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김영현 모녀, 군서면에 식당 ‘미락’ 운영
고구마팥죽·칼국수, 대구뽈찜, 게장 등 신메뉴 출시
직접 손질하고 반건조 거친 생선 유통판매 겸해

군서면 평곡리에 있는 생선구이 전문점 ‘미락’이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신메뉴도 개발하고, 음식 배달도 하고, 반건조 생선을 유통 판매하는 등 여러 판로를 열었다. 물가는 점점 오르지, 이런저런 외부 환경 변화에 맞서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는 설명이다.

이달부터 새로운 메뉴를 출시했으니 첫 번째는 고구마팥죽과 고구마칼국수(각 1만원)다. 고구마 가루를 내 반죽하고, 팥을 삶아 걸쭉한 식감을 자랑한다. 어르신 손님들 사이에 호응이 괜찮다고. 읍내에 있는 안내쌀상회에서 햇으로 된 팥을 가져와 일일이 갈아 쓰고, 면은 옥수수면을 쓴다.

고소하면서 담백한 맛을 낸 고구마팥죽(1만원). 소금이나 설탕을 넣어 간을 할 수 있다. 안에 옥수수면이 들어있다.
고소하면서 담백한 맛을 낸 고구마팥죽(1만원). 소금이나 설탕을 넣어 간을 할 수 있다. 안에 옥수수면이 들어있다.
고구마가루로 반죽하고, 옥천서 산 햇팥을 갈고 삶아 걸쭉한 식감을 냈다. 안에 쫀득한 수제비도 있다.
고구마가루로 반죽하고, 옥천서 산 햇팥을 갈고 삶아 걸쭉한 식감을 냈다. 안에 쫀득한 수제비도 있다.

일명 밥도둑이라 불리는 간장게장, 양념게장도 출시해 눈길을 끈다. 알이 꽉 들어찬 신선한 암꽃게를 취급해 두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한 통짜리를 5만원에 내놓고 있다. 생선구이로 술 안주하기 어렵다는 손님들의 요구를 반영해 매콤한 대구뽈찜(3만~5만원)도 내놨다.

술안주로 제격인 매콤한 맛의 대구뽈찜. (사진제공: 미락)
술안주로 제격인 매콤한 맛의 대구뽈찜. (사진제공: 미락)
암꽃게로 만든 간장게장. (사진제공: 미락)
암꽃게로 만든 간장게장. (사진제공: 미락)

■ 변함없이 생선구이 찾는 어르신

“옥천 분들이 팥죽을 드시려면 대전 문창동까지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마침 군서에 팥죽을 하는 식당이 없더라고요. 저희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팥죽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 기억을 더듬어봤어요. 팥 칼국수도 만들었는데요. 전라도 지방에서는 되게 유명한 음식이에요. 지난달 동짓날에 젊은 손님들이 오셔서 팥죽을 드렸더니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2022년 12월에 개업한 식당 ‘미락’은 고향이 인천인 김아름(36, 군서면 평곡리) 대표와 모친 김영현(57) 씨가 지키고 있다. 김 대표는 인천에서 뱃일을 하는 큰아버지를 통해 인천 소래포구항에서 생선을 가져온다. 생선을 직접 손질하고, 야외 공간에서 반건조 과정을 거쳐 비린내 없는 생선구이를 내놓는다.

미락 식당 2층 건조장에 생선구이에 들어가는 부서(조기)를 건조하고 있다.
미락 식당 2층 건조장에 생선구이에 들어가는 부서(조기)를 건조하고 있다.

미락은 갈치, 고등어, 열기, 가자미, 부서 등 기본 다섯 가지가 들어간 모둠생선구이(대: 4만원, 중: 3만원)와 고등어구이정식, 갈치구이정식(각 1만2천원)을 개업할 때부터 변함없는 가격으로 판매한다.

“홍보도 따로 안 했는데 이웃동네 영동이나 보은에서 찾아와주셨어요. 지나가다 호기심에 들르셨다는데, 저희 식당에서 식사하고 간 엄마들이 그래요. 다른 데보다 양이 많다고요. 생선구이 드시러 오면 다 드시고 가죠. 단골손님 할아버지는 지난번에 신문 보고 오셨다고 신문을 갖다주셨거든요. 오시면 꼭 생선구이 대 자를 드세요. 그만큼 좋아하시죠.”

