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지용시낭송회 주관 ‘시낭송 교실’ 열어
매주 화요일 저녁 문화원에서 시 낭송 연습
정규숙 회장 “시 낭송이 필요한 곳 어디든 찾아갈 것”

시 한 편 소리 내어 읽어본다. 오늘은 전봉건 시인의 시 ‘뼈저린 꿈에서만’을 낭독하는 시간.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계속 읽다 보면 숨은 뜻이 드러난다. 이 시를 쓴 시인은 이런 감정이었구나, 그때 시대 상황은 이랬구나, 자연스레 알아간다. 나아가 여기, 지금을 살아내는 나를 마주한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 미래를 여는 끊임없는 대화. 시집에 갇혀 있던 시 한 편을 끄집어내 오늘날 세상을 반추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시처럼 다가온다.

시인이 고뇌하며 썼을 시어 하나하나 정성 들여 발음한다. 연과 연, 행과 행, 시어와 시어 사이 호흡을 가다듬고 운율을 살린다. 시 분위기에 맞춰 목소리에 감정을 싣는다. 때론 기쁘게, 때론 가슴 절절하게. 시를 보고 읽는 것은 ‘시 낭독’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번 시를 반복해 읽고 외워서 온전한 시 한 편을 마음을 다해 노래하는 예술, 그것이 ‘시 낭송’이다. 지난한 여정이지만 해냈을 때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시 낭송의 묘미다.

13일 오후 7시 옥천문화원 2층에서 옥천지용시낭송협회(회장 정규숙, 이하 지용시낭송회) 주관으로 시낭송 교실이 열렸다. 지용시낭송회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문화원에 모여 시 한 편을 선정해 시낭송을 연습한다. 이날 지도강사 1명, 회원 15명이 참여한 가운데 신은겸 강사 지도로 전봉건 시인의 시 ‘뼈저린 꿈에서만’을 낭독했다. 이들은 수업 전 몸을 스트레칭한 뒤 각자 출력한 시를 소리 내 읽어 발음과 발성을 점검했다.

13일 옥천문화원에서 열린 시낭송교실에 옥천지용시낭송협회(회장 정규숙)​​​​​ 회원 15명과 지도강사 신은겸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문화원에 모여 시 낭송을 연습한다.
13일 옥천문화원에서 열린 시낭송교실에 옥천지용시낭송협회(회장 정규숙)​​​​​ 회원 15명과 지도강사 신은겸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문화원에 모여 시 낭송을 연습한다.

■ 시와 시인을 이해하는 시간

“옛날에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사랑해, 사랑해’ 말하고 키운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은 정말 다르다고요. 시골에 살 때 그 언니가 식물을 키우면서 그랬데요. ‘나 쟤 보기 싫어, 미워하는 사람이 줬어’ 이러면서 보기 싫다고 했더니 화분에 있던 식물이 정말 죽었다는 거예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학의 꽃인 시를 공부하는 사람이잖아요. 늘 좋은 마음, 좋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뼈저린 꿈에서만’ 한 번 볼까요?”

신은겸 강사는 회원들과 함께 시 한 편을 낭독한 뒤 전봉건 시인을 소개했다. 전봉건(1928~1988) 시인은 평안남도 안주 출생으로 1945년 해방 이후 1946년 월남했다. 그는 1969년 월간 시 전문지 <현대시학>을 창간해 죽기 전까지 주간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겸 강사는 “정확하게 나온 기록은 없지만 이 시를 보면 어머니를 북에서 모시고 오지 않은 것 같다”며 “남한에서 겪은 일들과 6·25전쟁으로 여러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용시낭송회 회원들이 전봉건 시인의 시 ‘뼈저린 꿈에서만’을 낭독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회원들이 전봉건 시인의 시 ‘뼈저린 꿈에서만’을 낭독하고 있다.

시 ‘뼈저린 꿈에서만’에 이런 구절이 있다. ‘말을 하라면 말하겠습니다 / 우물가에 늘어선 미루나무는 여섯 그루 / 우물 속에 노니는 큰 붕어도 여섯 마리 / 그렇습니다 / 고향의 일이라면 /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고 / 지금도 생생하게 틀리는 일 없이 / 얼마든지 말하겠습니다’ 고향에 있는 풀포기와 돌멩이 하나하나까지 그릴 수 있고, 미루나무 여섯 그루와 우물 속에 노니는 붕어 여섯 마리를 기억한다는 시인의 섬세한 관찰이 엿보인다.

