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 양산면 가선리에 있는 ‘가선식당’
동네주민, 등산객,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어죽맛집
잡고기매운탕, 새우튀김, 불고기덮밥 등 판매

편집자주_맛있는 집과 유명한 집은 다릅니다. 맛있는 집을 찾고 싶었습니다. 사람 입맛이 제각각이라 음식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목적성을 띈 식당 리뷰와는 차별화를 둘 생각입니다. 직접 가서 먹고 적겠습니다. 소비자 입장도 고려하고, 식당 주인의 노고도 잊지 않겠습니다. 옥천은 물론 이웃동네 영동, 보은까지 맛집 여행을 떠납니다. ‘맛집두리번’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비정기적으로 맛집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그날은 이상하게 어죽이 당겼다. 그럼 가야 한다.토요일 오후 2시쯤에 정했다. 이제 어죽 찾아 삼만리다. 만사가 귀찮은 주말에 몸을 일으켰다.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맛집 찾는 데만 수십 분이 걸린다. 너무 신중해도 탈이다. 새해에는 결정이 빨라졌으면 좋겠다.

옥천엔 어죽으로 유명한 식당들이 꽤 있다. 찾아보니 대개 2인분 이상 시켜야 한다. 부를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패스. 청산엔 생선국수집들이 많다. 걸쭉한 밥알이 담긴 어죽이 간절했다. 다음 기회에.

지난번에 갔던 이웃동네 보은의 금강어죽이 떠올랐다. <보은사람들>에 올라온 기사를 보니 사장님이 이전에 청산에서 장사를 했다고 들었다. 맛도 좋고 친숙함도 들어 몇 번을 찾아갔더랬다. 그런데 오늘은 보은 말고 다른 데 가고 싶어졌다.

어디가 좋을까. 영동에도 어죽이 있겠지 싶었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니 식당 몇 군데가 나왔다. 그중 ‘영동에서 어죽하면 이곳’이라는 인상적인 홍보 글이 보였다. 양산면 가선리에 있는 가선식당(대표 최미화)이다.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에 있는 가선식당은 60여년 전통의 오래된 어죽 맛집이다.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에 있는 가선식당은 60여년 전통의 오래된 어죽 맛집이다.

옥천 읍내에서 약 20km 떨어진 거리, 차로 도착하는 데 40분 정도 걸렸다. 금산 제원면과 영동 양산면 경계에 가선리가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동네에 들어서자 집집마다 ‘가선리어죽 벽화마을’임을 알리는 이색적인 벽화들이 이목을 끌었다.

가선식당 바로 옆엔 이 동네 어죽맛집의 쌍벽을 이루는 선희식당도 보였다. 이 식당은 어죽 1인분 주문을 받지 않아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뤘다. 기다란 빨간 간판에 오래된 가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가선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3시 무렵인데도 손님들로 붐볐다. 다행히 앉을 자리가 있었다. 찾아보니 이 동네 주변에 금산 월영산, 영동 천태산이 있단다. 주말 등산객들이 어죽 먹으러 들르지 싶었다. 메뉴판에 어죽(9천원), 도리뱅뱅이(1만2천원), 새우튀김(1만5천원) 등이 보였다.

홀 내부.
홀 내부.
주문서에 메뉴를 작성해 콜 벨을 눌러 주문하면 된다.
주문서에 메뉴를 작성해 콜 벨을 눌러 주문하면 된다.

금산과 인접해서 그런지 인삼튀김(1만5천원)도 판다. 민물고기가 안 맞는 손님을 위해 불고기덮밥(1만원)을 넣은 모양새다. 잡고기매운탕(4만5천원)이니 큰고기뱅뱅이(1만5천원)니 메뉴가 더 있지만 혼자 온 손님에겐 그림의 떡이다.

여기는 주문서에 메뉴를 쓰고 콜 벨을 눌러 주문하는 방식이다. 공복이라 자신 있게 어죽, 새우튀김 두 가지를 골랐다. 그래도 도리뱅뱅이는 옥천이 원조지! 근데 가만 보니 소주가 5천원이다. 세상 무섭게 물가가 오른다는 걸 실감했다.

원산지는 투명하게 표시했다. 쌀, 김치, 채소는 국산을 쓴다. 불고기덮밥에 들어가는 소고기는 외국산을 쓰는 것 같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이 올라왔다. 고추, 깍두기, 물김치, 된장, 김치다. 홀에 셀프 반찬 코너가 있어 부족하면 더 가져갈 수 있다.

홀에 셀프 반찬 코너가 있다.
홀에 셀프 반찬 코너가 있다.
밑반찬으로 고추, 깍두기, 물김치, 된장, 동치미가 올라온다. 새우튀김을 주문해 간장이 같이 나왔다.
밑반찬으로 고추, 깍두기, 물김치, 된장, 동치미가 올라온다. 새우튀김을 주문해 간장이 같이 나왔다.

