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월 건축사사무소 지음에서 일터체험 열려
건축에 관심 있는 옥천고 곽솔찬 김민아 학생 참여
건축 설계, 도면 작성, 공사현장 탐방, 인허가 과정 체험
이대영 대표 만나 건축사 직업 세계 탐구

건축 설계에 하나뿐인 정답은 없다. 무수히 많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건축사는 챙겨야 일이 많다. 집 짓는 땅을 둘러보는 게 설계의 시작이다. 정해진 예산과 평수에 따라 대지를 실측하고,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건축물을 머릿속에 그린다. 최종 결정은 설계자도, 시공자도 아닌 집주인이 한다. 건축주의 바람대로 소중한 자산을 안전하게 돌려드리는 게 임무다.

설계 도면대로 일이 척척 진행될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공사 현장은 언제 어디서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현장 상황을 관리 감독하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집을 짓고 싶어 하는 건축주와 건물을 짓는 시공자 간 원활한 협업이 중요하다. 그래야 좋은 건축물이 나온다. 완공될 그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현장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에 굳은살이 밴다.

건축사는 문화예술로 볼 때 종합 예술인이다. 누군가의 평생을 함께할 집을 설계한다는 건 그들에게 희망과 꿈을 전하는 것과 같다. 공학의 관점에서 건축사는 격무에 시달리는 직업이다. 하나의 건물을 지을 때 주어진 시간과 환경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지점을 타협하고,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지 설계의 관점에서 그때그때 판단해야 한다.

건축사사무소 안에 전화 벨소리가 수시로 울린다. 건축 설계와 관련된 의뢰 전화가 대부분이다. 현장 일을 하는 노동자들과 자주 연락하는 일상이라 그런가.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주말 가릴 것 없이 수시로 오는 전화를 꼬박꼬박 받아야 한다고. 숙련된 전문가의 느낌을 받았다. 향수공원 오거리 인근에 건축사사무소 ‘지음’을 운영하는 이대영(48) 대표다. 이 대표는 우리고장에서 작은영화관 향수시네마 설계에 입찰돼 참여한 경력이 있다.

건축사사무소 지음(대표 이대영)에서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가 열렸다.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주최로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옥천고 1학년 학생 두 명이 건축사로 활동하는 이대영 대표를 만나 직무체험을 했다.
건축사사무소 지음(대표 이대영)에서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가 열렸다.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주최로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옥천고 1학년 학생 두 명이 건축사로 활동하는 이대영 대표를 만나 직무체험을 했다.

■ 전문가보다 더 많이 아는 건축주

지난 7월26일과 8월2일, 8월9일 건축사사무소 지음에 옥천고 1학년 학생 두 명이 왔다. 평소 건축 분야에 관심이 있는 곽솔찬 김민아(17) 학생이 찾아온 것. 이들은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가 주최한 ‘청소년마을일터체험’에 참여해 진로를 탐색하고자 건축사로 일하는 이대영 대표를 멘토로 만났다. 두 학생은 “건축 설계를 배우고 싶어 참여했다”며 지원 동기를 전했다.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 공장, 창고, 축사를 설계하는 일을 맡고요.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현장에 나가 감리하는 일도 하죠. 요즘 주택들의 형태도 많고, 건물주들의 요구 사항도 다양해졌거든요. 저도 전문가이지만,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인터넷으로 미리 조사하기 때문에 어떤 지점에서는 그분들이 더 전문가예요. 건축주가 원하는 방향과 제가 제시하는 방향을 조율해 도면 설계에 들어갑니다.”

학생들과 첫 만남에서 이 대표는 건축사가 하는 일을 소개했다. 건축사는 건물을 시공하고 준공하는 과정에 건물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공사를 감리하는 업무를 한다. 건축의 첫 단추를 끼우고 전반적인 건물 설계를 주도하는 기술자라 볼 수 있다.

이대영 대표가 건축 설계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캐드 프로그램을 활용한 도면 작성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대영 대표가 건축 설계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캐드 프로그램을 활용한 도면 작성법을 알려주고 있다.

■ 6년이라는 세월을 지켜준 버팀목

고향이 옥천인 이 대표는 삼양초, 옥천중, 옥천고를 졸업한 뒤 한남대 건축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한건축사협회가 시행하는 건축사 시험에 합격해 2014년 12월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15년 1월 건축사사무소 지음을 개소했다.

건축사 시험은 현재 1년에 두 번(3월, 9월) 응시할 수 있는데 이 대표가 시험을 준비할 당시엔 1년에 한 번 치렀고 합격률은 5% 내외였다. 5년제인 건축학을 졸업해도 실무 경력을 4~5년 이상 채워야 할 정도로 응시 조건도 까다롭다. 그는 실무 경력을 쌓고 6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시험에 합격했다.

