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지용문학관 앞 ‘시 낭송 버스킹’ 열려
옥천지용시낭송협회가 주관해 시낭송 문화 알려
오는 17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버스킹 예정

지난 4일 오후 2시 구읍 정지용문학관 앞에서 옥천지용시낭송협회(회장 정규숙) 주관으로 '시낭송 버스킹'이 열렸다. 옥천지용시낭송협회 정순자 회원이 기타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2시 구읍 정지용문학관 앞에서 옥천지용시낭송협회(회장 정규숙) 주관으로 '시낭송 버스킹'이 열렸다. 옥천지용시낭송협회 초청으로 정순자 씨가 기타 공연을 하고 있다.

내 마음속 시 한 구절을 음미한다. 소리 내어 시 한 편을 노래한다. 때론 기쁘게, 때론 슬프게, 가슴 절절하게 목소리로 전한다. 샘에 물이 고이듯 시가 쓰여질 그 순간만 기다렸을 시인의 마음에 가닿는다. 무언가를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고, 대화하고 싶었던 시인이 바라본 그곳에 또 하나의 세계가 창조되고 있었다. 시를 그저 읽는 게 다가 아니다. 시에 담긴 의미와 감동을 소리의 울림으로 전하는 예술, 그것이 시낭송이다.

지난 4일 오후 2시 정지용문학관 앞 공원에서 옥천지용시낭송협회(회장 정규숙) 주관으로 ‘시낭송 버스킹(거리공연)’이 열렸다. 약 1시간30분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는 정규숙 회장, 오재원 부회장, 진장화 사무국장 등 시낭송협회 회원 20명과 청중 40여명이 시를 함께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다.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 한 사람 시 낭송이 끝날 때마다 벤치에 앉아있는 청중들로부터 박수갈채가 쏟아져 공연의 기쁨은 배가 됐다.

옥천지용시낭송협회 오재원 부회장이 시의 감성을 살려 옷차림을 준비해 시 '봄바람 난 년들'을 낭송하고 있다.
옥천지용시낭송협회 오재원 부회장이 시의 감성을 살려 옷차림을 준비해 시 '봄바람 난 년들'을 낭송하고 있다.

‘그려~ / 워쩔 수 없제 / 잡는다고 되겄어 / 말린다고 되겄어 / 암만 고것이 / 자연의 순리라고 안혀라’. 권나현 시 ‘봄바람 난 년들’의 시 한 구절이다. 이 시를 낭송한 옥천지용시낭송협회 오재원 부회장은 버선에 몸빼바지, 두건을 쓰고 무대에 올라 시의 감성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시 구절인 ‘우리도 싸게 / 나가 보드라고’를 낭송한 뒤 청중들을 향해 뛰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줘 작은 감동을 선사했다.

■ 짧은 시 한 편에 희로애락 감성을 느끼다

‘어저께도 홍시 하나 / 오늘에도 홍시 하나 // 까마귀야, 까마귀야 / 우리 나무에 왜 앉았나 / 우리 오빠 오시걸랑 / 맛 뵐려고 남겨뒀다 // 후락 딱딱 / 훠이훠이!’ 이날 가족과 함께 시낭송 버스킹을 보러 온 김지원 어린이는 정지용 시 ‘홍시’를 씩씩하게 낭송해 눈길을 끌었다. 짧은 시 한 편이었지만 낭송을 하는 어린이도, 이를 지켜본 어른들도 모두가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 시간이었다.

시낭송 버스킹을 관람한 김지원 어린이가 정지용 시 '홍시'를 낭송하고 있다.
시낭송 버스킹을 관람한 김지원 어린이가 정지용 시 '홍시'를 낭송하고 있다.

이날 공연에서는 김승룡 전 옥천문화원장, 박정옥 군의원, 김경숙 군의원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승룡 전 원장은 1930년대 정지용 시인과 함께 <시문학> 동인으로 참여한 김영랑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박정옥 의원은 정지용 시 ‘홍시’, 김경숙 의원은 정지용 시 ‘호수’를 낭송해 정지용 시인의 고향 옥천을 알렸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관광객 김분선 씨는 “옥천에 몇 번 와봤지만 주변에 생가나 문학관이 있는지 몰랐다”며 “가족과 여행하다 (구읍에) 들렀는데 시낭송을 하는 모습을 보니 신선하고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공연에 옥천군의회 박정옥(왼쪽) 의원, 김경숙(오른쪽) 의원, 김승룡(가운데) 전 옥천문화원장이 참석해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날 공연에 옥천군의회 박정옥(왼쪽) 의원, 김경숙(오른쪽) 의원, 김승룡(가운데) 전 옥천문화원장이 참석해 축하의 말을 전했다.

