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 용산면 구촌리에 있는 ‘용산교동짬뽕’
차돌짬뽕·수제비짬뽕 전문으로 하는 중식집
불맛 나는 차돌짬뽕, 분홍소스 곁든 탕수육 후기 

편집자주_맛있는 집과 유명한 집은 다릅니다. 맛있는 집을 찾고 싶었습니다. 사람 입맛이 제각각이라 음식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목적성을 띤 식당 리뷰와는 차별화를 둘 생각입니다. 직접 가서 먹고 적겠습니다. 소비자 입장도 고려하고, 식당 주인의 노고도 잊지 않겠습니다. 옥천은 물론 이웃동네 영동, 보은까지 맛집 찾아 떠납니다. ‘맛집두리번’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비정기적으로 맛집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중식은 애증의 관계다. 대학병원 내 중식당에 잠깐 일한 적이 있다. 7년 전 대학 등록금을 바짝 벌겠다고 나선 일이다. 일자리를 가릴 때가 아니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풀타임으로 일할 자리를 찾다가 인연이 됐다. 그전까지 주방 칼을 제대로 만져본 적도 없었다. 하물며 직사각형 모양으로 투박하게 생긴 중식 칼은 말할 것도 없다. 고생길이 안 봐도 훤했다. 그래도 이 길뿐이었다. 우회로도, 퇴로도 없었다. 그땐 그랬다.

요리는 넘보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나중엔 간단한 요리도 내봤지만, 시간 대부분을 홀과 주방 사이 중립지대에 머물며 온갖 잡일을 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식당 보조를 했다. 그땐 눈물을 참 많이 흘렸다. 슬퍼서 흘린 눈물이 아니다. 점심장사 휘몰아치고 양파 전처리 작업할 때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양파가 가득 들어찬 3~4박스를 날마다 썰었다. ‘느려요, 더 빨리해주세요.’ 짜장을 위한 사각썰기, 짬뽕을 위한 슬라이스 썰기를 전담했다.

일 년 내내 일할 땐 쳐다보기도 싫은 음식이 짜장, 짬뽕이었다. 퇴직하고 나서는 이상하게 생각났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그런가. 주기적으로 찾는 음식이 됐다. 어느 중식집에 가도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애틋했다. 주방 화덕에 가스 불이 켜지는 소리, 식재료가 잘 볶아지게끔 웍을 돌릴 때 나는 쇳소리가 정감 있게 들렸다. 음식 나오기 전부터 입맛을 돋게 했다. 지금도 잊을 만하면 중식을 찾는다. 옥천에도 자주 찾는 중식당이 있지만 여기서는 쓰지 않겠다.

■ ‘직화의 불맛, 자신 있는 것만’

게이트볼 치러 청산에 갈 때 들렀던 청산교동짬뽕이 먼저 생각났다. 해물 가득한 교동짬뽕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났다. 영동에도 교동짬뽕이 있을까 싶어 찾았더니 두 군데가 있다. 그중 용산면 구촌리에 있는 ‘용산교동짬뽕(대표 박웅봉)’을 알아냈다. 인터넷에 리뷰가 많이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람들의 입김이 덜 작용한 곳으로 보였다. 유명세까진 아니지만 주방장 고유의 자존이 깃든 식당으로 보였다. 알고 보니 이 자리는 몇 년 전까지 ‘용산반점’이라는 상호로 운영했다는 글을 봤다.

용산면 구촌리에 있는 '용산교동짬뽕' 가게 전경. 가까운 거리에 용산면사무소가 있다.

옥천 읍내에서 약 35km 떨어진 거리, 차로 도착하는 데 45분 정도 걸렸다. 상가와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으로 보아 용산면에서 시내에 속했다. 가까운 거리에 면사무소, 파출소, 119지구대와 같은 기관들이 있다. 지역 맛집을 알려면 관(官)에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물어보라는 속설이 떠올랐다. 일정하고 꾸준한 맛과 서비스를 좋아하는 직업군이기에 공무원들이 자주 찾는 식당은 실패할 확률이 적을 거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직접 가서 먹어보는 게 제일 정확하다. 사람 입맛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식당 건물 뒤편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용산교동짬뽕으로 향했다. 가게 앞엔 ‘직화의 불맛, 자신 있는 것만 정성껏 모시겠습니다’와 ‘찐한 국물맛! 수제비짬뽕 차돌짬뽕’이라고 쓰여 있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렸다. 여기는 수제비짬뽕, 차돌짬뽕 전문에 국물은 불맛을 가미했다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음식에 자부심도 엿보였다. 짜장이냐, 짬뽕이냐를 놓고 저울질하면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 두터운 고기, 인공적이지 않은 달콤함

토요일 오후 4시, 한가한 시간에 맞춰 홀에 들어서자 식당 주인이 반갑게 맞이했다. 테이블이 8개 정도 들어가는 아담한 공간이었다. 손님은 적당히 받고, 음식과 서비스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 엿보였다. 메뉴판부터 살폈다. 짜장면이 6천원이면 요즘 물가를 따져볼 때 그리 비싸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간짜장은 9천원이다. 짜장면보다 3천원을 더 받는 것으로 보아 일반 짜장보다 신경 써서 나오는 메뉴가 아닐까 싶다. 일반 짬뽕은 9천원.

