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리에 옥천목공방 운영하는 박정길 공방장
지난해 10월부터 사출공장 자리에 목공방 운영
DIY 가구, 도마, 우든펜, 대패, 스크롤쏘 등 체험
대전, 창원, 울산 등 지역 돌며 목공 경력 쌓아

‘목공을 왜 하시나요?’ 취미로 목공 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듣는다. 아마 그 물음에는 차라리 물건 하나 사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뜻이 있을 것이다. 목재값이 아무리 저렴하다손 쳐도 들이는 시간과 투자비용, 가구 완성도를 볼 때 일반 가구점에서 사는 게 여러모로 남는 장사라는 결론에 이를지 모른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를 중요한 척도로 여기는 세태에 목공은 범접하기 어려운 취미 활동이기도 하다.

그럼 대체 목공을 왜 할까. 지난달 2일 구읍에 목공방을 운영하는 공방장을 만났다. ‘목공은 이런 것’이라는 속 시원한 말을 기대했다. 그는 정형화한 답을 빗겨갔다. 대신 나무를 손으로 만져보게 하고, 공구를 하나하나 쓰게 하면서 나무의 사각거림을 느껴보라고 했다. 그때 두 가지를 알았다. 목공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정적인 취미구나. 가구 하나 예쁘게 만들어가는 게 목적이라면 돈을 주고 사고, 과정을 즐기고 싶다면 목공을 배우는 게 좋겠구나.

교동리에 있는 ‘옥천목(木)공방’ 박정길(55, 읍 교동리) 대표는 목공 배우는 사람에게 두 가지를 묻는다. ‘얼마요?’ ‘왜 왔어요?’ 당황스러운 질문이나 의미를 곱씹으면 당연한 질문이기도 하다. 목공은 종류가 많다. 그의 명함 뒤에도 쓰여 있듯 DIY(Do It Yourself의 약어, 가정용품의 제작·수리·장식을 직접 하는 것) 가구 만들기, 우든펜 만들기, 스크롤쏘 체험, 오브제 만들기, 원목도마 만들기, 가구 주문제작, 대패교육 등 목공 체험이란 게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

옥천읍 교동리에 있는 옥천목공방 전경. 가까운 거리에 육영수생가, 교동리마을회관이 있다.
옥천읍 교동리에 있는 옥천목공방 전경. 가까운 거리에 육영수생가, 교동리마을회관이 있다.
옥천목공방은 약 150평 규모로 최대 24명까지 목공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옥천목공방은 약 150평 규모로 최대 24명까지 목공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부분은 ‘가구를 만들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는 스승과 제자라는 수직적인 관계 이전에 목공을 함께 배우고자 하는 동지로서 조언한다. “선생님이 원하는 장르의 목공을 해서 가지고 오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짜맞춤, DIY, 목선반, 그릇, 펜, 스크롤쏘, 소품 정도입니다. 그 이외는 가르칠만한 게 못 됩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얕은 지식이지만 도와드릴 순 있습니다. 목공에도 장르가 많습니다. 그걸 정해서 오시면 좋겠습니다.”

그는 일화 하나를 들려줬다. 손주에게 직접 만든 원목 장난감을 선물해주려고 찾아온 암 투병 환자 이야기였다. 투병 중에도 그는 공방에 늘 찾아와 장난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스크롤쏘(나무를 곡선으로 자르는 톱)를 연마했다. 선물도 중요했지만 목공 자체를 즐겼다. 몸이 받쳐주진 않았지만 빠짐없이 나왔다. 어느 날 박정길 공방장에게 문자가 왔다. 목공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숨을 거두기 전 아들이 마지막 문자를 부탁한 것이다. 미망인도 목공 커뮤니티 밴드에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몇 년 전 일이지만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하다.

