연 소감을 전하고 있다.
정인아트갤러리 큐레이터이자 이번 초대전에 참여한 강현순 작가가 이날 개막전 사회를 맡았다.
정인아트갤러리 큐레이터이자 이번 초대전에 참여한 강현순 작가가 이날 개막전 사회를 맡았다.

■ 23년 살다 보니 어느새 ‘옥천사람’

이날 여러 작품을 선보인 옥천미술협회 고문 네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초대전에 작품을 내건 압화 작가 이미자 씨는 개인 사정으로 자리에 참석하지 못 했다.

서양화가 이상무(73, 이원면 용방리)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꽃을 소재로 한 작품 5점을 내걸었다. 작품 중에 <5월의 신부>는 5월에 피는 붓꽃을 보고 신부를 연상해 결혼식이 열리는 성당으로 향하는 자동차를 뒷배경으로 그려 눈길을 끌었다. 고향이 청주인 이상무 작가는 청주여자사범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해 개인전 5회, 단체전 200여회 등에 참여했다. 현재 옥천미술협회 고문, 대전여류화가회 회장, 충북미술대전 운영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이원면 용방리에 살고 있는 이상무 작가가 전시객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이원면 용방리에 살고 있는 이상무 작가가 전시객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들꽃이야기' (이상무 作).
'들꽃이야기' (이상무 作).

서울, 대전 등 도시에서 생활하다 2000년 옥천에 정착한 그는 ‘이제 옥천토박이가 됐다’며 웃으며 말할 만큼 옥천에 녹아들었다. 꽃을 좋아해 집에서 꽃을 기르는 게 취미인 이상무 작가는 “도시에 있을 적에 늘 시골에 들어가 사는 게 꿈이었다”며 “공주, 음성, 단양 등을 다 다녔지만 옥천이 마음에 들어 정착했다”고 말했다. 아직 옥천에서는 개인전을 열지 않았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옥천에서 개인전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옥천미협 위해 열심히 활동할 것’

읍내에서 관성서예한자 학원을 운영하는 이정우(67, 옥천읍) 작가는 서예 작품 5점을 내걸었다. 명심보감, 초려선생 시, 사자성어 등 타의 모범이 되는 글을 선별해 그가 붓글씨를 써 내려간 작품이다. 청성면 장수리가 고향인 이정우 작가는 서울서 30년 이상 서예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옥천에 귀향했다. 그는 지난해 열린 제22회 안견미술대전, 제1회 세계전북비안날레 학생 공모전에서 여러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서예학원 원장으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읍내에서 관성서예한자 학원을 운영하는 이정우 작가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읍내에 관성서예한자 학원을 운영하는 이정우 작가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유지경성' (이정우 作).
'유지경성' (이정우 作).

지난해부터 옥천미술협회 일원이 된 이정우 작가는 박창식 회장의 권유와 이사회의 추천으로 옥천미술협회 고문에 추대됐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19회 옥천미술협회 정기전에 이어 고향 청성에서 옥천미협 고문들과 함께 초대전을 연 그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정우 작가는 “옥천미협 회원 분들이 부족한 저를 추천해 같이 전시하게끔 엮어줘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옥천미협을 위해 미약하지만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 ‘야생 등나무숲’ 보며 떠오른 단상

서양화가 정용일(68, 동이면 지양리) 작가는 목탄, 유화물감을 이용해 옥천을 배경으로 한 작품 5점을 내걸었다. 그는 외부와 단절된 코로나 시기에 안터마을 인근 야생 등나무 숲을 보며 죽음과 맞닿아 있는 인간 삶의 모습, 새로운 생명체가 생기고 소멸하는 모습을 떠올려 그림을 그렸다. 중앙대 회화과를 전공한 정용일 작가는 동 대학원을 나오고, 프랑스 파리1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현재 서울예술의전당 아카데미에 출강해 서양화를 가르치고 있다.

동이면 지양리에 살고 있는 정용일 작가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동이면 지양리에 살고 있는 정용일 작가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산책길에서' (정용일 作).
'산책길에서' (정용일 作).

2012년 옥천에 정착한 정용일 작가는 지난해부터 옥천미술협회 일원이 됐다. 동이면에 사는 박창식 회장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계기로 지난해 옥천미술협회 정기전에도 참여한 그는 이번 초대전이 반갑게 다가왔다. 그는 “작가는 혼자 고립돼 깊이 사색하고, 자기 것을 만드는 시간을 보내며 유배지와 같은 삶을 산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각 분야에 계신 분들과 소통하고 활동하게 돼 삶의 생기가 더 생겼고, 내가 정말 옥천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 ‘개관 1주년 전시 축하합니다’

지인 소개나 개인적인 인연으로 이번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날 시낭송 축하 무대를 펼친 홍승숙(64, 대전) 씨는 대전 재능시낭송협회 부회장으로 있다. 그는 강현순 작가와 20년 가까이 다도(차를 달여 손님에게 권하거나 마실 때 예법)를 함께 배운 인연으로 전시에 참석했다. 홍 씨는 “이번 전시를 축하드리고 성황리에 잘 마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시간이 되는대로 옥천에 문화예술 행사가 있으면 발길 따라 찾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정인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옥천미협 초대전에 방문한 전시객들이 개막 행사를 보고 있다. 
정인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옥천미협 초대전에 방문한 전시객들이 개막 행사를 보고 있다. 
정인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옥천미협 초대전에 방문한 전시객들이 개막 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정인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옥천미협 초대전에 방문한 전시객들이 개막 행사를 보고 있다.  

이원면 강청리에 사는 김영순 씨는 교회에 다니면서 강현순 작가를 알게 돼 정인아트갤러리에 찾아왔다. 이날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 가운데 이정우 작가의 서예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고. 김 씨는 “좋은 작품들을 관람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보러 온 옥천시니어클럽 공경배 관장은 지난 6월20일 옥천시니어클럽 10주년 행사 때 만난 정 인 대표와 인연이 닿아 전시에 참석했다. 그는 “저희 10주년 행사 때 정 인 대표님이 크게 기부를 해주셨고, 또 지역에서 많은 봉사를 하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되어 찾아오게 됐다”며 “오늘처럼 지역에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옥천미협 초대전은 오는 8월1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정인아트갤러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며,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다. 주말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정인아트갤러리 1층 모습. 
정인아트갤러리 1층 모습. 
정인아트갤러리 2층 모습.
정인아트갤러리 2층 모습.
이해인 시 '매화 앞에서' (강현순 作).
이해인 시 '매화 앞에서' (강현순 作).
'가을' (이미자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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