새우튀김이 먼저 나왔다. 짭조름한 간장에 찍어 먹으니 바삭바삭한 튀김옷에 안에 톡톡 터지는 새우살이 맛있다. 계속 먹다 보니 어죽이 나오는 순간부터 혼자 먹기엔 양이 벅차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드디어 어죽이 나왔다.

양이 솔찬하다. 숟가락 들던 찰나 홀 서빙 아르바이트 분이 다가와 말한다. “1인분 시키셨죠? 에고, 죄송해요. 다른 테이블 음식인데 잘못 나왔네요. 바꿔드릴게요.” 아까보다 사이즈도 작아지고, 혼자 왔다고 옆 손님들에게 소문나고, 아주 잠깐이지만 우울했다.

어죽은 투박한 양은그릇에 담겨 나왔다. 최대 24인분까지 끓이는 대형 가마솥에 빠가사리, 메기 등 뼈를 발라낸 잡어를 넣고 약 6~7시간 푹 고아낸 육수를 냈단다. 콩나물, 부추, 미나리, 깻잎, 대파, 들깨가루 등이 들어갔다. 중간중간 인삼도 씹혔다.

되직한 느낌에 적당하니 얼큰한 맛의 어죽(9천원)이 양은그릇에 담겨 있다. 가선식당은 어죽 1인분 주문이 가능하다.
되직한 느낌에 적당하니 얼큰한 맛의 어죽(9천원)이 양은그릇에 담겨 있다. 가선식당은 어죽 1인분 주문이 가능하다.
바삭바삭한 식감의 새우튀김(1만5천원).
바삭바삭한 식감의 새우튀김(1만5천원).

누군가 그랬다. 적어도 세 번은 생각하고 말하라고. 한 숟갈 떴다. 비릿하지 않고 담백하다. 두 번째 떴다. 맵지도 않고 짜지도 않은 중간점을 잘 잡았다. 세 번째 떴다. 국물이 되직하고 얼큰하니 술 거나하게 마신 다음 날 해장으로 좋겠다. 어죽의 반을 먹었더니 배불렀다.

음식도 다 먹고, 손님들도 슬슬 빠져 가게 안을 살폈다. ‘백년가게’에 선정됐다는 게시판이 보였다. 1966년 1대 전옥임 대표가 창업하고, 2002년 2대 최미화(며느리) 대표가 가업을 승계했다는 설명이 보였다.

인터넷에 어느 누리꾼은 가선식당이 1958년부터 시작했다고 글을 올려놨다. 이러나저러나 60여년의 역사를 지닌 식당임은 분명했다. 어업 허가를 받고 민물고기를 잡아 팔다가 남은 고기를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은 게 장사의 시초라고 한다. 지금은 잡어를 직접 잡기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다른 데서 사 온다고 들었다.

식당 안에 가선식당이 백년가게에 선정됐다는 게시판이 걸려 있다.
식당 안에 가선식당이 백년가게에 선정됐다는 게시판이 걸려 있다.
식당 벽면에 영동군 자연보호영동군협의회에서 받은 패와 정수중학교 후원패가 걸려 있다.
식당 벽면에 영동군 자연보호영동군협의회에서 받은 패와 정수중학교 후원패가 걸려 있다.
가선식당은 2021년 충청북도로부터 대물림음식업소로 선정돼 가게 앞에 현판을 달았다.
가선식당은 2021년 충청북도로부터 대물림음식업소로 선정돼 가게 앞에 현판을 달았다.

영동군 자연보호영동군협의회에서 받은 패도 보였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및 음식문화 개선을 위해 좋은 식단제를 운영한다는 실천 의지였다. 그 밑에는 양산면 송호리에 있는 정수중학교를 후원한다는 패도 보였다. 식당 정문 앞에도 2021년 충청북도 대물림음식업소로 지정됐다는 현판이 있다. 2대, 25년 이상의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다고.

지난해 4월에는 가선식당이 양산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로부터 지역 내 착한가게 205호점으로 지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착한가게로서 매월 일정액을 기부해 어려운 이웃에게 집수리, 생계비, 난방비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맛도 괜찮고, 사람들도 자주 드나들고, 좋은 일도 하는 가선식당에 다음엔 여럿이 오고 싶어졌다.

메뉴판.
메뉴판.
가선식당 앞에 야외주차장이 있다.
가선식당 앞에 야외주차장이 있다.
가선식당에 진입하는 길목에 '가선리 어죽 벽화마을'을 알리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가선식당에 진입하는 길목에 '가선리 어죽 벽화마을'을 알리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주소: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 139-6
전화: 743-8665
영업시간: 오전9시30분~오후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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