세간에서는 돈과 시간의 여유가 있는 중년 남자들의 가장 큰 로망이 ‘목공’이라고 한다. 단지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목공에 있어 보였다. 나무의 감성을 느껴보고 싶은가. 이윤이 주는 쾌감보다 내적인 충만함을 맛보고 싶은가. 망치로 못을 두드리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은가. 자녀들에게 직접 만든 우든펜을 선물하고 싶은가. 공구의 쓰임새를 알고 싶은가. 사소한 이유든 뭐든 좋다. 옥천목공방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희열을 느끼게 해줄지 모른다. 옥천목공방 박정길 공방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옥천목공방 박정길(왼쪽) 공방장이 지난 1월부터 목공 체험하러 대전서 오고 있는 엄기준(오른쪽)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옥천목공방 박정길(왼쪽) 공방장이 지난 1월부터 목공 체험하러 대전서 오고 있는 엄기준(오른쪽)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하고 싶었던 것, 옛날의 향수

“우리나라도 생활수준이 이전보다 나아졌잖아요. 여가 시간에 취미생활을 찾는 문화가 생기면서 목공 시장도 점점 넓어지는 추세예요. 목공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요. 퇴직하고 오시면 똑같이 느끼는 게 ‘옛날의 향수’라고 할까요? 아마 젊은 세대는 모를 거예요. 옛날 어릴 때 집 지으면 목수들이 와서 귀에 연필 꽂아놓고 대패 치고 창틀도 짜놓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잖아요. 찍어내듯 하죠. 가만 생각해보면 집에 나무로 된 게 많거든요. 직접 만들어서 탄탄하게 해놓으면 대를 이어 쓸 수 있어요.”

목공을 가르치면서 원하는 걸 하고 싶었다. 지금 공방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5~10년 후에 후회할 것 같았다. 차도 마시면서, ‘옥천목공방’ 상호가 있는 앞치마를 입으며 목공 기술을 배우는 취미 공방으로 꾸미고 싶었다. 분진 날리는 목공소 분위기는 탈피하고자 했다. 다섯 평 남짓 조그마하게 운영했던 옆 공간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웠다. 지난해 여름까지 임대로 준 자리를 탈바꿈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약 150평 규모로 옥천목공방을 새롭게 열었다.

기본 교육만 받으면 취미활동으로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지난해엔 옥천군 평생학습 군민아카데미 ‘생애주기별 전문인력 양성과정’으로 목공지도사 3급 자격증 교육을 분기로 나눠서 했다. 두 달에 걸쳐 매주 토요일 4시간가량 수강생 20명과 함께 목공에 열을 올렸다. 올해도 3월23일부터 5월11일까지 3급 과정 수업을 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2급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옥천목공방은 동시에 24명까지 누구나 목공을 배울 수 있다.

박정길 공방장이 나무를 곡선으로 자는 톱인 '스크롤쏘'를 활용해 작업하고 있다.
박정길 공방장이 나무를 곡선으로 자는 톱인 '스크롤쏘'를 활용해 작업하고 있다.

■ 영상은 짧으나 목공은 기나긴 여정

목공 경력으로 12년이 넘었다. 힘들게 배웠다. 대전에 있는 DIY 공방에서 목공을 처음 접했다. 집에 식탁 만들고, 아이들 책상 만들어주며 재미를 붙였다. 어느 순간 한계가 왔다. 갈증을 다 풀어주지 못 했다. 짜맞춤을 배워볼까. 짜맞춤은 톱, 끌, 망치, 대패만 있으면 된다. 그것 역시 돈이 많이 든다. 가르쳐주는 곳이 마땅치 않았다. 지방까지 가야 한다. 무형문화재급 선생에게 찾아가 가르쳐달라 읍소했다. 거의 그 지역에 살다시피 하며 자비를 들여 배웠다.

언제는 짜맞춤 과정을 하다 누가 펜을 하나 선물해줬다. 우든펜 종류도 수십 가지다. 비싼 건 40~50만원을 상회한다. 목공의 세계에 알게 모르게 빠져들었다. 언제는 스크롤쏘 배우려고 창원에 밥 먹듯 드나들었다. 알려주는 사람이 만족을 못 시키면 울산까지 가서 배웠다. 누가 잘한다고 하면 들이댔고, 들이박았다. 요즘 유튜브 영상이 아무리 잘 나오더라도 길어야 5분이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5일 이상, 길게는 몇 달 걸리는 작업도 있다. 쉽게 생각하고 목공을 배웠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목공이 그렇다.

