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예인기획에서 현장직업체험 열려
그림에 관심 있는 옥천고 김재환 이예서 학생 참여
디자인 프로그램 체험 및 나만의 명함, 현수막 제작
예인기획 김 윤 대표 만나 만화 세계 탐구

광고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일상과 광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고 피로감이 있겠지만 광고는 우리 주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렇다. 어두운 밤 길거리를 환히 비추는 네온사인 간판도,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핫 플레이스’에 설치된 현수막도, 과일을 실은 트럭에서 확성기로 울려 퍼지는 아저씨의 걸쭉한 목소리도 다 광고에 속한다.

이젠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시장이 더 활발하다. 스마트폰을 켜면 자주 쓰는 애플리케이션들이 화면에 떡하니 있다. 알록달록한 색상과 개성 있는 디자인의 애플리케이션 이미지들 사이에 어느 그림을 손가락으로 눌렀다면 광고 효과를 본 것이다. 광고(advertisement)의 어원인 라틴어 ‘adverter’는 ‘마음을 어디로 향하게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광고 문구와 함께 보는 이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이미지 창작이 광고업계에서 중요한 영역으로 다뤄진다.

여기에 ‘만화’가 광고와 결합한다면 어떨까. 한 컷의 그림으로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하는 만화의 매력은 정보를 전달하면서 소비 심리를 유도하는 광고의 목적과 딱 맞아떨어진다. 우리고장에도 광고대행사에서 만화가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옥천신문 만평 작가로 알려진 예인기획 김 윤(48) 대표다. 그는 대표적으로 정지용 시인과 정순철 선생의 캐릭터를 그려내 지역 인물을 친근하게 다가오게끔 작업한 바 있다.

지난 7월21일과 22일, 25일 예인기획(대표 김 윤)에서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가 열렸다.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주최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옥천고 1학년 학생 두 명이 지역 만화가로 활동 중인 김 윤 대표를 만나 직무체험을 했다.
지난 7월21일과 22일, 25일 예인기획(대표 김 윤)에서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가 열렸다.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주최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옥천고 1학년 학생 두 명이 지역 만화가로 활동 중인 김 윤 대표를 만나 직무체험을 했다.

지난 7월21일 오후 1시 광고물을 기획·제작하는 예인기획에 옥천고 1학년 학생 두 명이 찾아왔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김재환(17) 학생과 게임 원화가가 되고 싶은 이예서(17) 학생이다.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가 주최한 ‘청소년마을일터체험’에 참여해 진로를 탐색하고자 김 윤 대표를 만난 것. 평소 디자인과 만화에 관심이 있던 두 학생은 “그림을 그리면서 막막한 부분이 있어 작가님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다”며 지원 동기를 전했다. 

■ 광고와 만화가 만난다면

“여기는 광고회사예요. 현수막도 만들고, 간판도 만들고요. 작은 명함이나 디자인, 손글씨가 들어가는 이미지를 제작하죠. 저는 옥외광고사 자격증이 있어서 사업자를 낼 수 있는데요. 그래픽운용사라든가 정보 관련된 몇 가지 자격이 더 있어야 광고업을 할 수 있어요.”

학생들과 첫 만남에서 김 대표는 예인기획을 소개하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게 했다. 체험 첫째 날에 그는 만화가로서 그려온 결과물을 하나씩 소개했다. 옥천소식지에 실린 홍보 만화, 신문 만평, 옥천 시인이 쓴 동시집에 들어간 삽화, 어린이들이 세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그린 만화, 지역 인물 캐릭터 디자인 등을 보여줬다. 김 대표는 ‘신티크’라는 디지털 기기에서 ‘클립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화를 그린 과정을 알렸다.

예인기획 김 윤(오른쪽) 대표가 옥천고 1학년 김재환(왼쪽), 이예서(가운데) 학생에게 만화 그릴 때 사용하는 기기와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다. 
예인기획 김 윤(오른쪽) 대표가 옥천고 1학년 김재환(왼쪽), 이예서(가운데) 학생에게 만화 그릴 때 사용하는 기기와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다. 
김 윤 대표가 지역 인물인 정순철 선생과 정지용 시인을 캐릭터화해서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김 윤 대표가 지역 인물인 정순철 선생과 정지용 시인을 캐릭터화해서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10이라는 시간이 있으면 그림 그리는 시간은 3, 고민하는 시간은 7 정도 되는 거 같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머릿속에 미리 정리해 놓는 거지. 그림 그릴 때 낙서 수첩을 활용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싶은 무언가가 떠오르면 메모해 놓는 거야. 나중에 살펴보면 새로운 주제의 만화를 그리기 좋거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그리고 선으로 그리지 말고 면으로 그리라 하거든. 만두처럼 얼굴 덩어리, 팔 덩어리, 몸 덩어리 이렇게 둥글게 그려놓는 거지. 나중에 따라 그리면 형태가 일그러지지 않거든.”

