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전통문화체험관서 제 17회 옥천미술협회 정기전 열려

10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장은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옥천미술협회 정기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옥천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작품을 입맛대로 풍요롭게 감상할 수 있다. 전통문화체험관의 은은한 한옥전시관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관객들을 반기는 박창식 작가의 서각 작품 두 점이 그 시작이다. <근위무가>가 선사하는 국새 느낌의 웅장함도 돋보였지만 특히 <향수>는 은행나무에 멋들어진 필체로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표현하고 있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정옥자 작가의 <꽃의 향연>이 여러 재료를 통해서 다채로운 색감과 질감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이 외에도 강민 작가의 그림각 작품 <십장생>과 <까치와 호랑이>, 김희자 작가의 <첫눈>과 <계곡> 등 여러 작품들이 첫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 다음 공간으로 가기 위한 좁은 복도를 지나면 도자기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좌측에는 정지용 시인을 형상화한 모형의 <정지용시집 등>과 <정지용 오르골>이 있다. 오르골 시연을 부탁하자 작품을 만든 손미선 작가가 선뜻 음악을 들려주었다. 오르골에서는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다. 향수라는 단어와 묘하게 어울리는 음악이 인상깊었지만, 그는 “향수를 하고 싶었는데 오르골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못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측에 위치한 정진철 작가의 <연화문 차탁>과 <당초문5인 다기 세트>는 상감 기법을 활용한 디자인이 아름다웠다. 특히 차탁의 경우 탁자의 기능뿐만 아니라 차를 비우는 퇴수 그릇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제작한 실용성 또한 돋보였다. 더 안쪽에는 강현순 작가의 서예와 문인화가 눈에 들어왔다. 성경 구절을 옛글 형태로 작성한  <사랑>, 그리고 소설 ‘어린왕자’의 유명한 구절을 활용해 만든 <어린왕자 중>이었다. 서간체로 쓰인 문장과 그 분위기를 살리는 시화가 어우러지자 의미가 한층 풍부해졌다. 전시장의 가장 안쪽에는 압화 작품 <그리움> 시리즈가 걸려 있었다. 이미자 옥천미술협회장은 “재료를 구하기가 어렵고 세심하게 만들어야 해서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하나 핀셋으로 아름다운 꽃과 풀을 수놓은 작품. 가까이서 볼 때 진가가 발휘되는 압화를 보자 그가 이 그림에 들인 정성이 느껴졌다. 그 밖에도 두 번째 공간에서는 동명의 제목으로 이상무 작가가 선보인 아름다운 색감의 꽃과 도자기 그림을 비롯하여, 김호성 작가의 <일상-그녀 리네아>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압화, 도자기, 서예, 서각 등 20여 작가의 총 40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바로 제 17회 옥천미술협회 정기전(이하 정기전)의 이야기이다. 

지난 3일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정기전의 개막식이 열렸다. 위치는 전통문화체험관 내에 위치한 전시장.  
원래 정기전은 지난 7월1일 전통문화체험관의 개관식과 함께 기념 전시회의 형식으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개관식 행사가 취소되면서 정기전도 한달가량 연기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정기전에는 첫날부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석해 그 자리를 빛냈다. 김재종 군수는 “전통문화체험관 개관식은 하지 못했지만 지난 사진전 이후로 두 번째 전시”라며 “전통문화체험관이 코로나19로 지친 군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옥천군이 문화예술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만재 군의회 의장 또한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군정을 기대한다”라는 표현으로 그 관심을 내비쳤다.

전시회를 개최한 이미자 협회장은 문화예술이 숨쉬는 옥천이 되려면 문화인프라가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작품 전시에 필요한 레일이 튼튼하지 못한 것 같아 일일이 못을 박아 작품을 전시했어요. 공간도 넉넉한 편은 아니고요. 예전 교육도서관 전시실이 제법 크고 넓었는데 그게 없어지니 조금 아쉽네요. 이번 전시는 충북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은 250만원으로 치러졌는데요. 턱없이 부족하죠.”

특히 이미자 회장은 옥천에 상설 미술관이 없는 것을 언급하며 옥천에도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옥천에서 나고 자란 예술인들이 많은데 정작 예술인을 위한 곳이 잘 없어요. 이번에 박물관도 건립된다는데 그 옆에 미술관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박물관 안에 한 층을 미술관으로 한다는데 얼마나 만족스러울 지는 모르겠어요.”

관객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김용주(옥천읍 양수리)씨는 이번 전시에 대한 감상과 함께 “옥천에도 이런 전시공간이 많이 생겨서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답변으로 전시관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이번 제 17회 옥천미술협회 정기전은 전통문화체험관 전시장에서 8월 10일까지 열린다.

다음은 참여 작가들.

△강민 △강현순 △고재만 △김수연 △김승애 △김호성 △김희자 △박창식 △손미선 △우희문 △이기분 △이미자 △이상무 △이화성 △정가매 △정명자 △정선순 △정옥자 △정진철 △조경희 △조정미 △한이숙

‘제17회 옥천미술협회 정기전’에 참여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옥자 작가, 정진철 작가, 이상무 작가.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