“요즘은 기계가 좋아서 손 테크닉이 많이 필요하진 않아요. 물론 톱질은 한 두 달 해서 되지 않죠. 수년간 해도 힘들고요. 우리가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1톤 차 타면 어떨까, 덤프트럭은 어떨까, 버스는 어떨까, 기차는 어떨까, 궁금하잖아요. 목공도 마찬가지예요. 유튜브나 인스타 보면 목공예품 사진들이 올라오잖아요. 보다 보면 계속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기는 거 같아요.”

공방에 다양한 공구들이 진열돼 있다.
공방에 다양한 공구들이 진열돼 있다.
공방에 월넛, 올리브, 제브라, 오크, 퍼플하트 등 다양한 색과 향을 지닌 목재가 진열돼 있다.
공방에 월넛, 올리브, 제브라, 오크, 퍼플하트 등 다양한 색과 향을 지닌 목재가 진열돼 있다.
우든펜 체험을 할 수 있는 제트 목선반. (사진제공: 옥천목공방)
우든펜 체험을 할 수 있는 제트 목선반. (사진제공: 옥천목공방)

■ ‘대패’ 깎는 맛 아는 참 목공인

고집을 꺾고 싶지 않았다. 목공을 하면 속삭임 같은 소리, 나무의 사각거림에 전율을 느낄 때가 있다. 어렸을 때 칼을 가지고 놀던 행복한 추억도 떠오른다. 팽이도 만들고, 도마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들고, 목공으로 못 만드는 게 없다. 중학교 1학년 아들도 여기 와서 목공을 한다. 대패를 가지고 노는데 재밌어한다. 목공은 규칙과 안전수칙만 지키면 위험할 게 없다. 목공 배우러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찾아오면 선생님들이 더 좋아하는 풍경을 만난다.

펜 깎는 건 손꼽을 만큼 잘한다. 이제 초등학교 졸업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펜 하나씩 졸업 선물해주려고 만들었는데 어느새 동났다. 만드는 것도 좋지만, 남들에게 선물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북미산 ‘월넛’이라는 호두나무로 흔들의자 만드는 데는 1년이 걸렸다. 나뭇값만 150만원. 시중에서는 750만원에 거래된다. 파는 사람도 없지만 죽을 때까지 갖고 싶은 흔들의자. 직선이 하나 없는 형태로 일일이 다 깎았다. 못 없이 짜맞춤으로 끼워 넣었다. 유튜브에 ‘흔들의자를 700만원에 사는 이유’라는 영상을 보면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가구 만드는 사람들은 가구를 샌딩(사포질)해서 표면을 곱게 하는 것보다 칼로 베어내 깔끔한 느낌을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대패를 배운다. 대팻밥 두께가 1밀리미터(mm)도 안 된다. 0.005mm 이내 온전한 대패밥이 나와야 한다. 대패 테크닉이 있어야 가능하다. 1~2년 해서는 어렵다. 십수 년 목공만 한 사람도 대패 배우러 찾아온다. 지난해에는 목공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본에서 열린 대패 얇게 깎기 대회에 참가했다. 그만큼 목공 하는 사람들의 열의가 대단하다. 옥천목공방에는 ‘평대패 얇게 깎기 동호회’ 회원을 모집 중이다.

죽향초등학교 교사들이 옥천목공방에 찾아와 독서대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목공방)
죽향초등학교 교사들이 옥천목공방에 찾아와 독서대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목공방)

“보통 목공 수업들이 일주일에 이틀, 하루 2시간 수업하고 집에 가요.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그게 편하죠. 그런데 수업하기 30분 전에 세팅하고, 다 끝나고 30분 청소하고 나면 2시간 수업을 다 못 해요. 또 수업 날이 월요일, 목요일이면 연결이 안 되죠. 저는 그래요. 시간은 얼마든지 있고, 다음에 오셔도 되고 언제든 도와드릴 수 있는데, 완전히 이해하고 가시라. 잘 만들어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첫 작품은 투박해도 더 정감이 간다고요. 예쁘게 만드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아마 8번 수업하면 힘드실 거예요. 하루 4~5시간 하니까요. 저는 그게 낫다고 봐요. 오는 사람을 돈으로 보고 하면 안 돼요.”