그림에 관한 기술적인 조언뿐만 아니라 김 대표가 만화가로 성장한 과정도 들려줬다. 그도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학생이었다. 당시엔 디지털 기기는 꿈도 못 꿨고 펜과 종이로 그린 시절이었다. 처음부터 만화가라는 직업을 생각하진 않았다. 만화책을 유달리 많이 봐서 이 길에 들어선 것도 아니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려고 직장에 들어갔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금방 그만뒀다. 그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진지하게 고민했고 만화를 찾았다.

두 학생은 예인기획 직무체험을 통해 그림을 그려 할 수 있는 일의 다양성을 살폈다.
두 학생은 예인기획 직무체험을 통해 그림을 그려 할 수 있는 일의 다양성을 살폈다.

■ 좋은 인연으로 만평 연재까지

집안 형편상 돈이 많이 안 들고도 그림 그릴 수 있는 직업이 만화가라고 생각했다. 만화의 세상에 점점 빠져들었다. 대전에 있는 만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습작도 해보고, 유명 만화가 사무실에 들어가 이름 없는 문하생으로도 지내보고, 각종 잡지에 컷 만화를 그려 실린 적도 있었다. 생각보다 즐겁기만 하지 않았던 서울 생활은 아이엠에프(IMF)를 기점으로 정리했고, 부모님이 사는 옥천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러나 꿈마저 내려놓진 않았다.

당시 미국에 살던 오빠 덕분이었다. 마치 운명처럼 지금까지 만화가로 활동할 수 있게끔 다리를 이어준 사람이 오빠였다. 머나먼 타국에서 인터넷으로 부모님과 동생이 사는 옥천을 검색했던 오빠는 우연히 ‘옥천사랑’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알게 됐다. 그 홈페이지에 ‘동생이 그림을 정말 잘 그린다’며 깨알 자랑글을 올렸다. 그때부터 옥천사랑 홈페이지에 김 대표의 그림들이 올라오면서 본격적으로 지역 만화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김재환 학생이 그동안 그려왔던 일러스트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환 학생이 그동안 그려왔던 일러스트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20대 때를 돌아보면 그림만 그릴 줄 알았지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인 거 같아. 그때가 스물세 살 때인가 그랬을 거야. 언제는 옥천신문사에서 연락이 왔어. 한 번 와서 그림을 가지고 와보라고 하더라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조주현 편집국장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나를 좋게 보셨던 것 같아.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고. 그때부터 처음으로 신문 만화를 그리게 됐어.”

유명한 만화가들처럼 책을 출판하는 일과 거리는 있었다. 하지만 만화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특히나 광고와 연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했다. 학창시절 좋아하는 만화책만 읽고 그림의 미적 가치만 높게 봤는데 생업으로 만화를 그리면서 관점이 달라졌다. 예쁜 그림보다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그림이 더 가치 있다고 느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넓어졌다. 가끔 콘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짜지 못 하는 슬럼프가 올 때도 있었지만.

김재환 학생이 쉬는 시간을 활용해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김재환 학생이 쉬는 시간을 활용해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 ‘이야기’ 있는 그림 그렸으면

“그럴 땐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뭔가 하는 게 좋은 거 같아. 예를 들어 내가 옥천에 왔는데 옥천신문 말고 만화를 그릴 데가 없어. 신문 말고는 딴 거는 안 그려, 이게 아니라 신문도 하지만 광고 일도 하고, 광고 일을 하면서 다른 일도 하는 거지. 만화책은 아니지만 다양한 형태의 그림을 그릴 수 있잖아. 예서가 게임 캐릭터 원화가를 원했는데 잘 안 됐어. 그러면 어떤 포장 디자인을 만화로 그릴 수도 있고. 내가 한 직업만 가진다는 생각보다 그림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눈을 돌리는 게 좋을 거 같아.”

김 대표는 학생들에게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고 견문을 넓히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만약 책이 어렵다면 그림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자기만의 노트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학생은 첫째 날이었던 21일과 22일, 25일 사흘간 김 대표를 만나 각자 캐릭터 명함과 현수막 디자인을 직접 제작해 출력하는 실무 체험을 했다.

이예서, 김재환 학생이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 명함.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이예서, 김재환 학생이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 명함. (사진제공: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지금은 게임 캐릭터를 그리고 싶고, 애니메이션학과에 가고 싶은 꿈이 있을 거야. 그런데 지나고 보니 만화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이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잖아. 뭐든 배워놓으면 언젠가 꼭 써먹는 것 같더라고. 배울 때 열심히 배웠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즐거우면 되는 거 같아. 그림 그리는 게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면 되는 거지. 두 친구를 보니까 다 그럴 것 같네.”

두 학생은 예인기획에서 진행한 직무체험을 통해 진로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예서 학생은 “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어려웠던 부분에 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진로를 정해야 할지 방향성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환 학생은 “희망 진로를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쉬웠는데 갖고 있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제가 가야 할 길이 조금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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