“나이가 서른 넘어갈 때쯤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각자 나이대에 맞게 할 일이 있는데 그 일을 하지 못 하면 그다음에 내가 힘들겠다 싶었어요.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사사무소에 가서 일을 배웠는데 당시 아이엠에프(IMF)가 오면서 저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도 힘든 시기가 찾아왔거든요. 그리고 결혼을 하면서 무한한 책임감이 들었던 점도 건축사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매달린 원동력이 됐죠.”

■ 도면에 비쳐진 건축 현장의 땀방울

옥천고 1학년 김민아 학생이 모눈종이에 주택 도면을 그리고 있다.
옥천고 1학년 김민아 학생이 모눈종이에 주택 도면을 그리고 있다.
옥천고 1학년 곽솔찬 학생이 모눈종이에 그린 도면을 캐드 프로그램에 적용하고 있다.
옥천고 1학년 곽솔찬 학생이 모눈종이에 그린 도면을 캐드 프로그램에 적용하고 있다.

첫째 날은 건축 도면을 이해한 뒤 오토캐드(Autocad)를 활용해 평면도를 그리는 작업을 배웠다. 학생들은 이 대표의 안내에 따라 사무실 컴퓨터로 캐드 프로그램의 기본 명령어를 숙지했다. 이 대표는 학생들에게 집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깔아 ‘내가 살고 싶은 주택 도면’을 그리는 숙제를 냈다.

둘째 날은 공사 현장에 나가 건축물 구조를 이해하고 시공하는 과정을 살폈다. 이들은 건축사사무소 지음에서 설계 의뢰를 받은 구읍 지용문학공원 인근의 근린생활시설, 군서면 은행리 단독주택, 장야리 편의시설 등 세 군데를 둘러봤다. 두 학생은 레이저 거리 측정기와 줄자를 활용해 설계 도면을 그릴 때 필요한 거리를 실측하며 건축 도면의 이해를 높였다.

셋째 날은 옥천군 허가과에 방문해 착공신고, 사용승인 등 건축 인허가 행정 전반을 익혔다. 또한, 모눈종이에 연필로 그려놓은 평면도를 캐드 프로그램에 적용해 완성된 도면을 출력했다. 모든 체험이 끝난 뒤 학생들은 이 대표와 인터뷰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대영 대표와 두 학생이 구읍 지용문학공원 인근에 들어설 근린생활시설을 탐방하고 있다.
이대영 대표와 두 학생이 구읍 지용문학공원 인근에 들어설 근린생활시설을 탐방하고 있다.
이대영 대표가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활용해 거리를 실측하고 있다.
이대영 대표가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활용해 거리를 실측하고 있다.
주택 설계 도면과 대조해 건축물 구조와 시공 과정을 살피고 있다.
주택 설계 도면과 대조해 건축물 구조와 시공 과정을 살피고 있다.

김민아 학생은 이 대표에게 ‘건축사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이 대표는 “좋은 집을 설계해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었다”며 “처음 배울 땐 힘들고 어려웠지만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겨 9년 가까이 건축 설계를 도와드리고 있고 이 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 건축사, 힘들지만 도전할만한 직업

곽솔찬 학생은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이 대표는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자 세 축이 서로 협업하면 좋은 건축물이 나온다”며 “설계하는 과정에서 놓친 부분을 시공자가 찾아주고, 건축주 또한 현장에 발생하는 변수들을 이해해주면 좋은 건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김민아 학생이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여러 관계자를 만나야 하는 만큼 소극적인 성격을 지양해야 하고, 성실하고 꼼꼼해야 한다”며 “큰 금액의 부담을 안고 설계와 감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체험 마지막 날, 곽솔찬 김민아 학생이 이대영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체험 마지막 날, 곽솔찬 김민아 학생이 이대영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처음엔 제 주변에 건축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 막막했는데요. 그래도 한번 시작한 일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니 이 일에 매력을 느꼈어요. 이번에 학생들이 건축사사무소 일터 체험을 하고 진로를 고민할 시간이 생겨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좋은 작품이나 건축물 현장을 답사하는 게 건축을 이해하는 데 더 와 닿을 거라 생각해요. 건축사라는 직업이 힘들지만 도전할만한 일입니다.”

두 학생은 3일간 실무 체험을 하면서 건축 설계 과정을 아는 데 도움을 얻었다. 곽솔찬 학생은 “도면을 그릴 줄 몰랐는데 처음 접해서 신기했다”며 “멘토님이 쉽게 잘 알려주셔서 굉장히 재밌었고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민아 학생 또한 “도면 설계도 배우고 현장에 직접 나가 실측해보는 경험을 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건축 쪽으로 진로를 선택한다면 설계할 때 성격이 꼼꼼해야 하고 책임감이 많이 든다는 이야기를 마음에 새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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