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서각미술 대가 현산 강민
동이면 세산리에 ‘서각미술체험관’ 운영
수강료 없이 재료비만 받아 무료 강습 중

입체감이 살아있다. 그림에 생명이 꿈틀거린다. 나무판자에 밑그림을 그려놓고 창칼과 끌칼로 직접 새긴다. 그 위에 색을 칠한다. 깨끗하게 다듬는 작업을 마치면 작품 하나가 완성된다. 작품 안에 스케치, 양각, 음각, 색칠이 가미되는 ‘서각미술’. 온몸의 근육을 써야 하기에 힘이 들지만 성취감은 다른 예술과 비교할 수 없다. 그림과 글씨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예술에 가깝다. 섬세하면서도 투박한 맛이 있다.

읍내에서 이원 가는 방향 도롯가에 ‘서각미술체험관’을 알리는 간판이 있다. 뚝딱뚝딱. 지난 24일 오전 10시 동이면 세산리에 자리한 이 체험관에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우리고장 서각미술 대가인 현산 강민(69, 동이면 석화리) 씨가 수강생들에게 무료 강습을 진행 중이었다. 그는 수강료 없이 재료비만 받아 수업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지난 24일 동이면 세산리에 있는 서각미술체험관에 현산 강민 씨의 지도로 서각미술 무료 강습이 열렸다.
지난 24일 동이면 세산리에 있는 서각미술체험관에 현산 강민 씨의 지도로 서각미술 무료 강습이 열렸다.

현산 강민 씨는 지나가다 간판을 보고 멀리서 찾는 분들이 많다고 알렸다. 현재 서각미술체험관 수강생은 12명, 이날 토요일 오전에는 수강생 4명이 찾아왔다. 현산 강민 씨는 “외지 사람들이 서각미술을 배우러 찾아오는데 옥천 사람들이 몰라서 못 오시는 게 아쉽다”며 “재료비만 받고 무료 강습을 하고 있는 만큼 많은 분들이 서각미술을 배우러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새벽에 일어나 몰입하는 힘

이날 서각미술을 배우러 온 최고령 수강생 박창선(87, 영동 심천면 금정리) 씨는 나이 예순을 지나 이제 ‘2학년 7반’에 접어들었다고 자기 자신을 소개했다. 집에 가져가서도 새벽 2시에 일어나 아침 7시까지 작품 활동에 몰입할 만큼 그는 서각미술에 빠져 있었다.

영동 심천면에서 온 박창선 씨는 새벽 2~3시쯤 일어나 아침 7시까지 서각미술에 몰입한다고 말했다.
영동 심천면에서 온 박창선 씨는 새벽 2시에 일어나 해가 뜰 때까지 서각미술에 몰입한다고 말했다.

영동서 한국화 작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박 씨는 “무거운 망치를 들고 두드려야 하니까 힘은 들지만 팔에 힘이 생기고, 근육이 붙어서 좋다”며 “오늘도 새벽에 하고서 아침 먹고 옥천에 왔는데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활동”이라고 말했다.

서각미술을 배운 지 1년 된 정경수(64, 금산읍) 씨는 현장 노동을 해서 예술과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다 우연히 서각미술을 접하면서 인생의 또 다른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 금산에도 서각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이 있지만, 현산 강민 씨에게 서각미술을 배우고자 일주일에 이틀 정도 옥천에 찾아온다고 한다.

금산서 온 정경수 씨는 그가 사는 동네에도 서각을 배우는 수업이 있지만 옥천까지 찾아온다고 말했다.
금산서 온 정경수 씨는 그가 사는 동네에도 서각을 배우는 수업이 있지만 옥천까지 찾아온다고 말했다.

정 씨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선물해주니까 다들 좋아라했다”며 “여기 와서 서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선생님뿐만 아니라 서각미술을 즐기러 온 분들과 서로 가르쳐줘가며 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 수강생 스스로 길을 찾는 서각미술

왕복 100km라는 장거리를 뚫고 찾아오는 김용택(72, 영동 상촌면 유곡리) 씨는 집에 키우는 강아지 ‘꼬맹이’와 ‘코비’ 형상을 나무판자에 새기고 있었다. 이제 나이가 15살 된 노견들이라 돌아가시기 전에 작품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영동 상촌면에서 온 김용택 씨는 반려견 '꼬맹이'와 '코비'를 떠올리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
영동 상촌면에서 온 김용택 씨는 반려견 '꼬맹이'와 '코비'를 떠올리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

서각미술을 배운 지 7개월 된 김 씨는 “영동에 서각미술을 가르쳐주는 데가 없어서 물어 물어서 왔다”며 “어떨 땐 밥 먹는 것도 까먹을 정도로 몰입이 되고, 집에 가져가서도 하고, 몸은 조금 힘들지 모르지만 서각미술을 할 때만큼은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날 유일한 옥천 사람이자 여성 수강생인 정현숙(57, 동이면 우산리) 씨는 서각미술을 배운 넉 달 동안 7개 작품을 만들 정도로 기술을 금방 터득했다. 최근에는 그가 다니는 금강소망교회 현판도 뚝딱 만들어낼 정도로 능숙해졌다.

동이면 우산리에 사는 정현숙 씨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즐겁다고 말했다.  
동이면 우산리에 사는 정현숙 씨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즐겁다고 말했다.  
정현숙 씨는 그가 다니는 '금강소망교회' 현판을 직접 만들었다. 
정현숙 씨는 그가 다니는 '금강소망교회' 현판을 직접 만들었다. (사진제공: 정현숙)

정 씨는 “선생님이 전체적인 지도를 도와주시지만 나머지는 제가 작품 하나하나를 만들어가면서 깨달아가는 과정”이라며 “여자가 하기엔 쉽지 않을 거란 편견이 있고, 실제로도 힘든 면이 있지만, 마음을 쏟아 마침내 작품을 완성했을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서각미술체험관 전경. (옥천닷컴 자료사진)
서각미술체험관 전경. (옥천닷컴 자료사진)
읍내에서 이원 가는 방향 도롯가에 서각미술체험관을 알리는 입간판이 있다. (옥천닷컴 자료사진) 

주소: 동이면 세산4길 11-38 (횡단보도에서 국도 직진 10m 우측)
문의 : 010-5048-0202 (현산 강민(강노형))

 

서각미술 수강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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