■ 여생을 목공과 함께 풍요롭게

지난 1월 초부터 옥천목공방에서 목공 체험을 한 엄기준(66) 씨. 30년 넘게 대전에서 약사로 일하면서 매주 월요일이나 금요일, 일 없는 날 옥천에 오는 이유가 목공 때문이란다. 경험해보는 걸 중요시하고, 공구 쓰는 걸 배우고 싶어 목공을 배웠다는 엄기준 씨는 혼자 힘으로 수납공간을 뚝딱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가 말한다.

지난달 2일 옥천목공방에서 수납공간을 만든 엄기준 씨가 공구를 활용해 가구를 결합하고 있다.
지난달 2일 옥천목공방에서 수납공간을 만든 엄기준 씨가 공구를 활용해 가구를 결합하고 있다.

“돈 모으는 것보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더 중요한 세대가 됐어요. 30년 넘게 약국에 갇혀 살았다가 이제 여생을 즐기고 싶어 목공을 배우고 있습니다. 만드는 재미가 있고요. 목공으로 생각지 못 한 걸 배우게 되네요. 옥천 자주 놀러 오죠. 대전에도 목공방이 몇 군데 있지만 여기가 공간도 넓고 좋아서 계속 옵니다.”

목공은 스스로 연습해 익히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알면 알수록 목공은 재미있고 욕심을 갖게 한다. 나무를 가지고 스스로 무엇을 만들어갈 때 비로소 초보 목공인이 된다. 어린이부터 어르신,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목공 기계의 매뉴얼만 제대로 숙지하면 기술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 디자인을 직접 그리고 가구를 만드는 창조는 그 자체로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간단한 ‘독서대’부터 만들어봐도 좋다. 두 시간이면 뚝딱이다. 아이들은 망치로 못을 박아본 경험이 없다. ‘얘들아 못 박자’ 하면 막 두드린다. 그때만큼 신나는 시간이 없다.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 그게 체험이 아닐까. 못 튀어나오면 다치지 않게 빼주고, 나무에 자국이 좀 생기면 어떤가. 투박하더라도 자기만의 목공을 해나가는 게 좋다. 길은 걸어가며 완성된다.

“제 욕심이라면 옥천에 목재문화체험장을 해보고 싶어요. 전통과 목재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예요. 가까운 대전만 해도 보문산에 목재문화체험장이 있어요. 도마수업 500원, 어떤 건 1천원, 이렇게 나라 지원으로 목재체험할 수 있는 수업이 많거든요. 주중에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와서 체험하고, 주말엔 가족 단위로 목재체험하고 운동장에서 고기 굽고 캠핑하면 얼마나 좋아요. 장애인 분들 수업하기에도 좋아요. 비가 와도 차가 와서 내려주고, 여긴 턱이 없으니까 수업도 가능하거든요. 목공 배우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놀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옥천목공방 앞에 '목공 수강생 모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주중·주말에 DIY 기초반, 우든펜 정규반, 스크롤쏘 정규반, 각종 원데이클래스 등을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옥천목공방 앞에 '목공 수강생 모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주중·주말에 DIY 기초반, 우든펜 정규반, 스크롤쏘 정규반, 각종 원데이클래스 등을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공방 2층 공간에 '함께하는 초보목공'이라 쓰여 있는 목판과 자동차 모양의 목공예품이 진열돼 있다. 박정길 공방장은 밴드 회원 약 2만명이 가입한 '함께하는 초보목공' 공동리더를 맡은 이력이 있다.
공방 2층 공간에 '함께하는 초보목공'이라 쓰여 있는 목판과 자동차 모양의 목공예품이 진열돼 있다. 박정길 공방장은 밴드 회원 약 2만명이 가입한 '함께하는 초보목공' 공동리더를 맡은 이력이 있다.

주소: 옥천읍 교동리 197-4
전화: 010-5453-6952
영업시간: 오전8시30분~오후5시
인스타그램: @bonggae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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