갈치, 고등어, 열기, 가자미, 부서가 들어간 모둠생선구이 대(大, 4만원). (옥천닷컴 자료사진)
갈치, 고등어, 열기, 가자미, 부서가 들어간 모둠생선구이 대(大, 4만원). (옥천닷컴 자료사진)
고등어구이정식(1만2천원)에 반찬과 함께 나오는 고등어구이. (옥천닷컴 자료사진)
고등어구이정식(1만2천원)에 반찬과 함께 나오는 고등어구이. (옥천닷컴 자료사진)

■ 신메뉴 만들고 배달 시작한 이유

실은 김 대표가 여러 판로를 개척한 사연이 있다. 지난해부터 여론이 뜨거웠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 때문이었다. 생선구이 전문점 미락도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어떤 날은 예약 잡힌 식사가 전부 취소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는 후문이다.

가져온 생선들이 일본산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먹거리 불안을 막을 길이 없었다. 한 달 매출이 반의반 토막이 났을 땐 앞으로 식당을 지속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많이 힘들었죠.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 게 바로 체감이 됐으니까요. 그래도 단골분들은 오셔요. 생선구이도 조금씩 조금씩 하고요. 그러면서 팥죽이나 칼국수, 뽈찜 요리를 아예 고정해놨죠. 단골손님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런 거 저런 거 다 생각하면 음식 못 먹는다고요. 이 시기를 잘 견뎌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재작년 12월 군서면 평곡리에 개업한 식당 '미락' 전경. 오른편에 식당 입구가 있다.
재작년 12월 군서면 평곡리에 개업한 식당 '미락' 전경. 오른편에 식당 입구가 있다.

발길을 돌린 손님들을 다시 잡으려면 찾아가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 음식 배달을 시작했다. 군서 인근 펜션이나 공장, 장령산 관광객들뿐만이 아니다. 읍내에 있는 장야주공아파트부터 안내면까지 배달비 하나 안 받고 무료로 배달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미락 식당의 음식을 좋아하는데, 음식점 안에만 머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었다.

또, 통신판매 등록 절차를 거쳐 ‘미락수산’이라는 상호로 가정집에 생선 유통 판매도 한다. 직접 다 손질하고, 반건조해서 보내는 방식이니 생선 요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 시골살이 3년차, 어려움도 있지만

반건조 작업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적합해 옥상이 있는 식당 2층에서 한다. 최근에는 가자미와 부서(조기)를 건조장에 두고 있다. 가자미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부서는 머리는 자르지 않고 아가미만 제거해 건조한다. 혹시나 고양이들이 생선을 채갈 경우를 대비해 망을 쳐놓는다고. 날이 더 추워지면 고등어, 서대, 열기를 작업할 예정이다.

미락 김아름 대표가 식당 옥상에 건조 중인 가자미를 보여주고 있다.
미락 김아름 대표가 식당 옥상에 건조 중인 가자미를 보여주고 있다.

식당 개업할 때부터 군서에 정착해 살고 있는 김아름, 김영현 모녀. 개업한 지 1년이 넘어가자 이제 옥천에 조금 적응됐다고 한다. 밤 되면 깜깜해지는 동네 풍경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밤하늘에 오리온자리가 나타나는 게 생경하게 다가오지만, 기름보일러를 떼야 하지만, 주변에 텃밭도 가꿔보며 시골살이에 빠져들고 있다. 주민들도, 식당 손님들도, 밥 달라고 야옹야옹하는 길고양이도 어느새 이웃이 됐다. 왁자지껄한 집안 분위기에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 소리도 나니 사람 사는 것 같다고 좋아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생선구이가 영향을 받은 것처럼 아마 다른 어민들이나 식당들도 타격을 받았을 거예요. 그래도 생선구이는 계속하고 있으니까 드시러 오셨으면 좋겠고요. 생선구이는 대략 30분 정도 걸리거든요. 저녁에는 가급적 예약하고 오시는 걸 권해드려요. 항상 찾아와주시는 단골손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앞으로도 미락 식당에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입식 테이블로 이뤄진 홀 내부. 미락은 예약 방문을 권하고 있다.
입식 테이블로 이뤄진 홀 내부. 미락은 예약 방문을 권하고 있다.
메뉴판. 생선구이와 함께 고구마팥죽, 고구마칼국수, 칼국수가 새로 추가됐다.
메뉴판. 생선구이와 함께 고구마팥죽, 고구마칼국수, 칼국수가 새로 추가됐다.
메뉴판. 간장게장, 양념게장, 대구뽈찜, 간재미탕을 주문할 수 있다.
메뉴판. 간장게장, 양념게장, 대구뽈찜, 간재미탕을 주문할 수 있다.
미락 식당으로 진입하는 골목 앞에 신메뉴 개시를 알리는 입간판이 있다.
미락 식당으로 진입하는 골목 앞에 신메뉴 개시를 알리는 입간판이 있다.

주소: 군서면 동평4길 20-3
전화: 732-8402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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