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시낭송협회 김정미 회장과 시의 첫 만남
김 회장이 말하는 시낭송 잘하는 방법
시낭송, 이달부터 전파타고 읍으로 퍼져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용시낭송협회 김정미 회장의 모습이다.

“시낭송을 한다는 것은 그 시인이 이걸 왜 썼는지, 이 부분의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해하는 과정이에요. 아무리 못해도 100번 이상 시를 보게 되죠. 즉, 시를 나의 것이라고 받아들여야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뜻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죠.”

읍내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과장직을 맡고 있는 김정미씨는 본업과 함께 지용시낭송협회장을 병행하고 있다. 지용시낭송협회는 2008년 결성돼 12년째 이어오고 있는 군내 유일한 시낭송협회이다. 김 회장은 “정지용 시인이라는 걸출한 문인의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군에는 시낭송협회가 없었다”며 설립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군민 6명으로 시작해 시간이 흘러 12년이 지난 지금은 21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그는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군에는 ‘지용시낭송협회’가 유일하다고 말한다. 

김 회장이 시와 각별한 사이가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2008년, 친구 따라 시낭송대회에 참석했던 것을 시작으로 그와 시의 인연이 시작됐다. 어릴 때부터 나서는 걸 좋아해 연극부, 응원단장 등을 도맡아 했던 그는 본인의 감정을 싣는 시낭송에 흥미를 느꼈다. 연극과 비슷한 느낌의 시극도 있다는 말에 한번 해볼까하고 따라갔던 것이 13년째 이어질 줄은 몰랐다. 이후 사무국장 2년, 부회장 2년을 거쳐 회장직까지 소화하고 있는 그는 지용시낭송협회의 산증인이다. 다만, 임기가 정해져 있어 내년까지만 회장직을 맡는다고 한다.

한편, 김 회장은 “많은 이들이 시낭송에 호기롭게 도전하지만 끝내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낭송은 외워서하기 때문에 이를 부담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무대 앞에 서서 낭송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 또한 많다고 전하는 그. 꽤나 높은 진입장벽을 이루고 있는 시낭송임에도 김 회장은 낭송을 포기하지 않았다. 낭독을 하게 되면 종이에 쓰인 것을 읽는 것이기 때문에 시를 이해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김 회장의 말에서 시에 대한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시를 낭송하게 되면 눈에 계속해서 익히기 위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어떤 분은 집안 곳곳에 시를 붙여놓고 화장실 갈 때, 밥 먹을 때 설거지할 때 등 생활하는 내내 시와 함께 한다. 그 정도가 돼야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비록, 그 과정은 부담스럽겠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에 대한 표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김 회장은 시낭송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들을 설명했다. 우선, 시낭송 첫 단계에 대해 발음기호를 익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평소에도 책을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시낭송을 연습한다고 전했다. 어떤 분은 걸어 다니면서 보이는 문구들을 수시로 읊어본다고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평소보다 천천히, 또박또박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호흡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로 복식호흡을 사용하는데 자신감 있게 끝까지 발음을 뱉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금연, 감기를 조심하고 찬물보단 따뜻한 물을 주로 마실 것을 강조했다. 여담으로, 시낭송협회 회원들은 대부분 스카프를 착용한다고 한다. 이처럼 낭송을 하는데 있어 다양한 요소들을 지용시낭송협회에서는 ‘시발개감자’로 정리한다. 시를 이해하고 발음에 유의하며 개성 있게 하되, 감정을 입혀서 자신 있게 하라는 의미이다.

오랜 세월 시와 연을 맺어온 김 회장은 시인이 쓴 시를 낭송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시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이를 표현하는 것은 낭송자의 몫이라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시낭송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좋다고 말한다. “시낭송협회 회원 분들 중, 60-70대 노인분들이 약 4-5분짜리 시를 외우신다”며 이를 설명했다. 이밖에도 시가 워낙 많다보니 내 감정에 맞게 골라서 낭송할 수 있다는 것을 매력으로 뽑았다. 그는 “슬픈 시를 읽으며 눈물을 쏟고 나면 스트레스 받은 것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더라”고 전했다.

한편, 김정미 회장은 옥천FM공동체라디오 편성 채널인 ‘오후의 시 한 스푼’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이번 주에 첫 방송 녹음을 진행했던 그는 처음 출연하는 라디오라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게스트 구하는게 가장 힘들었다”며 “겨우겨우 구해서 낭송할 시를 연습하려고 미리 모였다. 실전처럼 연습을 해봤는데 분량이 30분밖에 안 나오더라”며 시간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후, 다시 회의를 하면서 수정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새벽 3시가 넘도록 시나리오 작성에 몰두했다”며 라디오 진행에 대한 열의를 나타냈다. 허나, 정작 열심히 준비한 대본을 가지고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너무 긴장돼서 첫 인사부터 떨렸다고. “오죽 긴장이 됐으면 음악이 나오는 시간에 한 마디도 못했다”고 전했다. 방송 녹음이 끝나고 나선 서로서로 칭찬을 건넸다고 한 그는 “처음에 꺼려하던 사람도 방송 한 번 녹음하고 나니 하길 잘했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김씨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지만 벌써부터 다음 주가 걱정된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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