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를 활용한 요리, 이순이 씨만의 비법
공들인 음식, 맛있게 다 비울 때 가장 즐거워

요리하는 것이 너무 즐거운 이순이 씨는 요리하는 직업을 그만둘 수 없었다. 아픈 몸이 낫자마자 사는 집 1층을 리모델링해서 ‘김치도가’를 차렸다. 묵은지는 1년 간 숙성해 본사에서 내려오지만 이순이 씨는 새로운 반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날도 묵은지 고기 김치찌개와 이순이 씨의 음식을 먹기 위해 일부러 청주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브레이크 타임이었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이순이 씨의 모습은 참 즐거워보였다.

■ 손자에 대한 애정을 담은 김치, 비법은 바나나

“이제는 빨간 김치도 잘 먹지만 어릴 때는 백김치를 그렇게 찾았어요. 그래서 빨간 김치만 담그면 ‘할머니, 내 김치는 어디 있어요?’라면서 엉엉 울곤 했지요. 지금도 동치미를 먹으면서 ‘어, 시원하다’라고 말해요. 그 모습이 참 예뻐요.”

김치를 좋아하는 손자에 대한 애정과 사계절 내내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에 대한 고민이 ‘김치도가’의 개업으로 이어졌다. 옥천에 온 지 17년, 신탄진에서 치킨 가게를 하다가 옥천에 와서도 2004년도부터 백록담 건너편에서 ‘어~진짜 옛날 통닭’이라는 가게를 운영했다. 오랜 시간 서서 일하다보니 몸이 아파져 일을 쉬게 되었지만 끼니마다 김치를 찾는다는 손자에게 맞춰 요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도 편하게 즐기는 김치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순이 씨의 비법은 바나나, 바나나를 함께 넣으면 부드럽고 연하게 김치의 맛을 중화해 준다며 자신의 비법을 살포시 알려줬다.

“김치를 담글 때 바나나를 넣었더니 더 맛있어하더라고요. 그 후로 장아찌나 다른 반찬을 만들 때에도 바나나를 넣어보았어요. 바나나 자체가 연하고 부드럽잖아요. 식초를 넣는 음식에 바나나를 넣으면 강한 맛이 중화되며 더 맛있어져요. 바나나가 생각보다 더 잘 어울리더라고요.”

이순이 씨를 아는 지인들은 아이들에게 먹일 김치를 좀 팔아달라고 이야기한단다. 종종 지인들에게 아이들 먹이라며 김치를 주는데, 다른 김치는 잘 못 먹어도 바나나가 들어간 김치는 잘 먹는다고.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이 만들고 싶지만, 가게 일을 하며 판매할 만큼의 양을 만들기는 어려워서 팔지는 않는다.

■ 가맹점이지만 반찬은 전부 직접

이순이 씨는 오전 7시 반부터 자신의 일과를 시작한다. 매장청소를 하고, 육수를 끓이며 반찬을 준비하다보면 보통 아침 10시 반이 된단다. 브레이크 타임까지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면 오후 3시가 된다. 오후3시부터 오후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지만 쉬지는 못한다. 소진된 반찬을 준비하고 오후에 주로 많이 찾는 삼겹살 세팅을 하다보면 벌써 저녁시간이다. 부각부터 장아찌, 나물, 때로는 전까지. 각종 반찬을 전부 직접 만들다보니 하루가 참 짧다. 장이 서는 날에는 옥천에서 직접 나물 재료를 구매한다. 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오정동을 이용한다. 이순이 씨는 국산 재료를 사용한 반찬의 맛은 다르다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가맹점이라 본사에서 주는 음식만 하는 줄 아시겠지만, 저희는 반찬을 다 직접 만들어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어묵이나 멸치는 항상 세트로 나가고, 나물은 계절에 따라 계속 바뀌어요. 호박, 미나리, 고구마줄거리, 고춧잎, 머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합니다.”

음식에 들이는 이순이씨의 정성을 손님들도 알아서일까. 한 시간 거리인 청주에서 다시 김치도가를 찾아온 손님도 있었다. 지난주 개인적인 사정으로 옥천에 왔던 청주에 사는 삼남매가 김치도가의 맛에 반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원면 구룡리가 친정이라는 삼남매는 김치도가의 반찬과 찌개가 생각나 일주일만에 재방문했다. 이정자 씨(79), 이용규 씨(71), 그리고 이름과 나이는 비밀이라는 여동생과 남편 노제철 씨(71)는 연신 ‘이 집이 맛 집’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순이 씨의 즐거움은 바로 이런 손님이다. 이순이 씨는 앞으로도 더 좋은 재료로 손님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반찬을 다 비우고 가신 걸 보면 가장 즐거워요. 맛있으니까 다 드신 거잖아요. 공들인 음식은 손님들이 먼저 알아요. 앞으로도 친절과 맛으로 보답할 테니 많이 사랑해주세요.”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