옥천지용시낭송협회는 시의 고장이자 문향의 고장 옥천에 시낭송 문화를 전하고자 2009년 창립했다. 현재 20여명 회원이 있는 옥천지용시낭송협회는 매주 화요일 옥천문화원 내 시낭송교실에서 지도강사와 함께 시와 시인을 공부하고 시낭송을 연습한다. 이들은 지용제, 삼일절 행사, 현충일, 광복절 등 우리고장 행사에 참여해 희로애락의 감성을 살린 시낭송 문화를 전파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있다.

■ 정지용 시인 기리고, 시 낭송 문화 알리다

이번 시낭송 버스킹은 옥천군 문화관광과가 공모한 ‘2023년 버스킹 장비 임차료 지원사업’에 선정돼 100만원 예산을 받아 진행됐다. 옥천지용시낭송협회는 지난 4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이달 17일 토요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정지용문학관 앞 공원)에서 두 번째 버스킹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청중들이 벤치에 앉아 시낭송 버스킹을 관람하고 있다.
청중들이 벤치에 앉아 시낭송 버스킹을 관람하고 있다.
청중들이 벤치에 앉아 시낭송 버스킹을 관람하고 있다.
청중들이 벤치에 앉아 시낭송 버스킹을 관람하고 있다.

옥천지용시낭송협회 창립멤버로서 14년째 활동 중인 정규숙 회장은 김정미 직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올해 2월 취임했다. 앞으로 임기 2년을 책임질 정 회장은 “정지용 시인의 고장 옥천에 시낭송을 많은 분과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며 “시인의 고장, 문향의 고장에 시를 낭송하며 더 많은 청중과 호흡하고 싶고, 시를 통해 정서적 교감을 이뤄 시낭송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옥천지용시낭송협회는 2017년 정지용생가, 장계관광지에서 ‘시에 물들다’는 주제로 버스킹을 했다. 매년 11월 시낭송콘서트를 주관해 올해 12회째 공연을 앞두고 있고, 오는 9월에 열릴 제36회 지용제에서는 ‘정지용 전국 시낭송대회(10회)’를 주관할 예정이다. 또한, 옥천지용시낭송협회는 옥천FM공동체라디오에서 ‘오후의 시 한 스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의 시 한 스푼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104.9Mhz(메가헤르츠)를 통해 전파를 타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OBN’을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옥천지용시낭송협회는 옥천FM공동체라디오에서 '오후의 시 한 스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104.9MHz에서 전파를 타고 있다. (사진제공: 유튜브 채널 'OBN')
옥천지용시낭송협회는 옥천FM공동체라디오에서 '오후의 시 한 스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104.9MHz에서 전파를 타고 있다. (사진제공: 유튜브 채널 'OBN')
옥천FM공동체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오후의 시 한 스푼' 녹화 현장 모습. 왼쪽부터 옥천지용시낭송협회 정규숙 회장, 진장화 사무국장, 오재원 부회장. (사진제공: 유튜브 채널 'OBN')
옥천FM공동체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오후의 시 한 스푼' 녹화 현장 모습. 왼쪽부터 옥천지용시낭송협회 정규숙 회장, 진장화 사무국장, 오재원 부회장. (사진제공: 유튜브 채널 'OBN')

다음은 4일 시낭송 버스킹에 참여한 옥천지용시낭송협회 회원들이 펼친 공연. ▲색소폰 △신중호(향수, 사랑했지만) ▲시낭송 △정규숙(작은 연가/박정만) △진장화(고향/정지용) △김기정(그리운 나무/정희성) △안미자(그대/정두리) △강영선(눈물은 왜 짠가/함민복) △정춘옥(오분간/나희덕) △박호희(병산을 지나며/나호열) △오재원(봄바람 난 년들/권나현) ▲시조 △조남순(석인이승) ▲기타 △정순자(고맙소 외 3곡) ▲청중과 함께하는 시 읽기 시간 △진행: 정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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