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0일 광일농원에서 현장직업체험 열려
농업에 관심 있는 옥천고 정채영 학생 참여
가식장 내 묘목 관리 체험 및 영동 묘목밭 탐방
3대째 농원 잇는 김영식 대표 만나 묘목 기초 배워

멈출 줄 모르고 쏟아진 빗방울이 마침내 그쳤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날은 유난히 파란 하늘에 청명한 날씨를 띄웠다. 농작업 계획은 날씨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마련. 모처럼 햇볕이 내리쬐는 날을 맞아 묘목을 심는 사람들은 미뤄둔 야외 일을 할 생각에 마음이 분주하다. 1년 농사의 절반이 지나간 7월, 장맛비가 그친 틈을 타 중간 점검에 나선다. 억센 비를 적신 나무들이 무탈하게 성장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현장에 나가 살피는 시기였다.

농원이 줄지어 있는 옥천묘목공원을 지나 윤정리에 있는 시골농장 한 곳이 시선을 끈다. 차광막하우스 안과 밖에 들어선 푸릇푸릇한 나무들과 매혹적인 색상의 작약화분, 블루매트 등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농원 주변에 드넓게 펼쳐진 산과 밭, 하늘이 이곳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듯하다. 90여년 묘목 역사를 자랑하는 이원에서 할아버지, 아버지 대를 이어 3대째 가업을 잇는 농업회사법인 광일농원(대표 김영식)이다.

1955년 창업한 광일농원은 창업자 김흥돌, 2대 가업 승계자 김일용 씨에 이어 3대 김영식(57) 대표가 27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곳 농원에 옥천고등학교 1학년 학생 한 명이 여름 방학을 맞아 찾아왔다.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가 주최한 <2023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에 참여해 직무체험에 나선 것. 옥천고 1학년 정채영(17) 학생은 광일농원 김영식 대표를 멘토로 만나 지난 7월20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직무체험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7월20일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주최로 이원면 윤정리에 있는 광일농원(대표 김영식)에서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가 열렸다. 이날 옥천고 1학년 정채영 학생이 참여해 묘목 농원 체험을 했다.
지난 7월20일 옥천진로체험지원센터 주최로 이원면 윤정리에 있는 광일농원(대표 김영식)에서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가 열렸다. 이날 옥천고 1학년 정채영 학생이 참여해 묘목 농원 체험을 했다.
광일농원 전시 판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차광막하우스 내부 모습.
광일농원 전시 판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차광막하우스 내부 모습.

농업 분야에 관심이 있는 정채영 학생은 이원이 묘목으로 유명한 이유를 알고 싶고, 묘목 판매 및 유통 과정을 공부하고 싶어 광일농원 체험을 신청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옥천에서 농사하고 싶은 게 꿈이라는 정채영 학생은 “평소 사람들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다”며 “일터에서 직접 몸으로 체험해 진로를 탐색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고, 말 그대로 농사하고 싶은 게 꿈이라 식물과 연관된 묘목 농원에 찾아가서 그 비결을 알고 싶었다”며 지원 동기를 전했다.

■ 농민들의 땀과 노력을 몸으로 익혀

“농원은 대학 졸업하고 바로 오면 힘들 거야. 바깥에서 몇 년 사회생활도 경험하고, 직장생활도 해보고, 고생을 좀 해봐야 적응할 거라 생각하거든. 자녀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여기 와서 숟가락 떠주는 대로 이어서 편히 하는 건 원치 않아요. 나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가업을 이었거든.”

광일농원 김영식 대표가 정채영 학생과 첫 만남에서 농원 일에 바로 뛰어들기보다 사회생활을 먼저 경험해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식 대표의 딸과 아들도 전북 전주에 있는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해 화훼, 조경을 전공했는데 자녀들에게도 이 같은 조언을 건넸다고. 경북대 상주캠퍼스에서 임업과를 전공한 김 대표 또한 바로 가업을 잇지 않고 서울에서 전공과 무관한 직장 생활을 하고 나서 고향 이원에 돌아온 사례 중 하나다.

옥천고 1학년 정채영(왼쪽) 학생이 광일농원 김영식(오른쪽) 대표를 멘토로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옥천고 1학년 정채영(왼쪽) 학생이 광일농원 김영식(오른쪽) 대표를 멘토로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정채영 학생이 광일농원 직원에게 올리브나무 스탠더드형을 만드는 방법을 듣고 있다.
정채영 학생이 광일농원 직원에게 올리브나무 스탠더드형을 만드는 방법을 듣고 있다.

이원면 구미리가 고향인 김영식 대표는 이원초(59회), 이원중(35회), 옥천고(7회)를 졸업했다. 김 대표는 현재 우리고장에서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옥천군농업발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광일농원에서 아내 박영화(53) 씨와 직원들과 함께 정원수, 조경수, 유실수, 약용수 등 묘목을 생산·판매하고 유통하는 일을 한다. 광일농원에서 관리하는 땅 규모는 전시 판매장(가식장)만 약 5천평에 영동 심천과 양산 그리고 옥천 묘목밭까지 합하면 3만평이 넘는다.