■ 같은 언어도 발성은 달리

시인은 다른 건 다 말할 수 있어도 한 가지만은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한 가지만은 /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쳐도 그것만은 / 내가 그리질 못하고 말도 못합니다’ 그가 말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5연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머님 / 꿈에 보는 어머님 주름살을 / 말로 하려면 목이 먼저 메이고 / 어머님 / 꿈에 보는 어머님 주름살을 / 그림으로 그리라면 눈앞이 먼저 흐려집니다’ 아마 고향과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여기서 ‘그러나’의 의미는 뭐예요? 말하자면 반대죠. 여기까지는 ‘그릴 수가 있습니다’ 그랬어요. 여기서 ‘그러나’, 이렇게 하시면 안 되겠죠. 밑으로 조금 더 낮춰도 될 거 같아요. ‘그러나’가 두 가지 똑같은 게 있잖아요.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한 가지만은,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쳐도 그것만은’ 조금 다르게 표현해 보세요.”

시낭송교실 신은겸 강사가 시인의 삶과 시에 담긴 의미를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시낭송교실 신은겸 강사가 시인의 삶과 시에 담긴 의미를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약 1시간30분 진행된 시낭송 교실에서는 다 같이 시 한 편 읽기 두 번, 1연을 한 사람씩 나눠 읽기 두 번, 회원 두 명이 일어서서 연마다 번갈아 시 한 편 낭독하기 한 번을 했다. 낭독하는 중간 신은겸 강사가 발성을 점검하며 시 낭송의 깊이를 더했다. 다음 주는 곽재구 시인의 ‘20년 후의 가을’을 준비하는 것으로 정하면서 수업을 마쳤다.

올해부터 시낭송교실 지도강사를 맡은 신은겸 씨는 계룡문인협회 회장으로 매주 화요일 저녁 계룡에서 옥천에 방문하고 있다. 시낭송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는 신 씨는 “지용시낭송회 회원들이 워낙 잘하시기도 하고, 정말 열심히 참여해 주셔서 매번 옥천에 올 때마다 좋다”며 “시 낭송에 앞서 우선 시를 이해해야 하고, 시인을 알아야 하며, 시의 느낌을 어떤 어조로 낭송할지 회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용시낭송회 한선자 회원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한선자 회원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이영애 회원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이영애 회원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정규숙 회장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정규숙 회장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 시 낭송의 기쁨, 사람 만나는 즐거움

이날 시낭송교실에 참여한 회원 박호희 씨는 지인 추천으로 지용시낭송회에 가입해 8년째 활동 중이다. 그는 재작년 퇴직했지만 다문화센터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당시 한국어 고급반 학생들에게 정지용 시 ‘향수’를 접목해 시낭송교실에서 배운 뜻풀이를 하나하나 알려줬다고. 지루하고 어렵게 느꼈을 한국어를 동시나 동요를 활용해 알려주니 이해가 더 빨랐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 안남면행정복지센터에서 다문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한국어 그룹수업을 하는 박호희 씨. 그에게 시낭송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시낭송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요. 잡생각이 없어지고요. 시를 접하면 마음도 정화되잖아요. 발음도 정확하게 배우고요. 치매 예방도 되고요. 그리고 사람들 만나는 즐거움도 있겠죠. 많은 사람 앞에서 시낭송을 하면 자신감도 생기고요. 여러 면에서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아요.”

지용시낭송회 강영선 회원이 회원들 앞에 서서 시를 낭독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강영선 회원이 회원들 앞에 서서 시를 낭독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김선이 회원이 회원들 앞에 서서 시를 낭독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김선이 회원이 회원들 앞에 서서 시를 낭독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김정미(왼쪽), 안미자(오른쪽) 회원이 연을 번갈아가며 시를 낭독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김정미(왼쪽), 안미자(오른쪽) 회원이 연을 번갈아가며 시를 낭독하고 있다.

2009년 창립한 지용시낭송회는 회원 20명과 함께 지용제, 삼일절, 현충일, 광복절 등 우리고장 행사에 참여해 시낭송 문화를 알리고 있다. 지용시낭송회 정규숙 회장은 사람의 감정을 가슴 뭉클하게, 때로는 울고 웃게 하는 시낭송을 통해 옥천군민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눌 계획이다. 정규숙 회장은 “시낭송에 관심이 있고 회원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분은 언제든지 연락해 주시면 좋겠다”며 “시낭송이 필요한 곳에 어디든지 우리 회원들이 찾아가 함께 하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으니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용시낭송회는 매달 회비 2만원을 걷어 운영하고 있다. 가입 문의는 정규숙 회장(010-9589-2462) 또는 진장화 사무국장(010-6327-3765)에게 연락하면 된다. 다음은 지용시낭송회 회원 명단. ▲회장 △정규숙 ▲부회장 △오재원 ▲사무국장 △진장화 ▲고문 △엄정자 △강영선 △김정미 ▲회원 △김기정 △정춘옥 △김홍란 △한선자 △박호희 △이영애 △안미자 △김선이 △이승옥 △이예순 △이효숙 △오종란 △김경숙 △정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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