홀 내부.
홀 내부.

메뉴판 옆에 추천메뉴로 차돌짬뽕(1만1천원)이라고 적혀 있는 게시판을 봤다. 고민의 여지없이 차돌짬뽕을 골랐다. 가격을 보니 처음 옥천에 왔을 때 차돌짬뽕을 9천원에 사 먹은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여긴 영동이지만 좋아하는 음식이 몇 년 사이 1만1천원까지 올랐다는 사실에 잠시 서글펐다. 요리류는 양장피, 팔보채, 칠리새우(각 3만원)가 있다. 주머니 사정을 볼 때 아무래도 탕수육(1만9천원~3만원)이 적당해 보였다. 마침 미니탕수육(1만2천원)이 있어 그걸로 주문했다.

탕수육이 먼저 나왔다. 역시 미니 사이즈라 그런지 한 사람이 먹기 적당하거나 조금 아쉬울 정도의 양이 나왔다. 소스는 특이하게 분홍빛을 띠었다. 물어보니 소스 만들 때 빨간무를 활용하고, 매실액을 같이 첨가해 직접 조리한다고 들었다. 수제로 만들어서 그런지 소스 농도는 비교적 연했고, 부담스럽지 않게 달콤한 맛이 났다. 튀김옷은 딱딱하지 않으면서 바삭한 식감이 나고, 안에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두텁게 들어가 한입 물 때마다 육즙이 살아있었다.

미니탕수육(1만2천원).
미니탕수육(1만2천원).

■ 당일치기 여행으로 만난 동네 이모저모

기다리던 차돌짬뽕이 나왔다. 국물부터 먼저 떴다. 적당히 기름지면서 불맛 나는 걸쭉한 국물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얇게 썬 고추들이 꽤 많이 들어가 좀 맵지 않을까 싶었는데 혀가 얼얼해질 정도의 매콤함까지 나아가진 않았다. 아마 짬뽕에 들어있는 양파, 양배추, 당근 등 야채를 주문과 함께 싹 볶아내고 채수를 우려내 국물의 매운맛을 살짝 중화한 느낌이 들었다. 면과 차돌박이, 아삭아삭한 양파를 함께 집어 먹었는데 느끼하거나 짜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차돌짬뽕 본연의 맛이다. 다음에 올 땐 간짜장도 맛보고 싶다.

차돌짬뽕(1만1천원). 
차돌짬뽕(1만1천원). 

식사만 하고 바로 발길을 돌리긴 아쉬워 마을 주변을 돌았다. 봄이 되면 벚꽃이 만발한다는 법화천을 따라 용산교 건너 풍계사 풍천당에 들렀다. 찾아보니 조선시대 김수온의 조부인 김종경이 후학을 가르치던 서당인 풍계서원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조금 더 걸어 신항리에 있는 석조여래삼존입상도 보고 갔다. 통일신라시대 불상으로 중앙의 본존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보살 입상이 배치된 삼존 형식이라고 적혀 있는 안내석을 볼 수 있었다.

용산면 용산리에 있는 풍계사 풍천당. 출입문은 닫혀 있었다.
용산면 용산리에 있는 풍계사 풍천당. 출입문은 닫혀 있었다.
용산면 신항리 마을 입구에 자리한 석조여래삼존입상.
용산면 신항리 마을 입구에 자리한 석조여래삼존입상.

해가 지기 전 맛집 여행을 마치고 옥천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상용사거리 인근 외벽에 줄지어선 플래카드들이 보였다. 용산면 각 마을 주민들이 영동에 들어설 제2산업단지 조성사업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니 환경오염과 소음으로 생활 불편이 잇따를 것이고, 산업단지에 들어서는 대형화물차들로 인해 주민들이 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커 반대한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바로 인근에 있는 상용교에는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 개최’를 알리는 경관조명이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메가 이벤트 유치로 경제발전의 도약을 꿈꾸는 영동, 제2산업단지로 주민들의 걱정과 불만이 갈수록 커져가는 영동의 모습이 겹쳐졌다. 이날 맛집 여행은 만족스러웠지만, 떠나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메뉴판.
메뉴판.
용산교동짬뽕 앞에 수제비짬뽕, 차돌짬뽕을 알리는 에어간판이 있다.
용산교동짬뽕 앞에 수제비짬뽕, 차돌짬뽕을 알리는 에어간판이 있다.

주소: 영동군 용산면 구촌리 383-4
전화: 743-5505
영업시간: 오전9시30분~오후9시 (화요일은 오후3시까지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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