“물을 세게 주면 들어갈 거 같아도 안 들어가. 물은 연하게 천천히 흠뻑 줘야 하는 거야. 오늘처럼 햇볕이 뜨거운 낮에 주면 잎이 탈 수 있거든. 그래서 아침 일찍 또는 오후 늦게 해가 질 때쯤 물을 줘야 해. 물을 한 번 흠뻑 주면 2~3일은 갈 거야.”

정채영 학생이 하우스 내 화분들에 물을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채영 학생이 하우스 내 화분들에 물을 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채영 학생은 광일농원 김영식 대표와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하우스에서 관리하는 묘목 화분에 물을 주는 작업부터 체험했다. 묘목 농원을 운영할 때 기초 중 기초라 할 수 있는 물주기 작업에 직접 참여하면서 식물의 성장을 기대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을 가졌다. 물을 한 번씩 주고 난 뒤 가위를 이용해 썩은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작업도 했다. 병해충 예방과 묘목의 건강한 발육을 위해 불필요한 가지들을 미리 쳐냈다.

■ ‘존심’으로 이어 나가는 이원 묘목

올리브나무 스탠더드형 만들기 작업에도 참여하고, 농원 마케팅 교육도 들었다. 농원에서 기르는 묘목들을 사진으로 남겨 블로그, 홈페이지에 올리는 작업 또한 홍보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일이었다. 온라인으로 주문받고 배송하는 전 과정도 살폈다.

배송 과정 중에 묘목이 손상되지 않게 끈으로 지탱하고 상자 안에 포장하는 작업도 했다. 또한, 이원에서 차로 10~20분 떨어진 영동 심천면에 있는 묘목밭도 탐방해 묘목별 특징을 눈으로 보고 배웠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 동안 김 대표와 묘목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광일농원 김영식 대표가 영동 심천면에 있는 묘목밭에서 관리하는 묘목들을 설명하고 있다. 
광일농원 김영식 대표가 영동 심천면에 있는 묘목밭에서 관리하는 묘목들을 설명하고 있다. 
정채영 학생은 이날 묘목밭을 둘러보며 묘목이 성장하는 과정과 식재 방법, 주의해야 할 점 등을 .
정채영 학생은 이날 묘목밭을 둘러보며 묘목이 성장하는 과정과 식재 방법,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익혔다.

“묘목 시장이 활성화한 지역은 이원밖에 없을 거예요. 밖에 나가서 물어봐도 나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옥천 묘목하면 다들 알아주잖아요. 이원에서 대를 이어 묘목을 하는 젊은 친구들도 많이 있고요. 긍지와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거예요. 이원에 우리도 있고, 젊은 친구도 있고, 어르신들도 있지만, 자긍심이 대단하거든요. 존심이라고 하죠. 존심이 다들 대단해요. 그런 존심이 우리 묘목을 끌고 나가는 하나의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묘목 농원을 운영할 때 현실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은 없을까. 김 대표는 묘목에 종사할 숙련공이 지역에 줄어들고 있다는 점, 경제 침체로 인해 내수 경기가 불안정하다는 점, 기후변화로 인해 묘목 생장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점을 꼽았다.

“기술력이나 노하우는 다 갖고 있어요. 일할 사람이 많으면 농사짓는 게 더 수월할 텐데 그 점이 아쉽죠. 그리고 요즘 와서 느끼는 건데 기후변화가 워낙 심하잖아요. 일주일, 10일 넘게 비가 오니까요. 비가 너무 내리면 뿌리가 썩고 나무가 처지고 죽는 경우가 많거든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기후변화를 점점 체감하죠. 다행인 것은 나무는 하루 이틀 물에 잠겨도 물만 잘 빠지면 죽진 않아요. 그런데 열흘 이상 햇빛이 뜨지 않으면 고사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채영 학생이 김영식 대표 안내에 따라 식물에 썩은 가지를 가위로 잘라내고 있다.
정채영 학생이 김영식 대표 안내에 따라 식물에 썩은 가지를 가위로 잘라내고 있다.

■ ‘농업 바라보는 시선 달라졌으면’

김 대표는 묘목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어려움을 안고 농원을 운영하지만, 이번에 진로체험 프로그램으로 광일농원에 찾아온 정채영 학생을 만나며 한 줄기 희망을 찾았다. 또한, 이원에서 대를 이어 묘목에 종사하는 20~30대 청년들이 생각보다 많아 옥천 묘목시장이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학생을 보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요. 저 나이대에 농원 일에 관심을 두고 참여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나도 학생 때는 어디 놀러 다니고 캠핑 가고 그런 것만 생각했지. 이렇게 와서 관심 있게 보는 학생을 보지 못 해서 그런가 기특하기도 하고요. 지금부터 준비를 잘 해서 진로를 찾아간다면 좋은 길이 열릴 거라 생각해요.”

이날 모든 체험이 끝난 뒤 정채영 학생은 이번 진로체험에 만족하는 반응이었다. 농업이라는 분야에 막연한 관심만 있었는데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정채영 학생은 “1차 산업인 농업이 사람들 먹거리와 생존과 연결된 중요한 문제라고 여겨왔다”며 “특히나 묘목은 사람들의 마음 안정과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데 있어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체험을 통해 농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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